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카페다. 따스한 재즈 음악을 들으며 글을 적고 있다. 평온하다.
제주도에 다녀왔다. 추웠다. 바람이 참 많이 불었고, 후회 없을 만큼 순간에 충실한 나날들을 보냈다.
어느 날 밤, 침대에 앉아 있다가 불현 듯 제주도에 가야겠다 하고 바로 예매를 했던 것이다.
바람인 것처럼 정처 없이 떠돌아다녔다. 어느 해안에 도착했을 때, 바람이 너무 강해서 머리가 얼얼하고, 귀와 귀 사이로 바람이 쌩쌩하며 지나갔다. 내 공간이 텅 비어있는 느낌이었다. 모든 자연들이 내 사이를 넘나들며 나는 투명한 상태였다.
나는 무엇을 찾으러 제주도를 간 것이 아니었다. 나도 모르는 이끌림에 그곳에 갔고, 무엇을 이루고자, 성취하고자, 어디를 지향하여 간 것 또한 아니었다. 단지 몇 가지 깨달음만이 그 순간 속에서 잠깐 피어났다가 다시 졌다. 모든 것은 새롭다. 다시 밟은 서울의 이 땅도, 집에 돌아오자마자 따스한 그 품도.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눈을 마주치고, 포옹을 하고, 내가 지닌 것들을 나누어주고, 그리고 나는 더욱 많이 받았다. 모든 것들은 덧없지만 사랑은 영원하다. 물질적인 것은 언젠간 소멸할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은 영원하다. 확실성과 말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 뚜렷하게 세워놓고선 그 방향대로 가려고 하는 계획들, 조바심들, 그런 것들은 언제 산산 조각 날 지 모른다. 모든 두려움, 조바심, 화, 분노, 자기방어, 그러한 것들은 본질적인 자기 자신이 아니다. 우리의 본질은 사랑이며 하나이다.
제주도의 하늘은 흐렸다. 하지만 그 사이에 빛들은 항상 있었다. 그리고 저 너머 보이지 않는 빛들이 찬란하게 빛났다. 우리를 위한 빛이고, 우리를 위한 맑은 하늘은 보이지 않는 저 너머에 항상 존재하고 있다. 두려움이 우리의 시야를 가릴 때에는, 우리의 내면에 큰 힘을 완전히 가리려고 한다. 우리는 그렇게 나약한 존재가 아니다. 상처 입는 것은 과거와 미래뿐이다. 현재는 결코 상처받을 수 없다. 현재 속에는 가장 강한 힘이 깃들어 있다.
차만 쌩쌩 달리는 제주도의 길을 몇 시간 동안 계속하여 걸었다. 그곳에서 있는 것은 보이는 걸로는 오로지 차도와 자연, 차, 말 뿐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라는 세계가 다 같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세계는 너무나 아이러니하고 신비롭다.
갑자기 내린 어느 해변에서 보았던 반짝이는 물결 사이로 빛나는 빛들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고 또 다시 사라지다가 다시 나타났다. 그것을 나의 눈으로 바라보고 나의 마음속으로 바라보는 것이 참 신기하고 경이로웠다. 그것 자체가 세계와 나, 우리가 연결되었다는 증거같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가장 감사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이라는 항상 느끼면서도 항상 새로운 이 진리를 다시 깨달으며, 지금 내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