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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Jun 26. 2019

한 순간의 발걸음이 우리를 연결시킨다.

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이야기는 인도에서부터 시작된다.     


인도에서 자라고 인도에서 태어난 아자는,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함께 생활을 한다. 어머니는 항상 아자에게 “파리에 가야한다.”라고 말한다. 영문을 모른 채 아자는 아버지가 대체 누구냐고 어머니께 묻지만, 어머니는 항상 진실을 감춘다.     


귀여운 아자.

   어느 날, 아자는 학교에서 자신이 물질적으로 가난하다는 걸 깨닫는다.    


   “엄마! 우리 집은 가난해요?”    

   아자는 말한다.     

   하지만 아자의 엄마는 “우리 둘이 있으니까 가난한 것이 아니야.” 하며 말한다.     

   그러나 아자는 진정한 부를 깨닫지 못한 채,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꿈꾼다.     


   성인이 된 아자는, 도둑질과 마술을 직업으로 삼다가, 문득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파리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어떠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위조지폐 100달러와 가짜 여권을 들고 파리로 떠난다. 그의 단 한 걸음으로 그의 인생에 기회가 찾아오고, 그의 삶에 커다란 굴곡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는 어렸을 때 잡지에서 보았던 가구들을 직접 보러 파리의 이케아로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첫 눈에 반한 상대를 만난다. 그녀는 미국인인 마리, 그 둘은 서로 상황극을 주고받으며 친해지고, 에펠탑 앞에서 만나기로 기약한다.     

첫 눈에 사랑에 빠진 둘. 사랑은 국적과 인종, 직업과 역할을 초월한다.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아자.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마리.


   적당한 숙소를 찾을만한 돈이 없는 아자는 이케아 옷장에서 잠들기로 하고, 하필 그 옷장에 문제가 생겨서 아자가 들어있는 옷장은 런던으로 가는 트럭에 실리고 만다!    


   그 이후로 아자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을 겪어낸다. 한 순간의 기회로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을 만나 굉장한 액수의 돈을 얻기도 하고, 죽을 고비도 넘기기도 한다. 고비가 있을 때, 아자는 결심한다. “나의 카르마(업)을 따르겠어.”하고 말이다.     

한 순간의 만남.
그들은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은 채 자신들의 춤을 춘다.



자신의 옛 연인에게 기발한 방식으로 사과를 건네는 르 주.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장면. 모든 사람을 연결짓는 위대한 사랑.


   삶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받아들일 때, 삶은 자신의 편이 되어서 더욱 맑고 성숙한 영혼으로 거듭나게 도와준다. 삶은 우리를 죽이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또한 아자가 ‘운명’을 고정적인 것으로 생각하여 그것을 바꿀 수 없을 상황에 기진맥진해 있을 때, 돌아가신 어머니가 갑자기 나타나셔서 말한다. “운명은 네가 바꿀 수 있어!”하고 말이다.     

삶은 수동적이고 종속적인 것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느끼며 자기 자신이 스스로 걸어나가는 것이 바로 삶이다.


   소위 사람들이 사주를 보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한 순간의 행위를 통하여 자신의 운명은 변화시킬 수 있고, 자신의 선함을 발견했을 때 세상은 자기 자신을 돕기 시작한다. 오직 이기적으로 살면 자기 자신을 파멸하는 것이고, 오직 물질적인 것을 좆다 보면 끝없는 결핍감에 내면의 피폐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나친 욕망은 결코 만족하는 법이 없다. 언젠가는 채울 것이라는 잘못된 망상은 사람을 망친다. 모든 행위에 있어서 나눈다는 것은 자신의 기쁨을 다른 사람에게 채워주고, 또 자신이 그것을 나누어 받는 것이다.     

