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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절대 되지 못하게 방해하는 감정들. 말하자면 그 또한 혼자라는 것 속에 기생하는 어떠한 문장의 집합들.
그것이 마음속에 기생하면 의지라는 것이 생겨 절대, 결코 혼자가 될 수 없다.
혼자라는 것은 쓸쓸하지만 생각보다 외롭지는 않다. 외롭다는 단어는 타인이 포함되어 있다. 혼자는 다만 쓸쓸하다.
여럿이라는 것이 응축되어 있었던 시절. 누군가의 의지가 필요하였을 시절. 어느 누구에게 전화를 걸 때마다 들려오는 건
너 무슨 일 있니? 였다. 나는 아니, 그냥 전화했을 뿐이야. 라 말하였고 하지만 나는 항상 내 속 안 어떤 일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일이라는 건 대다수 내 상상 속 기생충 같은 일이었다. 아마도 그랬다. 그리고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대하여 괴로운 동시에 따뜻했고 그리고 항상 머리를 어딘가에 기대고 있었다. 2015년 수첩에는 작은 드로잉과 함께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다만 나는 겉으로 보았을 때에는 항상 혼자였지만 누군가를 원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누군가들과 함께 푸른 방에 들어가 있었고 그 사람은 나의 푸른 방에 가장 오래, 짙게, 자주 들렀었다.
우리는 구석진 침대에 누워-나는 엎어져-서로의 눈을 쳐다보았고 어느 날에는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를, 어느 날에는 군대에 관한 일화를, 어느 날에는 여자에 관한 변명을, 어느 날에는 삶의 방식, 어느 날에는 성공에 관한, 어느 날에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어느 날에는 우리와 연관된 학교 후배에 관한, 어느 날에는 고함소리에 대한, 어느 날에는 인간성에 대한 부르짖음, 어느 날에는 정치에 대한, 어느 날에는 아버지에 대한, 어느 날에는 관계에 대한, 또 어느 날에는 전 날 그 사람의 공간에 왔던, 4월의 꽤 쌀쌀했던 밤 12시의 변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하였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나를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변했고 그때의 나는 하루 종일 그 사람 생각만 하여 그 생각을 밀어내고자 다른 사람들을 만나곤 하였다.
화장실에 가서 샤워를 할 동안도 핸드폰을 가져갔었다. 혹여나 울리는 전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서로의 눈을 쳐다보았고
내 눈에서 어떠한 감정의 집합들이 가장 격렬히 쏟아졌던 것은 바로 오늘로부터 정확히 일 년 전인 3월 14일이었다. 서로는 오랫동안 멀어져 있다 서로 다른 타인들을 껴안고 만났다. 우리는 울었다.
나는 울었다.
나는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는 ‘뭐.’라고 답하였다. 나는 눈을 피했다. 나는 내 안에서 분리된 두 명의 ‘그’ 중 한 명을 놓아주기로 하였다. 과거의 그 사람 말이다.
분명 나는 그와 정말 많이 가깝지만,
그가 내 삶 속에 머문 시간들 중
그가 가장 멀게 느껴졌기에 내 안에 있던 고통의 그를 내려놓기로 하였다. 과거의 그 사람이 잘 지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