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학년, 방학을 앞두고 결국

친구가 아니면 학폭은 없다? 학교는 상상 그 이상

by 마더꽉


여자애들중에서는 터프하다는 평을 받는 첫째라 툭하면 학폭을 연다는 요즘 학교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이것조차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친한 친구는 아니여도 싸움만 하지말자는 생각으로 초등 1학년을 무사히 마치나 싶었는데, 해가 넘어가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사건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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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A언니가 만날때마다 째려보고 어깨로 치고 지나가. 어제는 그만하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무서워서 못했어. "


"얼마나 됐어? "


"급식실이랑 방과후에서 다섯번정도...?"




A언니는 수개월 전 놀이터에서 처음 알게됐다. 작년 여름, A언니의 오빠와 장난을 치다가 근처에 있는 물병을 던졌다는데, 알고보니 그 물병은 A언니의것이였다고. 저 멀리서 언니가 내 물병인데! 하면서 화를 내며 달려왔고 사과할 틈도 없이 다시 씩씩 거리며 가버렸다.



(특히 타인의) 물건을 던지는 건 이유 불문하고 잘못된 일이라고 나무랐지만, 이미 가버린 아이와 대화를 할 틈은 없었다.



그렇게 흘러간 줄 알았는데 해가 바뀌면서 마주칠 일이 생겼고, 말없이 아이를 치고 가거나 눈을 부라리면서 지나갔다고 한다.



"언니한테 사과했어? 주변에 어른들은 없었어?"


"아니 사과는 못했고.. 그냥 엄마가 말해주면 안돼?"


"그 언니랑은 그때 마무리가 안됐잖아.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다음번에 마주쳤을때는 그때 미안했었다고 사과를 하는 게 먼저야. 네가 해보고 받아주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한테 그런 행동을 하는것도 옳은건 아니지. 하지만 옳고 그른것과 상관없이 그 언니는 속상했고 너는 사과를 해봐. 할 수 있는데까지 하는거야. 사과를 하고나서도 계속 너한테 안좋은 행동을 한다면 그건 어른들이 개입할 수 있도록 엄마가 요청할게."


".... 알았어..."



아이는 6살까지는 사과를 하지 못하는 아이였다. 잘못했다는 걸 알아도 자존심이 세서 울거나 얼굴이 빨개지던 아이. 미안함을 알아도 입밖으로 못 꺼내던 아이, 반복 훈련으로 7살부터는 조금씩 사과를 하기 시작했고, 8살부터는 먼저 미안하다는 말도 할 정도로 좋아졌다. 무서워하는 것 같았지만 아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엄마, 오늘은 그 언니 못 만났어..





다음날이였다. 언니를 마주치면 사과를 먼저 해보라고 했고, 아이는 마음의 짐인지 각오인지 모를 것을 잔뜩 안고 하루종일 긴장하며 다녔을 것이다.



나는 그 사이에 꼭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시간대의 방과후선생님에게는 미리 상황을 말씀을 드려놓은 상태였다. 아이는 나에게 말하기 전 그 선생님께 먼저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어쩌다보니 말을 못하고 있었다는 고백이 있었으므로 내가 밝히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일단 아이가 먼저 사과하는지 지켜봐주시고, 상황이 해결이 되지 않았다면 중재를 부탁드려야될 것 같다고 하려고 했는데, 선생님께서 먼저 말씀하셨다.



"저한테 말했으면 일찍 시도했을텐데! 제가 A한테 설명을 해주고, 사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볼게요. 잘 되면 문자를 한 통 남기고, 안되면 전화를 드릴게요."



A언니와 아이가 100% 마주치는, 그 날이 왔다.


잘 됐어요, 라는 문자 한통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오후. 문자 대신 벨소리가 들렸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걸까?



"어머님! 유니가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었을까요? 얼굴이 불퉁해서 왔어요."


"그렇진 않았을텐데..어떻게 됐나요?"



감정을 감추는데 능숙하지 않은 초등1학년 아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아이는 긴장되는 상황을 머릿속에서 반복하며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제가 A에게 설명을 하고 유니가 오기를 기다렸어요. 이러이러해서 사과할 기회가 없었대. 하고 둘이서 마주보게 했는데 말이 없었어요. A가 거봐요! 사과할 마음이 없잖아요! 하길래 유니에게 대신 사과해줄까? 물어보길래 끄덕끄덕 하더라고요. 서로 손을 꼭 붙잡고 화해했어요. 끝나고 친구들이 왔을 때 웃으면서 장난치는걸 보니 기분나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였나보더라고요."




아이가 직접 사과의 말을 하진 못했지만, 결국 잘 해결됐다는 이야기였다.



이제껏 나는 누군가의 말을 대신 전달해주고, 사과한다는 방법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였는데, 많은 아이들을 겪어본 선생님이 해주셨으니 마무리가 됐구나 안심이 됐다.



부채감을 지니고 학교에 갔을 아이의 입장에서는 빨리 해결돼서 다행이고, 수개월간 묵은 감정을 지니고 있던 아이에게도 잘 된일이라고 생각했다.



거봐요! 사과할 마음이 없잖아요! 라는 A의 말에서 진심어린 사과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었겠구나 싶더라. 애초부터 다툼이 없는게 가장 좋았겠지만, 상처없는 삶은 있을 수 없는터라 이런 과정은 언젠가는 꼭 필요했을 것이다.



그 날 집에 돌아온 아이는 먼저 그 일을 꺼내진 않았다. 나는 슬쩍 물었다.







그 언니랑 어떻게 했어?





"사과했어.."


"언니가 뭐라고 했어?"


"손을 꼭 잡았어."


"이 주제에 대해 더 말하고 싶지 않구나?"


"응"



내가 좀 더 되바라진 엄마였다면 그게 언젯적일인데 내 아이를? 하면서 학폭으로 걸고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요즘 툭하며 그렇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하지만 그건 일을 키우는 일이고 아이가 일을 해결하고 사람을 마주하는 태도를 망치는 길이다.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아이다. 유아시기부터 감정 동화만 읽어도 질색을 했다. 따뜻한 애정표현도 어색한지 익숙할 수 있도록 말과 행동으로 계속 꺼내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부정적인 것은 더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 감정을 잘 알고 표현할 줄 알고, 그것을 오롯이 감당하거나 즐기는 것도 살아가면서 아이의 몫이 될 것이기에 조금이라도 말랑한 어릴적에 시도해보고 있다.



나 또한 어떤 감정은 피하면서 살았기에 내 아이는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생기부에 소극적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던 나는, 아이를 이렇게 키운다. 나를 이해하고 '나처럼 키우고 싶지 않기에'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돕는다. 내가 하지 못해서 해주지 못한 것도 많겠지만, 내가 하지 못했기에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분명히 있을것이다. 언제나 그 시기가 늦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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