   아자는 물질적인 보상을 움켜쥐었지만 어느 순간 그것을 포기하고 사람들에게 나눈다.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아자는 내면적인 풍요로움을 선택한다. 인도에 돌아온 뒤 그곳의 사람들이 가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과 사람 간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오래된 인연이 아닐지라도 사랑은 우리의 눈을 밝혀주고, 어떠한 상황이든 우리를 살려주는 사랑. 인연.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아무리 사회가 변하고, 아무리 겉모습이 변할지라도, 우리에게 변치 않는 것은 있다. 그것은 사랑이다. 진정한 사랑은 항상 우리 곁에 있고 영원하다. 그것은 어떠한 시대나 상황이든 자신의 빛을 잃지 않는다.     

   우리는 물질적으로 부유하길 바라고, 안정된 직장을 얻길 바라며, 삶을 고난으로 여기고, 서로 다투고, 경쟁하고, 이기려 하고, 싸우려 하고, 더 많이 얻으려 하고, 조롱하고, 화내고, 너무 사업적이고, 이기적이고, 비난하고, 더 높아지길 원한다. 그것이 바로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사랑의 결핍이다.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이다. 그것들의 아주 깊은 뿌리에는 사랑에 대한 욕망과 두려움이 있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조건을 따지지 않는다. 그것은 그 상태로 온전히 존재하며 우리에게 아낌없이 빛을 선사해준다.     


   어떠한 선택이든 진정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집중할 때, 모든 초점은 사랑에게로 밝혀진다. 그것이 자신이 포기하기 힘든 물질적인 것이든, 혹은 직업적인 것이든 말이다. 처음에는 손해인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안에 피어오르는 꽃을 발견할 것이다. 그 꽃은 기쁨과 아름다움, 그리고 사랑의 꽃이다. 어떠한 사랑도 돈으로 살 수 없다. 어떠한 영속적인 기쁨도 돈으로 살 수 없다. 극적인 성취감과 순간적인 기쁨은 그 순간이 지나면 너무나 빠르고 덧없이 사라지며 더욱 큰 목표와 성취를 바란다. 그것은 만족하지 못하며 너무나 큰 욕심으로 퍼져나갔을 때 공허감으로 발전한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완벽한 성공기를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혹은 기품 있는 자신의 내면을 돌보아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까?    


   어디에 있건 혹은 누구를 만나건 가장 소중히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가 간혹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틱낫한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한 곡의 노래가 순간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 

   한 자루의 촛불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고, 

   한 번의 웃음이 우울함을 날려 보낼 수 있다. 

   한 가지 희망이 당신의 정신을 새롭게 하고, 

   한 번의 손길이 당신의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다. 

   한 개의 별이 바다에서 배를 인도할 수 있다. 

   한 번의 악수가 영혼에 기운을 줄 수 있다. 

   한 송이 꽃이 꿈을 일깨울 수 있다. 

   한 사람의 가슴이 무엇이 진심인지 알 수 있고, 

   한 사람의 삶이 세상에 차이를 가져다준다. 

   한 걸음이 모든 여행의 시작이고, 

   한 단어가 모든 기도의 시작이다.”        


   모든 것은 한 순간에서부터 시작이다. 아자가 한 순간 결심을 해서 파리에 다녀와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킨 것처럼. 그리고 모든 것은 단 한 순간일 뿐이다. 사랑도, 생명도, 존재도 모두 한 순간 속에 있다. ‘지금’이라는 것이 그토록 소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순간이 아닌 과거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마음에는 평화를, 항상 당신의 얼굴에 미소가 있길.


   여러 인종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사람과 사람 간 유쾌하고 따뜻한 면모를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우리 안에 있는 진정한 부유함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영화이다.


   또한 각 시퀀스마다 연결된 사건을 통하여 아자가 그 사건에 대처하는 유쾌한 방식들, 좋고 나쁜 일이 번갈아 가는 재미있는 요소, 각 인물들의 유머러스한 대화를 통하여 관중을 사로잡는 유머적인 요소가 관객에게 기쁨으로 다가올 수 있는 영화이다. 또한 곳곳의 심오하면서도 간단한 철학적인 요소들을 통하여 우리의 삶에 대하여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마지막 장면에서의 타고르의 시를 인용하고, 또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시사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는 7월 18일에 개봉한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느끼기를 원한다면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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