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육공육

by hari

2017.6.6

1. 요즘은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걱정과 우울과 불안이 없는 시기인 것 같다. 일년 전에 썼던 텀블러 글을 읽어보다가 껐다. 속이 메스꺼울 정도로 불안정한 내가 있었다.
2. 이틀 전인가? 꿈에 내가 보고싶어했던 인물이 나왔다. 실은 그렇게 많이 보고싶은지는 모르겠다. 원래는 2순위였지만 이제는 1순위로 좋아했던 인물로 바뀐 사람과 닮은 아이를 만났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보고싶다는 말 조차 미안하다. 그 아이 자체를 좋아하는 것도 있겠지만 과거의 사람을 그 아이에게 입힌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워 보고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3. 과거의 그 사람은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다. 대범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지만 아주 침착하고 신중한 면도 있었다. 그 사람과 밤에 헤어질 때 그 사람은 내가 떠나 버릴까봐 불안했는지 항상 '연락할게.' 라고 습관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자신은 나를 절대 떠나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다. 내가 그 사람을 여러 번 떠나려다 곁에 있으려고 마음 먹었을 때 그 사람은 떠났다.
4. 내가 조심스럽게 사랑했던 사람과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약 두 달 전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바로 떠난다고 말했다. 애매한 건 싫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내가 자신을 떠나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말하였다. 나는 말했다. "나는 절대로 오빠 떠나지 않아." 그리고 한 달 뒤 우리는 집 앞에서 만났고 나는 그 사람을 보내고 싶지 않아 너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 사람이 그 이유가 섹스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 사람을 떠났다. 나는 감정이었다.
5. 오늘은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잤다. 여러 개의 꿈을 꾸었다. 정신이 몽롱할 때 얕은 잠에 들어 꾸는 꿈은 현실과 분간하기 어렵다.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내가 겪은 일인지 착각이 온다. 오늘도 그러한 꿈을 꾸었다. 하루가 길다.
6. 베끼는 것과 체득은 다른 것이다. 이미지를 따라하는 것과 마음에서 우러져 나오는 이미지를 그리는 것 또한 다르다. 누군가들이 주위의 좋아보이는 걸 베끼는 행위를 할 때마다 보기가 싫다. 가끔은 내 것들을 베끼는 것 조차도 너무 싫다. 있어보이는 것과 좋은 것은 다르다. 있어 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의 다른 뜻으로는 '없을 수도 있다.' 라고 들린다. 실은 없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 그 사람은 있어보이는 사람 같다.
7. 어떤 사람이 나에게 잘해줬든 못해줬든 내가 좋아했든 안 좋아했든 나를 지나갔던 사람들을 한 번 이상은 꼭 생각한다. 한 사람당 한 번 쯤은 꼭 생각하는 것 같다.
8.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내 수치심까지 다 파악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9. 목적없이 사는 삶이 좋다. 가끔 우리는 우리의 위치를 잊어도 되는 것 같다.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현재를 살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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