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by hari

나는 요즘 시드는 시기 같다. 그것 또한 감사하다.

열매를 맺은 뒤, 시들고 많은 것들이 낙화하는 시기. 많은 것들을 잃는 것 같지만 사실 잃을 건 없다. 내가 소유한 것들이 나에게서 딸려 나가고, 내게 있었던 역할이나 지위같은 것들이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지만, 내 존재가 나라는 건 변치 않은 사실이다.


누군가에게 의존함 없이, 그리고 헛된 마음가짐을 품지 않고, 이기적이지 않고, 너무 사업적이고 너무 물질적이지 않고, 그저 맑은 그대로의 본래의 모습대로 그렇게 의연하게 살고 싶다. 삶이 나에게서 많은 것들을 빼앗아간다는 생각에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오히려 내 것이라고 착각한 것들을 세상에 주체적으로 더 많이 주고 싶다. 역시나 남는 건 사랑이고 사랑이 전부니까.


모든 삶은 아름답다. 그리고 우리는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삶이 나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 실은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준비를 하는 것일 뿐. 신선하고 새롭고 감사한 낙화이다.


박하리 <fkj음악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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