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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면 듣는 말들이 정말 많다. “뭐 먹고 살거야?”부터 시작해서 졸업, 졸업전시, 월세, 직업, 꿈, 기타 등등.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말이다. 대부분 그림을 하면 가난하면서 힘들게 산다면서 나에게 웃으면서 이야기했던 그분이 생각이 나기도 한다. 그분과 같이 스테이크를 먹고 있었는데, 그 스테이크가 유난히 맛없게 느껴졌었다.
이번년도 초에 특히나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한 갤러리의 큐레이터를 했다가 그 곳 분위기와 내가 잘 맞지 않는다고 여겨지자 바로 그 일을 그만 두었고, 아동 쪽의 회사를 알아보았다가 힘들어 지쳐서 나가 떨어졌다. 그러다가 임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말들이 힘들었었다. 그 때에는 나도 내 삶의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사람들을 기피하진 않았다.
두려움이라는 것은 생계와 직결된다. 직장을 잃거나 혹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것은 본질적인 생계 해소와 연결되어 있을 것 같은 가면을 쓰지만 사실 다 부질없는 감정들이라서 그 감정들을 온전히 느낀 다음에 풀어주어야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류시화 시인 책 이벤트를 보았다. 댓글을 참여하면 추첨을 통하여 책을 증정한다는 이벤트였다. 방에서 혼자 시인의 글을 읽으면서 울었던 게 엊그제 같다. 그 때의 나는 뭐랄까, 혼자 절망의 여주인공이 된 것 마냥 조금은 무기력해져 있었다. 왜냐하면 너무 막막했기 때문이었다. 현존의 행복을 매 순간 느끼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약한 인간으로 느끼는 불안과 고통은 피할 수 없었던 시기였다.
정말 운이 좋아서 그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책을 공짜로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책에는 ‘지표’에 대한 글이 나와 있었다. ‘표식. 지표.’ 그리고 나는 그것을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