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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안제 Nov 11. 2024

투명 고릴라 실험

Ft. 뇌의 주의력 안배

며칠 전, 코칭 수업을 하는 4학년 지혜를 카페테리아에서 보았어요. 

지혜는 휴대폰을 보면서 앞도 확인하면서 제 쪽으로 오고 있었어요.       

저와 눈이 마주치자 지혜는 저를 보며 손을 흔들었어요.(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이는 저를 지나쳐 휴대폰을 보면서 뛰어가버리는 거예요.      

‘어라, 못 봤나? 분명 나를 보는 것 같았는데?’      


다음날 저는 지혜에게 물었어요.     

“지혜야, 어제 카페테리아에서 뭐 했어?”      

“어! 선생님, 저 카페테리아 간 것을 어떻게 아세요?”      

“어제 선생님도 카페테리아 갔지.”      

“그럼 왜, 저 아는 척 안 했어요?”      

“나를 보고 있길래 손을 흔들었어. 근데 그냥 가버리던데?”      

“진짜요? 나는 선생님을 못 봤는데···.”      

지혜는 저를 못 믿겠다는 듯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거예요.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TV에 빠져있을 때, 옆에서 뭐라고 해도 모른다고

속상해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죠?       

사실 이런 현상은 아이들에게만 국한된 건 아니에요. 

어른들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몰입하고 있을 경우에는 

주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디지털 기기 사용이 우리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돼요.      


이런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재미있는 실험이 있어요. 

바로 1999년의 '투명 고릴라 영상 실험'이에요. 

이 실험에서 연구자는 관찰자들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져요      

"영상을 보여드립니다.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 공을 몇 번 패스하는지 세어 보세요."


https://youtu.be/vJG698U2Mvo

투명 고릴라 실험


이 질문을 받은 관찰자들은 흰옷 입은 사람들이 공을 몇 번 패스하는지에만 집중하게 되겠죠?      

영상이 끝나고 나면 연구자는 이렇게 물어요.      

“이 영상에서 고릴라를 보았나요?”      

실제로 영상 중간에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이 지나가거든요. 

그런데 놀랍게도 절반 정도나 되는 사람들이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고 해요. 

      

이 실험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건 뭘까요?  바로 우리 눈이 모든 것을 다 보는 게 아니라, 

집중하고 있는 것만 주로 본다는 거예요. 이러한 능력을 ‘주의력’이라고 해요.       

뇌과학자들은 이를 '선택적 주의'라고 부르는데요, 

이는 우리 뇌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중요한 것만 골라내는 능력이에요. 

특히 '주의력'은 '학습'과 연관성이 아주 높아요.    

   

주의력이 높으면 필요한 정보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정보는 제외할 수 있어,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해지죠.      

'고릴라 영상 실험'처럼 주의를 집중하지 않으면 두 눈 뜨고도 알아차리지 못하죠. 

지혜도 저를 본 게 아니라 제가 있던 방향이 출구 쪽이라서 방향만 확인하고 

계속 핸드폰에 주의를 집중한 거죠. 

     

이런 주의력은 뇌의 어느 부분과 관련이 있을까요?  

뇌과학자들은 '전두엽'과 '두정엽'이라는 부위가 중요하다고 말해요. 

전두엽은 뇌의 앞쪽에 있는 부분으로, '집중력'과 '자기 뜻의 결정'을 담당해요.       

두정엽은 뇌 윗부분에 있는데,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해요. 

이 두 부분이 협력해서 우리가 무엇에 주의를 기울일지 결정해요.      


아이들의 뇌는 성인 뇌와 달리 아직 발달 중이에요. 

특히 전두엽은 20대 초반까지도 계속 발달한다고 해요. 

그래서 어른보다는 아이들이 주의력 조절에 어려움을 겪어요.       

주의력은 의도적으로 조절되지 않으면 산만한 아이가 되기 쉬워요. 

하지만 뇌는 계속 변할 수 있는 '가소성'이란 특성이 있어서 

적절한 훈련과 환경을 통해 아이들의 주의력을 키울 수 있어요. 


그렇다면 주의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규칙적인 운동과 질 좋고 충분한 수면, 감사일기, 감정 일기, 독서 등이 있어요.  

운동은 전신과 뇌에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수면 중의 뇌는 그날 배운 정보를 정리하고, 

뇌를 청소해서 새로운 활동을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죠.  

특히 초등학생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으로 '감사일기'와 '감정 일기'를 추천해요. 

'감사일기'는 하루 동안 있었던 감사한 일들을 적어요. 

이는 아이들이 주변 환경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한답니다. 

'감정 일기'는 하루 동안 자신이 느낀 정서를 기록해요.

 이는 아이들이 자신의 내면에 주의를 기울이는 훈련으로 

자신의 기분 상태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게 되는 거죠.      

독서는 주의력 발달뿐만 아니라 아이들 뇌 발달의 모든 부분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에요.

아이들 신체나 뇌 발달에 전체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특히 '감정'과 '주의집중력'을 조절하는 전두엽 발달에 좋아요. 

     

이런 활동들은 지속적이어야 해요. 하루이틀 해서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 

꾸준히 반복해서 습관이 될 때 비로소 변화가 일어나거든요. 

마치 꾸준히 운동을 해야 몸이 조금씩 변화하는 것처럼, 주의력도 지속적인 훈련으로 키워진답니다.     

 

지혜가 카페테리아에서 저를 보고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는 어쩌면 일상에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아이들을 위해 가족이 함께 노력하면 예리한 주의집중력을 키울 수 있답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 같은 작은 세상에만 빠지지 않고 현실 세계의 

'투명 고릴라'도 발견할 수 있는 날카로운 주의력이 발휘되는 아이로 자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혜야, 앞으로는 선생님, 잘 알아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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