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y of life

베니스 비엔날레 2

by hari

그리고 stanislav kolíbal의 전시를 보았다. 어느 나라 사람인진 모르겠으나, 내가 항상 보고 싶었던 미니멀한 작품들이 있었다. 김각적이고 각이 잘 잡힌 작업들. 자유로우면서도 정돈된 조화가 인상깊은 배열이 참 좋았고, 특히나 작품 제목들이 인상깊었다.


at a given moment

this way or that way

three ways 등.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고 느꼈다. 어느 길로 가든 그 길은 형태가 다를 뿐, 옳고 그른 길은 없고, 모든 순간은 소중하며, 반짝이는 형상과 같은 아름다움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이 느껴졌다.

무엇이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좋다고 느껴지는 작업들.


그리고 베네치아의 전시실에 줄을 서서 들어갔다.


출렁이는 곳을 밟고 지나가는 기쁨!
마지막 영상들. 몽환적인 분위기가 좋았다.

그곳에는 바닦에 물이 깔려 있는 비닐 동굴을 맨발로 밟고 지나가는 설치 미술 작품이 있었는데, 그곳을 지나가며 순수한 기쁨을 느꼈다.

뭐랄까. 가끔은 무엇을 성취하고, 돈을 버는 것에도 커다란 기쁨을 느끼지만, 무엇인가를 직접 듣고, 피부로 느끼고, 노는 행위 자체가 정말 순수하게 기쁘게 다가온다. 그래서 참 좋았던 전시.


이외에도 좋았던 전시가 많았고, 많은 것들을 쓰고 싶지만 솔직히 말해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그 순간들에 너무나 충실했기에 다 지나쳐 버린 것 같다.

너무나 완벽하고 충만한 하루라고 느끼지만, 매 순간이 너무너 짧고 충실히 느꼈기에 그것들 또한 잡아 놓을 수 없으므로 그저 놓아주기로 한다. 지금 이렇게 행복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란 걸 안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 버린다. 그것이 바로 허상한 아름다움이라고 느껴진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눈을 마주치고 우리라는 생명을 느낀다는 사랑의 행위가 허상이 아님을 안다.

언제나 사랑은 충만하고 충실하게 우리 곁에 있는 존재이자 본질 그 자체이다. 나는 사랑을 사랑한다.

한 사람에게 집착하거나 많은 기억을 지니려고 욕심부리는 시기는 지나갔다.

그 시절, 드라마 같이 격정적인 감정들에 매료되어 글을 쓰고 그 행위에 극단으로 행복해하고 우울해했던 때도 물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더 지금의 평화가 좋다.

지금이 좋다.

그리고 정말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라 하면 누군가와 함께 교감을 했던 나날인 것 같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그 순간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나는 현재를 가지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the joy of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