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2023년 7월) 신생아에게 뇌성마비 장애를 입혔다며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그리고 이 달에는 심장수술한 소아환자에서 발생한 후유증으로 흉부외과 의사에게 9억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알려졌다.
"돈보다 생명을"
보건의료노조가 항상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생명이 돈보다 중요하다면 돈으로 생명을 보상한다는 개념 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
이정도 액수면 생명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될까요?
??? : 생명을 돈주고 사려고 하는겐가. 생명을 모욕할 셈인가! (라고 꾸짖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이었다)
좋게 생각해서 돈으로 생명을 어느정도 보상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생명의 금전적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 평가기준이 뭘까?
판사들은 의사가 수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에서 배상액을 환자가 생애 벌어들일 수 있는 소득을 기준으로 잡았다. 생명의 가치를 환자가 평생 벌어들일 수 있었을 소득으로 계산한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가 시행한 의료행위의 가치도 동일하게 그가 구한 생명의 가치를 근거로 측정되어야하지 않나. 그게 맞는거 아닌가.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이니깐?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조금 극단적으로 비유해보자. 내가 1억원이 든 지갑을 잃어버렸고 지갑을 찾아준다는 사람이 흥정을 제시한다면 나는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상황에 따라 지불할 수 있는 한도는 다르겠지만 대개는 1천만원에서 9천만원 사이의 비용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절도범으로 몰릴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배상금을 백만원 이백만원만 주겠다고 그것도 많다고 지갑 찾아달라고 하면 지갑을 찾아줄만한 가치가 있을까. 사람의 선의를 믿는다면 찾아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억울한 사람이 절도범으로 몰리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고작 백만원 이백만원에 1억원 지갑을 찾아주는 사람은 없어질 것이다.
소위 말하는 필수의료, 환자를 살리는 전공을 하는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보수에도 의업을 지속하는 이유는 보람과 자부심일 것이다. 환자들이 감사해하고 동료들이 존경한다면 돈은 조금(조금?) 적게 받아도 이 업은 계속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환자는 소송걸고 동료들은 불쌍해한다면 이 업을 계속할 가치가 있을까.
환자의 생명이 돈보다 중하고 치료가 잘못됐을때 배상액이 10억에 달해야한다면, 치료비용 또한 그에 걸맞게 책정되어야 한다. 그게 맞다. 그러나 배상액은 판사가 정하고, 동시에 치료비용은 보건복지부의 건정심이 정한다. 한쪽은 생명이 비싸다고 하고 한쪽은 생명이 싸다고 (치료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한다.
생명의 가치를 법원과 보건복지부 양쪽에서 정해주는 셈이다. 그런데 양쪽이 서로 말이 다르다. 정부는 적게 받아야 한다고 하고 판사들은 많이 내라고 한다. 의사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하나.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은 싼거냐 비싼거냐. 둘 중 하나만 하시던가요.
의사정원, 나는 솔직히 고령화 때문에 의사가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의대정원은 늘리는게 맞지 않을까. 하지만 동시에 의사들이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이유에도 100%, 아니 120% 공감간다.
왜냐하면 의대정원 증원에는 수가를 묶고 비인기과는 계속 비인기과로 머물러있게 해도 된다는 저열한 의도가 밑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비인기과 지원? 말만 대접해줘야한다 지원해줘야한다 필수의료를 살리겠다 이러지만 수가는 1.6% 올려주면서 비인기과 살리겠다고 하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함?
사실은 의대정원도 늘리고 수가도 대폭 늘리는게 맞다. 하지만 절대로 둘 다 하지는 않을거잖아. 의대정원만 늘리고 수가는 안 늘리고 싶잖아. 전자는 의사만 조지면 되지만 후자는 전국민 건보료를 몇십%는 올려야 하잖아. 둘 중 뭐를 할 수 있고 뭐는 할 수 없는지는 의사도 알고 국민도 알고 정치인도 안다.
수가는 쥐꼬리, 비인기과 안 간다고 의대정원은 늘려야한다고 하면서 법원은 거액 배상 판결. 나보고 어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