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2시 열렸던 스튜디오뿌리의 '메갈 손가락' 설명회에 유저가 한명도 오지 않았다고 여러 언론에서 비판했다.
나는 이 비판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오후 2시 한가롭게 설명회 같은거 듣겠다고 시간 낼 수 있는 젊은 남자는, 평범한 남자 중에는 없다. 비판하는 이들에게 진짜 설명을 하고 싶었으면 저녁 8시로 잡아야지 오후 2시에 오라면 평범한 남자는 오지 말라는 말 아닌가.
기자들이야 오후 2시에 시간내서 설명회 참석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청년들은 평일오후2시에 설명회가 열리면 참석하지 못한다.
이번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제안까지 받은 나도 오후2시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젠더 갈등과 관련된 여성 운동은 2000년대 대한민국에서 정체성 정치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목소리를 강하게 낼 수 있었던 것은, 취업과 진로에 대한 절박함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여성이었다.
경제활동에 대한 압박이 심했던 남성들은, 특히 '평범'한 남자들은 여기에 대해 목소리를 낼 기회가 구조적으로 차단되어 있던 것이 현실이다. 나 마저도 그렇다.
2022년 대선에서 젊은 남성들의 목소리가 주목받았던 것은, 그동안 구조적으로 외면받았던 젊은 남성들의 정치적 대리인을 찾고자 하는 니즈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동안 있었던 젠더갈등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너무 부족한 실정이라는 사실이다.
일부 작가들이 이대남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고는 있으나, 현대철학(특히 포스트모던)에 대한 적개심이 강한 작가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한계다.
하지만 세계적인 페미니즘 운동과 그 흐름은 현대철학을 근거로 두고 있다. 현대철학적인 근거 없이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을 비판하면, 페미니즘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근거가 빈약하다'고 보여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한국의 여성운동은 현대철학, 특히 포스트모던 철학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내가 그동안 브런치에 게시해왔던 글들은, 그래서 현대철학에 이론적인 기반을 두고자 노력했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이 봐도 흥미로운 글을 쓰고 싶다. 현대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읽힐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