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카담스토리>
* 어떠한 상업적인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며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 담겨져 있고 스포가 있는 글입니다.
일하는 미술관에 한 남자 손님이 왔다. 나이는 20대 초반으로 보였고 소년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피부는 희었으며 앞머리는 길고 갈라진 채 몇가닥 튀어 나와 있었다. 아주 자연스러운 분위기의 그였다.
그는 미술관에 두 번 왔고 그를 보았을 때, 샬리가 떠올랐다. 샬리는 영화 <마카담 스토리>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그 영화를 2015년 12월 25일에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보았다. 그때 당시에는 울적한 분위기들이 나의 모든 정신과 육신에 붙어 있었기에 나 자신이 아주 차갑고 격렬하면서 극단적인, 극의 감정이 오갔던 때였다.
아마 주인공인 마이클피트가 나왔기에 본 영화였다. 몽상가들에서 마이클피트를 처음 본 이후로 그 소년같은 외모에 반하였는데 이 영화에서는 30대 중반의 성인 남성이 되어 있었다. 외모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지만 분위기 자체가 많이 변하였다.
몽상가들에서의 매튜(마이클피트)와 샬리가 오히려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소년이지만 보듬어주고 동생으로 보아야하는 소년의 느낌보다는 어른스러운데 어린척 하는 그런 소년 말이다. 사실 매튜보다 샬리가 그런 이미지에 더욱 잘 부합된다.
이 영화는 프랑스의 독립영화이기 때문에 상업적인 성공을 목표로 두지 않았다. 그렇기에 독립영화관에서만 상영되었던 영화였다. 재작년 크리스마스, 울적했던 마음을 질질 끌고 상영관에서 무거운 자세로 앉아 있었다. 시작부터 차가우면서 우울한 장면. 괜히 들어왔나 싶었던 첫 장면이었다. 밝은 영화를 원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우울한 영화는 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영화를 보고 아주 밝은 표정으로 나왔다. 아주 차갑고 무기력한 분위기와 상이한 행복한 영화였기에. 그 이후로 내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항상(혹은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마카담스토리를 추천해주곤 하였다.
그 때 당시에 영화 수업을 듣고 있었기에 이 내용을 어설프게나마 정리해 보았다. 2016년 중순의 기록이다.
모든 어둠 뒤에는 위대한 빛이 있다.
영화는 차가워 보이는 한 아파트(마카담)의 건물의 쇼트로 시작된다. 하늘은 구름이 껴 흐리고, 낡은 아파트가 보인다. 이 영화는 대부분 쇼트가 짧고, 대화가 거의 없이 간결하게 줄거리로 이어져 나간다. 이것은 배경과 잘 어우러져 차가운 느낌을 자아낸다. 또한 이러한 형식은 고독하고 외로운 느낌이 들게 한다.
이 영화의 배경은 굉장히 차갑지만, 이야기 자체는 따뜻하다. 이 영화는 낯선 사람들이 우연의 한 순간으로 인하여 친해지면서 서로의 상처가 치유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영화의 감독은 ‘사무엘 벤체트리트’이다. 1973년 6월 26일생으로 젊은 나이의 감독이며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영화 <자니스와 존>(2003)이라는 영화를 처음으로 시작하여, <난 항상 갱스터가 되고 싶었다>(2007), <마카담 스토리>(2015) 등의 감독을 맡았다. 또한 그는 감독 뿐 아니라 연기도 하였는데, <백스테이지>(2005), <난 항상 갱스터가 되고 싶었다>(2007), <유, 미 앤 어스>(2012), <레 가젤>(2014)에서 조연과 주연을 맡았다. 그리고 그는 <마카담 스토리>를 통하여 제 26회 스톡홀름영화제 ‘FIPRESCI 국제비평가상’을 받기도 하고, 그 이전 영화인 <난 항상 갱스터가 되고 싶었다> 에서 <제 24회 선댄스영화제 각본상(월드시네마)>을 받기도 하였다.
