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진 작가

[당신이 우리로 스며든다면]

by hari
나의 작업은 어느 날 한 부분에서 떠오른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시킨 것이다. 이번 작업 역시 그렇다. 어린이 대공원 앞 높은 나무에 걸려있는 풍선 하나가 어쩌다가 걸렸을까, 누가 놓쳤을까, 저 풍선의 감정은 어떨까 라는 물음에서부터 시작하였다. 풍선이 한 개인이라면, 그게 나라면, 아니면 내가 바라 본 누군가라면... - 전영진 작업노트 中



시간의 흐름이 있다. 누군가는 시간의 흐름을 쫓아가고, 누군가는 정지된 시간을 바라보고, 누군가는 상상의 시간을 따른다. 어떤 이는 정지된 사물에 시간이라는 속성을 집어넣고 그것을 예술로 변모시킨다. 즉 아주 사소한 일상 속 조각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상상하며 그것을 예술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전영진 작가는 일상 속 작은 조각들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사람의 여러 부류 중 종교적인 가치관(여기에서 종교는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으로 특정 종교, 예를 들어 기독교나 불교 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에서 종교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은 삶의 의미에 대하여 물음을 던지고 인생의 연결성에 집중한다. 여기에서 전영진 작가는 종교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는 어떠한 대상, 혹은 순간에 대하여 새로운 물음을 던지고 그것에 삶이라는 주제를 넣어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의 시각은 작은 풍선에서부터 시작된다.
그의 작품 속 풍선이라는 사물은 그를 통하여 의미가 부여 되고 여러 뭉텅이 속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한다. 그는 풍선이라는 사물에 인격을 입혀 우리의 삶으로 비유하였다. 그 풍선은 선택되어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여행의 시작이다.
어떠한 여행을 시작할 때 우리는 들뜨기도, 혹은 두렵기도 하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이 주체가 된 인생이든 혹은 타인의 이끌림을 받는 인생이든 그것 속에는 희로애락이 들어가 있고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작품 속 풍선의 여행 또한 그러하다. 풍선은 세상이라는 곳 속으로 빠져 들어가 자유롭게 날아갈 수도, 타인에게 잡혀 있을 수도, 혹은 높게 날아오르다가 터져버릴 수도 있는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다. 전영진 작가는 작품 속 열린 결말을 통하여 관람객들로 하여금 상상의 여지를 만들어준다. 즉 작품이 자신의 상상에서 시작하여 타인의 상상으로 넘어간 것이다.
어떤 이는 자신의 감정을 작품을 통하여 분출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사상을 작품을 통하여 말하며 어떤 이는 작품을 통하여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도 한다. 전영진 작가는 점점 기계화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의미부여 방식을 작품을 통하여 그려낸다. 그의 작업은 결코 자연과학적인 사고방식으로 환원시킬 수 없는 ‘삶의 의미’에 대한 탐구라는 점에서 통계적으로 환산시킬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사진, 글 - 박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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