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금 일기
백수 생활 4개월 차 오늘은 네 번째 면접을 보고 왔다.
경쟁률은 2:1로 월요일 오전에 연락을 주겠다 했다.
다음 주면 두 군데 모두 결과가 나와서, 백수생활이 유지될지 결정 날 예정이다.
면접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애매한 포지션에, 1차 산업에, 애매한 기간이다 보니 구인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다.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지난번 다녔던 회사처럼 공기업 느낌이 날 것 같다.
사수 없어 신입들 금방 나가고 고인물만 남고 사람들 무난해서 스트레스 없고 연차 쓰기 쉽고 연봉 협상 잘 안되는데 회사는 짱짱한 느낌.
어차피 어제 본 인턴십도 3개월이고 오늘 보고 온 곳도 3개월짜리라서 뭐가 되던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기회가 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오는 것도 아니고, 온 기회라도 잘 잡아보자.
작은 자리라도 내가 열심히 하면 더 큰 기회로 화답하겠지.
만약에 다 떨어지면 잡지 열심히 만들라는 계시라고 여기지 뭐. 어쩔 거야
오늘 면접관도 포트폴리오의 구성이 깔끔하고 잘 조직되어 있어 잘 봤다는 평을 남겨주었다.
뿌듯함이 백배가 되었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 역시 꾸준히 준비하길 잘했다.
우울증과 무기력증으로 힘든 나날들을 깨어나는 봄의 새싹처럼 이겨내 왔다.
한참 심할 때는 회사에서 앉아있기만 해도 눈물이 계속 나서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잘 대해주고 내가 일을 못하는 건데 내 개인적인 감정을 여기까지 끌고 오는 게 한심해 보였다.
그만큼 나는 병들어있고 내 안의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마치 아주 약한 유리막에 쌓여있는 것처럼 내 몸 안에 흐르는 눈물들이 그 안에 가득 찼다.
나는 왜 살아야 하지?라는 말이 머릿속에 가득 차면서 심하게 위태로웠다.
그랬던 내가 쾌활하고 당차 보인다는 칭찬을 받다니.
이제 예전처럼 웃을 수 있고, 마주할 수 있고, 화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너무 아플 때는 남들에게 화낼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내 부족함을 탓하고 어쩌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이 사라졌으면
인생이 리셋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백수생활, 재취업, 폐업브이로그들을 연달아 시청했다.
열심히 보다가 취업성공 썸네일에 관심이 시들해지는 내가 좀 웃겼다.
뭔가 요령이 있었을까? 어떻게 탈출했을까? 무슨 심경일까?
궁금하고 부럽고 거리감도 멋대로 느꼈다가 이랬다가 저랬다가.
나도 안다 거기에 답이 없고 그 사람들도 뾰족한 요령이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도 알면서도 자꾸 그런 콘텐츠를 보는 것 같다.
혹시 저 사람은 다를까 나랑 어떤 게 같고 나는 잘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험한 세상에서 유약한 나 홀로보다는, 일상공유와 댓글로 삼삼오오 의지하는 것 같다.
커뮤니티 대신에 같은 관심사로 말문을 트고 안부를 전하면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말소리에 울고 웃는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