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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안제 Nov 02. 2024

똑 부러지게 말은 잘하는데 공부는요?

Ft. 뇌 과학적 이해

이웃에 지원이라는 여자아이가 있었어요. 아이는 정말 말을 잘했어요.

아빠 엄마는 일하러 다니고 할머니께서 주로 양육을 한 아이인데

네다섯 살 즈음에는 주위에서 '영재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말을 참 잘했어요.      

"할머니, 나는 자라서 뭐가 되고 싶어요?"     

"지원이는 뭐가 되고 싶은데? 그걸 왜 할머니한테 물어?!"     

"할머니가 맨날 나랑 살고 있잖아요!"      

동네 아줌마들은 지원이를 보고 "쟈는 커서 뭐가 돼도 될 거야!"라고 말했어요.      

그러다 우리는 이사하게 되었고 그 아이를 잊고 살았어요.      

학습 코칭을 받는 아이 가운데 가끔 말 잘하는 아이를 만나면 지원이를 떠올리면서

'어떻게 자랐을까? 공부는 참 잘하겠지?'라고 생각하곤 했어요.      

얼마 전 그 동네에 친구를 만나러 갔어요. 동네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친구가 말했어요.      

"혹시 지원이 기억해?"      

"지원이? 걔가 누군데?"      

"왜 말 엄청 잘하던 애 있잖아."      

"아, 걔! 왜? 영재원에라도 갔어?"      

친구는 손사래를 치면서 "무슨, 우리 애랑 같은 반인데 학습부진아래. 심각하대."      

"우리는 영재가 될 거라고 당연히 생각했잖아? 진짜 의외네."      

 그 뒤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지만,

머릿속에서는 지원이 생각이 계속 남아 있었어요.   

   

실제 학습 코칭 현장에서는 초등 저학년의 경우 지원이 같은 아이들을 드물지 않게 보게 돼요.

이런 아이들의 공통점은 보통 책은 거의 읽지 않고 어른과 대화를 많이 하며 부모가 바빠서

 미디어 시청 시간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답니다.   

   

흔히들 엄마와의 대화가 아이의 뇌 발달에 좋다고 하죠.

어린이 프로가 아닌 드라마나 어른들을 위한 미디어에 나오는 대화나 어른들과의 대화는

종종 아이의 어휘력을 빠르게 성장시켜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의 뇌 발달 단계에 맞는 대화가 더 필요하다는 사실이에요.

아이가 발달 단계를 뛰어넘는 어휘력을 구사하는 것이

똑똑하게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거죠.      


이 경우 보통 뇌가 불균형하게 자라는 경우가 많아요.

언어 영역을 관장하는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 같은 부분은 잘 발달했지만,

읽기와 쓰기에 필요한 영역은 상대적으로 덜 발달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어요.       

그 결과 읽고 이해해서 처리해야 할 학습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죠.

많은 시간 미디어에 노출되면 아이들은 시각 피질 자극으로 빠른 이미지 처리 능력은 좋아지지만,

반대로 학습에 필요한 정적인 이미지 분석이나 세부 사항 주목 능력은 부족해져요.   

    

전전두엽의 주의 조절 시스템도 흥미로운 것에만 '선택적'으로 발달해서 지속적이고

자기 조절적인 집중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거죠.      

학습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기억력 창고인 '해마'는 단기 정보 처리에는 강하지만,

복잡한 문제 해결이나 장기 기억 형성에 필요한 깊이 있는 정보 처리 능력은 부족해요.      

이 모든 것이 지속적이고 과도한 미디어에 노출된 아이들이 보이는 특징이죠.

이렇게 고르게 발달하지 못한 뇌는 단순한 문제 해결 능력은 있지만,

자기 조절, 계획 수립, 목표 지향적 행동 같은 고차원적 기능은 당연히 미숙해

혼자 학습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거예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렇듯 균형 있게 발달하지 못한 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의외로 단순해요.

뇌 가소성을 이용한 다양한 자극으로 새롭게 '뇌 지도'를 그려 넣으면 된답니다.       

초등시기는 제2의 '뇌 변신기'로 균형 잡힌 활동과 경험은 새로운 시냅스를 발달시켜요.

특히 뇌를 골고루 자극하는 독서는 정말 중요해요.       

읽기와 쓰기 활동으로 언어 관련 뇌 영역을 고루 발달시키고,

그리기나 퍼즐로 시각-공간 능력을 키우는 자극도 필요해요.

주의력 훈련과 독서 습관으로 집중력과 정보 처리 능력을 키우고

보드게임으로 전략적 사고와 실행 기능을 길러주는 게 필요하답니다.      

부모와 함께 이뤄지면 더욱 좋고요. 좋은 선생님의 도움도 필요해요.

이렇게 균형 있게 뇌 발달을 도와주면 전반적인 학습 능력이 크게 향상될 수 있어요.    

  

지원이처럼 어릴 때 할머니의 양육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는 것은 뇌 발달에 좋은 기회죠.

그 좋은 경험이 '책을 읽는 것과 함께 이루어졌다면 과연

학교 다닐 때 학습 부진 문제가 생겼을까?'라는 아쉬움이 생겨요.

 그리고 바쁘신 엄마를 대신해 미디어 교육과 TV 시청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언어 능력은 좋아질 수 있었겠지만, 학습에 필요한 다른 중요한 뇌가

골고루 발달할 기회를 잃어버린 거죠.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긍정 1이면 부정은 9라고 할 만큼

장기적으로 잃어버리는 게 많답니다. 꼭 기억해 두세요.    

 

지원이 경우를 봐도 그렇고, 게임 때문에 문제가 되는 청소년들의 생활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이야기죠.

미디어의 강점은 인정하지만, 활용시간은 최대한 짧게 하기를 추천해요.

계획적으로 시간제한이 어려우면 오히려 보지 않게 하는 것이 더 낫고요.       

우리 아이들의 균형 잡힌 뇌 발달을 위해 오늘부터 매일 15분씩 아이와 함께 책을 읽거나,

주말에 보드게임을 즐기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지원아, 엄마랑 동화책 읽어볼까? 엄마가 동화책 읽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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