특이한 점은 이 감독은 마카담 스토리에 나오는 ‘샬리’ 역할의 ‘쥴 벤쉬트리’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쥴은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이 영화에서는 세 쌍의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서로 연관성이 없는 듯이 각각의 시퀀스에서 마주치지 않고 등장을 한다. 즉 옴니버스식의 영화인 것이다. 하지만 따로 분리되어 있는 그들의 이야기들은 공통점이 있다. 외롭고 고독한 사람들이 어느 우연의 순간으로 인하여 ‘함께’가 되었다는 것. 이야기는 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처음에는 ‘스테른 코비츠’라는 남성이 나온다. 아파트의 주민들은 엘리베이터 때문에 불편함을 겪고 엘리베이터를 고치자는 의견을 내지만, 2층에 사는 코비츠는 이를 반대하고 엘리베이터 비용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타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에만 엘리베이터를 타서 나갈 수 있었는데, 밤에 마트 문이 닫자 그는 병원 자판기로 간다. 그 병원에서 우연히 간호사를 만나고 호감을 느낀다. 다리를 다쳐 우연히 병원에 들른 순간 덕분에 그녀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를 보고 그는 포토그래퍼라고 거짓말을 치고 그녀를 사진 찍을 것을 제안한다. 마지막에 그는 그녀와의 약속 날짜에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되고, 죽을힘을 다해 다친 다리로 그녀에게 간다.
다음으로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청소년 남자 ‘샬리’와 아들을 잃고 고독하게 혼자 사는 여배우 ‘잔 메이어’의 이야기가 나온다. 옆집으로 이사를 온 잔 메이어는 엘리베이터 고장의 ‘순간’으로 인하여 샬리와 친해지게 되고 영화를 보며 친해지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존 매켄지’와 ‘하미다’가 나온다. 우주비행사인 존은 하미다가 사는 아파트의 옥상에 잘못 착륙하게 된다. 하미다는 이 아파트의 꼭대기 층에 사는데, 이러한 존의 불시착으로 인하여 그들은 만나게 된다. 아들이 교도소에 있기 때문에 외로운 생활을 지속한 하미다에 있어서 존은 아들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1. 샬리와 잔 메이어가 함께 영화를 보는 장면
잔 메이어는 샬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자신의 젊은 시절 영 화를 함께 본다. 이 장면은 화면 구성이 독특하고 매력 있었기 때문에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이 장면의 한 화면 속에는 모든 것들이 다 담겨 있다. 잔 메이어와 샬리, 텔레비전, 소파, 이삿짐, 그리고 창문 밖의 풍 경들 까지 한 화면 속에 담겨 있다. 후경의 창가의 배경이 초점이 안 맞아서 전심초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러한 화면의 구성으로 인하여 좀 더 몽환적인 느낌을 받은 것 같다.
또한 그들이 보고 있는 영화 <팔없는 여인>(1982)은 실제로 그녀가 직접 연출과 주연을 맡은 영화이다. 이자벨 위페르는 이 작품으로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마카담 스토리>에서는 이 영화가 흑백 영화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컬러영화라고 한다. (모비,「따뜻한 온기를 전달할 마카담 스토리 비하인드 스토리」,『네이버 영화 매거진』, 2015.12.16.)
2. 존과 하미다가 저녁식사를 하는 장면
이들의 대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볼 때에 메모해두었다. ‘모든 어둠 뒤에는 위대한 빛이 있어요.’ 라는 존의 어떻게 보면 뜬금없는 대사가 주인공들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이 느껴졌다. 휠체어를 타고 외로운 생활을 하는 스테른 코비츠, 새벽에 근무를 해서 고달프고 피로가 느껴지는 간호사,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외로운 샬리, 아들을 잃은 잔 메이어, 불시착으로 인하여 갑자기 프랑스에 오게 된 존, 교도소에 아들이 있어 고독한 생활을 하는 하미다. 이들은 어둠 속에 있듯 고독과 외로움, 힘듦을 겪고 있지만, 서로 만남으로 빛을 얻었다는 내용을 이 대사가 함축적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하였다.
