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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서평

by 박지용


모든 사람이 같은 1표를 갖는 민주주의, 여기에 회의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런 내용일줄 몰랐다. 적당히 죄 지은 청년이 참회하는 내용일거라 생각했는데 굉장히 심도있는 내용을 다뤘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소설가가 아닌 철학자로 분류되기도 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었다.


내가 철학에 대해 평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19세기의 유럽 대륙철학은 '나폴레옹에 대한 해석'과 '무신론' 두 가지가 전부라고 생각한다. '죄와 벌'은 이 두 가지를 다룬다.


이전에 다른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재미있게 읽어줬던 아내여서, 이번에는 아예 처음부터 책을 같이 읽었다. 나는 종이책, 아내는 전자책.


처음 300페이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정말 읽기 힘들었다.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인물들은 전부 정신병자들이다' '이게 왜 대작이지? 나중 가면 대작인 이유를 이해하게 되는건가'


같이 불평하던 아내였는데 상권을 먼저 다 읽더니 갑자기 호들갑을 떤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천재라고 어쩔줄 몰라한다. 나보고 빨리 읽으라고 난리였다.


나도 힘들게 꾸역꾸역 상권을 마저 다 읽었는데, 와 도스토예프스키는 천재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천재적이었지만 이건 한방에 머리를 크게 맞은 느낌.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이 도스토예프스키를 극찬했었는데, 소설인데도 문과가 아닌 이과가 읽으면 더욱 충격받을 내용이라는 느낌? 이과 취향이라는 느낌이었다.


하권은 반면에 좀 더 인문학적이면서 도스토예프스키 특유의 종교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지만 ,, 결론적으로 문과 쪽보다는 이과 쪽 사람들이 더 좋아할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내도 (여자치곤)완전 T 성격에 전형적인 이과출신이어서 나만큼 이 책에 공감할 수 있지 않았나 싶고, 이래서 내가 아내랑 결혼했지 하는 생각도 .. ㅎㅎ;


책에는 이것 말고도 안티페미니즘 적인 내용도 있었고, 조던 피터슨이 떠오르는 내용, 한때 열심히 하던 소개팅 어플이 떠오르는 내용까지 하여간 재미있는 내용이 많았다.


19세기 역사와 철학적인 흐름을 알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그런거 모르고 2025년에 읽어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글 두세개 정도 더 써볼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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