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빵집에서 초코빵을 사서 길가 구석에서 사람들을 구경하며 빵을 먹었는데 문득, 이렇게 넓고 볼 것이 많고, 들을 것도 많고, 느낄 것이 많은 세상에서 고개를 숙인 영혼들이 많은 것 같다는 느낌이 받았다. 우리 도시를 뒤덮은 다양한 이름표들, 그리고 우리가 바로 앞에 있으면서도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서 보지 못하는 행복들.
산다는 건 신기하다. 우주에서 지구가 있고 그 속에서 생명체들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그 속에서 우리가 붙여버린 한계들, 이를테면 시간이라는 관념, 학벌, 지위, 직업 같은 것들. 어느정도는 필요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이름표들이 너무나 커져버린 것 같다.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것이 과연 그런 이름표인가?
아주 작고 사소한 것부터가 모든 것의 시작이자, 시작 자체가 끝이다. 그 속에 행복이 있고, 행복이란 쟁취해야 하는 무언가가 아닌, 길 자체이다. 우리는 행복과 나란히 걷고 있는 여행자들이다.
겨울에 비스듬하게 내려오는 햇살들, 오랜 친구들과 함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꺄르르 웃는 웃음들, 떨어진 플라타너스 나뭇잎을 밟을 때 나는 서걱 서걱한 음악들, 얇은 껍질 안에 부드럽고 통통하게 속살이 있는 감자튀김을 한 입 베어무는 그 순간, 입욕제 전문점에 들어가서 맡는 비누향, 한 순간의 이 소중한 순간들에 행복이 있다. 무엇을 쟁취하든, 우리가 어떠한 이름을 지니고, 어떠한 제도 안에 있든, 행복은 아주 작고 아주 사소하고 붙잡아 둘 수 없는 덧없으면서 소중한 길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