3. 1.33:1의 독특한 영화 화면 크기.
이 영화의 화면 크기는 다른 영화와는 차이가 있다. 다른 영화는 대부분 16:9의 화면비율을 사용하지만, 이 영화는 1.33:1, 즉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 비율을 사용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답답해 보이는 화면비이지만, 무언가 더 세련되고 집중되는 화면비이기도 한 것 같다. 또한 요즘 젊은 층이 많이 사용하는 SNS인 ‘인스타그램’의 화면 비율이 생각나기도 하였다.
4. 여배우 잔 메이어를 촬영해주는 샬리
이 장면은 여배우 잔 메이어가 오디션 영 상을 찍는 장면이다. 샬리가 캠코더를 들고 그녀를 찍어주는데, 이 장면에서는 캠코더 속에 있는 잔 메이어의 화면비율을 1.33:1 이 아닌 다른 비율을 사용해서 우리가 마치 샬리가 되어 캠코더를 통하여 그녀를 바라보 고있는 느낌을 주려는 효과를 사용하였다.
또한 이 장면이 인상 깊은 이유는 샬리 의 대사에 있다. 잔 메이어는 오디션 영상을 찍다가 대사를 잊어버리고, 망쳐 버릴까봐 두려워서 하지 못하겠다고 포기하려 한다. 이런 잔 메이어에게 샬리는 “편하게 해요. 그런데 할 거면 제대로 해요. 캐스팅 때문에 말고요. 이 순간을 위해.” 라고 말한다. 그런 뒤 잔 메이어는 마치 자신의 아들에게 말하듯 감정이입을 하여 대사를 읊는다. 여기에서 ‘순간’이라는 단어가 와 닿았다. 우리가 삶에서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 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매 순간순간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순간의 소중함, 그리고 순간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영화의 핵심 소재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안 좋은 상황(순간)에 처해 있었지만, 그로 인하여 따뜻한 만남을 가졌다. 예를 들어 스테른 코비츠는 ‘휠체어 신세’라는 상황에 처했지만 그로 인하여 간호사를 만날 수 있었고, 잔 메이어는 엘리베이터 문의 고장으로 샬리랑 친해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존 매켄지는 우주선의 불시착으로 인하여 하미다와 만나게 되었다.
5. 간호사와 코비츠가 만나는 장면
코비츠는 간호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된다. 가까스로 엘리베이터에서 빠져나와 다친 다리로 힘겹게 병원으로 가는 코비츠. 병원에 도착하니 아침이 된다. 둘은 서로 마주치게 되고, 코비츠는 간호사를 찍는다. 둘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동시에 카메라도 ‘줌인’이 된다. 코비츠는 자신의 진실을 다 말하고 둘 사이의 내적 거리는 더욱 가까워진다. 이와 같이 이 장면은 둘의 내적 거리가 가까워진다는 것을 더욱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하여 줌 렌즈의 초점 거리를 변형시켜 둘에게 접근하는 효과를 주었다.
6.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 (소리)
이 영화에서는 우리가 처음 들을 법한 낯선 소리가 나온다. 바람 소 리 같기도 하고, 공포영화의 효과음 같기도 하다. 주인공들은 이 소리 를 가지고 제각기 해석을 한다. 아이 울음소리, 악령의 소리, 호랑이 소리 등 주인공들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 놓는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 에는 소리의 진실이 나온다. 그것은 넓은 공원에 버려진 철문의 소리 였던 것이다. 이것은 마치 하나의 주제(쇠문)에서 여러 가지 스토리(소 리에 대한 해석)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한 것 같아서 인상 깊었 던 장면이다.
‘마카담 스토리’의 원제는 ‘아스팔트’이다. 이 제목은 차가운 도시의 이미지를 불러일으키지만, 영화 내용은 차가운 도시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이다. 한 순간의 불시착으로 인하여 새로운 인연이 생기고, 그 과정 속에서 상처가 있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치유를 받는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상처와 고독과 외로움이 있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의 만남으로 인하여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치유를 해주는 과정에 대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