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여행, 사람

by hari


예전에 환승을 해야 했는데, 맨 처음 비행기가 연착되어 직통 항공으로 무료로 바꾸어 편하게 온 경험이 있었다.

이번 유럽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이상하게 환승을 2번씩이나 해야하는 항공편명을 사야할 것만 같았다. 가격이 더 싸지도, 조건이 더 좋은 것도 아니었다.


아웃이 밀라노였는데, 새벽 비행기라서 공항에서 밤을 샜다. 공항 커피숍에서 있었는데, 내 옆자리는 인도 사람과 눈이 보이지 않는 이탈리아 사람이었다.


처음에 인도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으셨다. 평온하보이는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아들 자랑을 계속 하시길래 들어주었다. 나름 재미있었다. 내 이름이 무엇이냐 물으시길래 하리라고 하니까 계속 나에게 하니라고 부르셨다. 그렇다 나는 혀가 짧다. 그래서 한국어도 잘 못 한다.
그 사람과의 만남은 무언가 조금 신기했다. 강물이 흐르듯 삶에서 나타나는 키워드를 따라서 흐르는 편이다. 프랑스에 간 이유도 키워드가 계속 보였기 때문이었다. 요즘엔 인도가 많이 보이는데, 실은 갈 생각은 없고 인연이 인도 관련 된 사람이 꽤 많은 것 같다.


내 옆에 앉아있는 눈이 안 보이시는 분의 내면 또한 인상적이었다.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받아들인 듯 아주 평온해 보이셨다. 웃으시며 이탈리아 어로 말하는 모습에서 평화롭고 평온해 보이셨다. 신체의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하는 내가 가끔 별 것 아닌 거로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그러다가 갑자기 그분이 주무시다가 식은 땀이 나고 고통스러워 하셨다. 걱정이 되어 무슨 일이 있냐고 했더니, 자신의 혈압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창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사람을 불러 달라고 요청했지만, 사람은 빠르게 오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은 이분이 아프다는 것에 엄청 많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기에 계속 팔과 손을 따뜻하게 감싸면서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 밖에 없어서 미안했다.

그리고 응급진이 왔고, 다행히 큰 일은 아니었다.
그분은 내게 감사하다고 했다.

몇 년 간 과거에 불안증에 시달렸던 나에게 가장 큰 감사가 되었던 것은 따뜻한 손길이었다.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도 아니었고, 이해 못 한다는 시선이나 혹은 물리적인 어떠한 방법도 아니었다. 그냥 포옹 한 번이었으면 모든 것이 다 나을 듯이 감사했다.

나는 아직도 그 사람이 고맙다면서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었던 그 목소리가 내 마음 속에 있다. 그 때 당시에 그 사람이 필요했던 것은 물리적인 치료 방식도 있었겠지만 가장 원했던 것은 사랑이었을 것 같다. 내면적인 두려움은 무엇으로도 통계내리거나 잴 수도 없기에 그것의 유일한 치료제는 사랑 뿐이다. 그 빛은 무엇이든 포옹할 수 있다. 체크인 시간이 늦어져 그 분께 미안하다면서 나왔는데, 걱정이 되어 뒤늦게 카페를 다시 들여다 보았을 때 혼자 덩그라니 남겨진 그의 모습을 보며 너무 미안했다.


환승을 처음 해 보았다. 비행기를 놓칠 뻔 했고, 기차 환승 시간이 2분밖에 되지 않아서 미친듯이 전력질주 했다. 이번의 여행은 완벽했지만 교통수단에 있어서는 꽤 힘들었다.

그래도 매 순간에 침착했던 이유는 내가 마지막으로 놓을 수 있는 것들을 놓아주었음에 있었던 것 같다.
환승에 실패하면 다른 표를 사면 된다는 마음 가짐도 있었고 그 이후로 생각이 떠오르면 환상이라는 걸 인지했다. 모든 걱정과 근심은 지구상에 있는 바보같은 환상이고 우리는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 뿐이다. 그저 그것은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여서 잡지 않으면 그만이다.

중국 공항에서는 해야 할 절차가 엄청나게 많았는데,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 어떠한 정보도 없이 그 순간마다 한 사람씩 붙잡아서 물어봐 경로를 지나치다 보니 순식간에 환승 절차를 다 마무리 지었다. 애쓰지도 않고 물 흐르는 듯이 모든 것이 마무리 지어져서 너무 신기했다.



최근들어 더 많이 느끼는 게 있다.
점점 내가 더 단순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에 감사하다. 감사하다고 말할 때마다 세상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기적이라는 것.

모든 조건지어진 것들은 변한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고,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다. 실은 이것마저도 우리 마음 속이 만들어내고 단정지은 것들이다.

누군가가 더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좋은 직장을 가지거나 아니거나, 학력이 좋거나 아니거나, 좋은 애인이 있거나 아니거나,

그런 것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우리에게 똑같이 주어진다. 조건에 따라 존재의 높낮이는 절대로 바뀔 수 없다. 우리는 모두가 같은 인간일 뿐이다. 항상 겸손해야 하고 친절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이 순간만이 유일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을 소중히 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신을 구원해주는 것은 언젠가 올 아주 밝은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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