김민정작가

[당신이 우리로 스며든다면]

by hari

작품 속 모호하게 설정한 인물 간 거리는 작품 텍스트를 뒷받침한다.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심적 거리는 가깝다. 나 혼자 말이다. 아무도 모르게 나는 낯선 타인과 가까워진다. - 김민정작가 작업노트 中




김민정 작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담는다. 그녀의 작품은 정적인 동시에 어떠한 소리가 들리는 듯한 효과를 지닌다. 산들거리는 바람에 맞추어 배경의 나무들은 좌우로 움직이고 배 안의 사람의 두건은 바람에 맞추어 미세하게 흔들린다. 하지만 배경과 대비되게 사람들의 행위는 굉장히 정적이고 정지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어떠한 것에 집중하지만 서로를 의식하지 않는, 각자의 세계에 빠진 것 마냥 보인다. 그녀의 그림을 보면 일상에 대한 감각이 느껴지는 것 같다.
김민정 작가 작품의 특징은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림 속 타인들이 하고 있는 행위들은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어 관람객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효과를 지닌다. 또한 일루전이 제거된 인물과 인물 간 거리감, 뭉개진 얼굴, 다양한 인종표현을 통하여 관람객들에게 여러 궁금증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관람객은 이 작품을 통하여 그림 속의 사람들을 엿보고 있는 듯한 관찰자가 될 수 있다. 과감히 잘린 작품의 구도는 마치 망원경으로 타인을 몰래 바라보는 시선을 표현한 것 처럼 느껴진다. 이로인해 작품을 본 관람객은 어떤 타인의 행위를 ‘엿보고 있는’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그녀가 사람과 대하는 방식과 닮아 있다.
그녀는 평소 친화력이 부족하여 타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기에 타인 속에서 자신의 일을 하며 자기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척을 하였다고 했다. 하지만 타인과 같이 있을 때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것을 즐기는 엿듣기(의도되지 않은 우연한 엿듣기)의 방식을 즐겼다고 한다. 이러한 그녀의 엿듣기의 방식이 작품 속으로 무의식적인 동시에 의식적으로 작품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김민정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작품 속에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투영한다. 또한 그녀의 그림은 정적인 고요함을 지니고 있기도 한 동시에 모순적으로 소란스러운 배경음이 들려오기도 한다. 그리고 여름이라는 배경 속 다양한 색감을 지닌 동시에 차분한 색감도 가지고 있다는 모순이 있다. 이와 같이 그녀의 그림은 다양한 해석할 요소들이 버무려 있다. 그러므로 그녀의 작품을 본 관람자는 각기 다른 해석과 의미를 내놓을 수 있다. 어쩌면 타인과 소통하는 법에 미숙한 그녀가 이와 같은 작품을 통하여 암묵적으로 타인과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소통하는 방식을 하는 것이 아닐까?

사진, 글 - 박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