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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 눈을 보기만 해도 그 사람과의 인연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서로 선택을 했구나,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그 느낌이 항상 있다.
그러다 길에서 우연히 덕호 씨를 마주쳤다. 눈을 마주치자마자 저 사람이 나에게 다가오리라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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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이 절에 갔다. 항상 가고 싶었던 그곳을 처음 갔는데 너무나 편안하고 행복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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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향기롭다는 단어가 그곳에 정말 잘 어우러졌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푸른 잎들이 자신의 방향대로 춤을 추는 그런 곳. 텅 비어버린 공간 속에서도 매끄럽고 총총하게 소리를 내는 종. 맑고 따스한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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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호 씨에게 그곳을 어떻게 알았느냐 물어보았더니, 양귀비의 표식을 따라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라고 말하였다. 덕호 씨는 양귀비라는 지표를 따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