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밀라노
이곳에 처음 왔을 때의
느낌은 정말로 차갑다 정말로 차갑다, 근데 왠지
모르겠지만 따뜻하다. 였다.
도시가 정말 차가운 느낌이다. 엄청 회색이고 사실 파리랑도 비슷한데, 거기에서 색감이 없는 파리의 느낌이랄까?
그런데 사람들에게서는 따뜻한 느낌이 은은하게 있어서 꽤 마음에 드는 도시이다.
여러 지역들을 여행하게 되면, 특히나 유럽은 비슷한 생김새를 지니고 있어서 풍경에 대하여 이미지가 무뎌진다. 각자 도시마다의 특색은 물론 반드시 있어서 그 변화들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긴 하지만, 가장 재미있는 것은 사람과 함께 이야기 하고 교감하는 것 같다.
오늘은 정말 하루 종일 잤다. 그리고 동효 오빠한테 연락이 오고, 대현씨한테도 연락이 왔다. 둘 다에게 고맙다고 느꼈다. 동효오빠는 안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엄청 고마운 친구라고 느껴지고, 대현씨는 안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은 밀도가 가까운 친구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이 시기에 꼭 만나야 하는 사람같이 느껴져서 신기하다. 거스를 수 없는 인연이랄까?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분명히 있다. 그리고 친해지거나 혹은 우리 서로가 서로를 선택했다는 직감이 항상 있다. 그 직감은 틀리지 않는다.
어제 밤에 플릭스 버스와 숙소를 예약하면서 지훈씨를 알게 되었는데, 엄청 선한 사람같이 느껴졌다. 같이 로마로 냉면먹으러 갈까(그 분은 로마로 냉면 먹으러 가시는 분 ㅋㅋ) 하다가 그냥 밀라노로 가기로 결정하고, 같이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회화를 한다고 하자, 자신의 미래의 길이 확실히 있는 것이 아닌 불확실성의 자유를 부러워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분은 회계쪽의 전공이었고, 그렇기에 기업에 들어가서 정해진 길을 걸어야 하는 분이었다.
사실 그 길을 내가 가지 못하는 길이기에 참 회사에 다니거나 기업에 다니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항상 대단하다고 느낀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굉장히 다르지만 그렇기에 더 대단하다고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마저도 본인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
그리고 본인도 아침행 기차를 타야 해서 내가 일어날 시간에 귀 싸대기를 때려서 깨워달라고 부탁하셨다(ㅎㅎ). 아침에 준비를 다 마치고 그분을 깨워드렸는데 진짜 계속 흔들어도 안 일어나시길래 때릴 뻔 했는데(?) 마침 그 순간 깨셔서 한 쪽 볼이 부어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서 살짝 아쉬웠다(?).
아침부터 담배를 피우다가 짐을 옮겨주신다기에 같이 기차역으로 나갔다. 숙소 근처에 폐가에는 이상한 동물 말린 것 같은 시체가 있었는데, 그분은 그 쪽을 최대한 피해서 길 안쪽으로 걸어온다면서 장난을 쳤다. 엄청 유쾌하신 분 같았다.
그리고 플릭스 버스 타는 법이랑 이것저것 기사님께 물어보고 덕분에 나는 정말 편하게 밀라노로 갈 수 있었다. 동효오빠가 소개시켜준 겨냥이라는 중국인 친구분도 나에게 친절을 베풀면서 여러 정보를 주었고 덕분에 나는 밀라노에서 지루하지 않을 여행을 보낼 것 같다.
참 신기하다.
꼭 와야할 것 같아서 온 여행이었고 정말 단순한 마음가짐만을 지닌 채 왔는데, 생각보다 여행은 훨씬 더 다채로웠고 사랑으로 가득찼다. 걱정도 없고 아프지도 않고 모든 나날들이 거의 완벽으로 채워져 있었고 모든 사람들에게 너무나 고마웠다. 하늘에게 기도하면 들어준다는 진리도 다시 깨닫고 있다. 그것에 감사하다.
모든 것은 인연이고 사랑이다. 살아 생전 그것들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