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y of life

베니스 비엔날레 1

by hari

live, love, laugh 베니스, 베니스 비엔날레


2019.6.7


며칠인지도 모르고 사는 것 같다. 이곳에서는 오로지 현재라는 시간만이 존재한다. 그것에 감사하다.


오늘 이태리에서 처음 먹었던 피자, 정말 맛있었고 고소한 식감.
이곳은 야옹이들마저 자유롭다.

여행을 다니느라고 피곤하여 책을 많이 못 읽고 그림을 많이 못 그린다. 그래서 오히려 더욱 지식의 영역이 비어지는 기분이라 내 마음을 청소하는 것 같아서 좋다.


여기는 베니스다.


어제는 니스에서 베니스로 오자마자 너무 피곤해서 숙소 밖을 잠깐 산책했다가 사람들과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들 좋으신 분들 같았다.


베니스는 이상하게 와야만 할 것 같아 무작정 와 버렸는데, 참 감사하게도 지금 이 시점에 비엔날레를 하고 있었다!

고등학생 때 비엔날레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내가 이곳에 오게 될 줄이야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비엔날레에 대하여 어떠한 정보 없이 왔기에 주관적인 해석이 대다수임을 밝히고 싶다. 나는 작품을 관람할 때 일부러 정보 없이 본다. 온전히 스스로 느끼고, 내 내면의 흐름을 느끼고 싶기에.


처음 본 관은 아마 espana 관이었는데, 휘파람을 불고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행위 속에서 내가 하는 명상법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생명'이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고, 휘파람이라는 행위를 통해 우리의 본성, 내면의 목소리와 자연의 흐름을 생각할 수 있었다.


교감하는 듯한 영상
그리고 이 전시 야외에는 물이 흐르는 설치 작업이 있었는데, 작품마다 물소리가 다 다르게 들리고, 물이 튀기는 감각이 참 좋았다.

그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어떤 일이 있건 지금 이 순간에 뿌리 내리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너무 짧고 순식간이다. 충만하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살아있다는 생명을 느끼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따라야 한다.


시원한 물들이 위에서 쏟아져 나왔다!
여기 빵은 딱딱하지 않고 폭신해서 좋다. 치즈도 몰캉하니 참 맛있었고 상추가 있어서 마치 삼겹..아니다^^ 그리고 카푸치노가 참 부드러웠음.
자연의 이미지의 조합이 재미있었다.
여러 이미지를 콜라주 했는데 재미있었다.

그리고 발길 닿는 곳으로 전시를 관람했다. 많은 전시들이 있었지만 내가 영어를 잘 하는 편도 아니고, 확 마음으로 와닿는 작품이 처음에는 없어서 대부분 전시의 배열과 색감, 질감등을 살폈다.


그리고 발길을 옮기다 weather report forecasting future 라는 전시장을 가게 되었는데, 처음 가자마자 너무 좋아서 탄식이 나왔다!


병의 모양들이 자연스러웠다.
가까이서 보니 직접 그린 것 같았다.
생명의 나무같이 느껴졌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좋았다.

자연 속에서 충만해진다는 느낌, 그 편안한은 우리 본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자연 관련된 작품을 특히나 좋아하는 것 같다.


이곳의 전시는 특히나 작품 배열에 있어서 너무나 아름다웠다. 유기적인 식물의 배열, 우리의 본질인 크리스탈의 형상들, 그리고 많은 것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비유적인 배열, 나무 껍데기를 묘사하여 유리에 끼워 넣은 작업, 사방으로 줄기를 내린 생명의 나무, 그리고 전시장 중간에 있는 실제의 나무와 해조류의 형상을 띤 설치 작품. 토지 밑에 은은하게 빛나는 청록빛깔. live, love.

여러 '뿌리'들의 형상들. 말로 표현 못할 이 형상들의 공간이 마치 파라다이스 같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때때로 새로운 것과 편리한 것을 찾아 헤매지만, 실은 가장 본질적으로 행복한 순간은 바로 자연 속에서 뿌리 내리는 것이 아닐까?


식물이 태양을 받고 물을 머금고 바람을 맞으며 자라나듯, 인간이라는 존재 또한 여러 다양한 사람들끼리 서로의 사랑을 받아가며 자라나고 존재하는 것이 세상이라고 믿는다.


아름다운 사람들. 이곳은 에매랄드 빛깔이 잘 어울린다.


이곳은 무척이나 넓기에, 아주 이른 아침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볼거리에 하루가 아주 빠르게 지나간다. 그러다 자연 속에 떠다니는 바닷물의 배를 바라보며 서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노부부를 바라보며, 이런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것들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하고 느꼈다.


그림 서적을 읽으며 행복해 하고 있음

나는 그림이 참 좋다. 피곤하다가도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나 이미지를 바라보게 되면 죽다가도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그 때 진정으로 내가 생생하게 산다는 느낌이고, 온전하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그 사이로 사랑이 싹튼다. 그래서 내가 제일 추구하는 것은 '진정으로 기쁘게' 그림을 그리거나 감상하는 것이다.

사실 모든 물질적인 요소에 집착하지 않고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이해받지 못할 지도 모르지만, 보이지 않는 기쁨을 위해 이렇게 산다는 것이 옳은 것임을 믿는다. 이렇게 살다보면 참 간단하고 단순하다.


이런 생생한 에너지를 지니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과거와 미래의 나를 많이 개의치 않고 순간을 즐기고, 많은 것들을 흘러 보내주고 있는 것 같다. 웃기면 크게 웃고 기쁘면 신난다고 소리친다. 감사하면 감사하다고 말하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말한다. 나를 속이려 하지 않고 상대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지 않는다. 고통이 올 때에 힘들지만 고통을 허용하며 다시 보내주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렇게 살다보니, 사랑이 자연스레 내 마음에서 피어오른다고 느끼고, 자연스레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그것에 감사하다.


내게 온 모든 인연이 대해 소중하고 감사하다고 느낀다. 그들이 일시적으로 나에게 스쳐 지나간다 하더라도 그 순간 만큼은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싶다. 서로 교감하고, 인연끼리 만난다는 것이 의미를 두면 행복하고 기쁘다.


또 다시 다른 관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다가 '샬럿'을 만났다. 갈색 속눈썹의 아이였는데 낯을 가리지 않고 옹알이를 하는 아이였다.


샬럿의 아버지가 나와 샬럿이 베스트 프렌즈라면서 함께 찍어주셨다.
나를 말똥하게 쳐다보며 웃는데 심장 뽀개진다.
계속해서 인사했는데도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아서 바닥에 붙을 뻔 했지만 간신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 아이를 사랑스레 바라보았다. 아이를 바라보는 건 신비롭다. 저렇게 작은 생명이 겁도 없이 귀여운 형상으로 나에게 다가온다는 것과, 완전히 열린 마음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교감한다는 것 자체에서 신비로운 에너지가 피어오른다.

아이와 교감할 땐 절로 웃음이 나오고 행복해진다.

그 아이는 내 얼굴을 가리키며 "빠빠" 하며 옹알이를 하였고, 그녀의 아버지는 내가 샬럿과 베스트 프렌즈라면서 같이 사진을 찍어 주셨다. 아이의 폭신한 팔과 호수같은 눈망울, 폭신한 쿠션같은 물방울만한 손, 그리고 톡 하고 볼록하게 튀어나온 배가 참 좋다.


그 아이와 작별 인사로 하이파이브를 했지만 너무 사랑스럽고 아쉬워서 몇 번이고 뒤돌아서 다시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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