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길목

by hari

아침 일찍 일어나 잠깐 영화를 틀었다가 껐다. 그리고 감기약을 사러 제주도 시내에 갔다(한 달 간 제주살이 중). 차창에 비추는 맑고 푸르른 풍경들과 동시에 U2의 노래를 들으며 행복을 만끽했다. U2의 노래는 잔잔하게 밀려오는 상승에너지의 파도 같다.

제주도는 어딜 가든 차가 없으면 불편하고, 편의점 또한 별로 없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빵과 단 음식들을 사 먹으려면 시내로 나가야 한다. 마침 빵집이 있어 그곳에 들렀고, 작은 초코케익과 크림치즈 빵을 사들고 숙소에 왔다. 최대한 집중하며 먹었지만, 내 마음이 조금은 다른 곳에 있다는 것 또한 알아차렸다. 그리고 먹으면서 기뻤다.


아픈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워서 <법정 스님이 사랑한 책들>을 읽었다. 그 중 꾸뻬씨의 행복 여행에 관한 구절을 보았다. 그 책에는 내가 원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바들이 잘 나와 있었다.

그 중 오늘 실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행복이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


우리는 연결된 존재들이고, 우리는 삶의 순간의 대처방식과 관계들을 통하여 배우는 학생들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남에게 베풀고, 사랑하고, 행복을 나누어주는 것은 배가 되어 본인에게 돌아온다.


오늘은 내 재능을 살려서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었고, 나 스스로도 기뻤다. 게스트하우스의 공간을 꾸며주었고, 그림을 선물하였다.


그리고 카페 차창의 풍경들을 바라보며 드로잉을 했다. 별 생각 없이 하는 드로잉은 순간적인 몰입감을 가져다주고, 거기에서 나는 은은하게 발산해오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 중 하나이다. 나는 머리로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그리고 서울에서부터 편지가 왔다. 아는 작가님인데, 그분과 그분의 작품을 좋아한다. 아름답게 빛나는 것 같은 그 느낌이 좋다.

편지의 내용 중, "고난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나도 동감한다.

고난이 없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행복한 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고난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난을 피해갈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매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 어떠한 상황에 처했을 때, 순간적인 집중력으로 그 순간에 대하여 행동을 취하거나, 혹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느껴왔다. 상황에 빠져 자신을 잃지 않는 한, 그 상황은 어떻게든 해결되고 지나간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지해야 한다. 그것이 고난을 바라보는 자세 중 하나일 것이다.


손글씨로 쓰인 편지가 우편을 통하여 왔다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했다. 선물을 받는 걸 좋아하는데, 그 안에 있는 편지가 사실 더 좋을 때가 많은 것 같다. 그 편지들은 내 마음을 울린다. 그 사람의 고유한 마음으로 써내려간 따스함, 그것이 사람을 기쁘게 살게하는 원동력같은 것 아닐까.


그리고 저녁에는 영화 <예언자>를 보았다. 자유로움이란, 어떠한 고난에도 얽매이지 않는 영혼. 대략 그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행복과 자유를 추구하지 않고 그 내용에서 또한 자유로울 것. 행복을 쟁취해야 한다는 추구 없이, 행복과 나란히 길을 걸을 것. 오늘 내가 배운 내용 중 한 가지이다.


오늘 하루, 되돌아보니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많다. 순간만을 살기로 결심한 이후, 과거를 잘 되돌아보지 않았는데, 이러한 방식은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어떠한 방식의 삶이건, 본인이 평화롭고 행복하고, 나아가 그 한 존재의 행복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면 되니까.

외부적인 것들에 얽매여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도 삶에게 감사의 말을 건넨다.


오늘도 내게 생을 선물해준 삶에게 감사하다.


박하리 <rhythms of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