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역할과 가정
네이버 블로그 하나로 남편 월급의 n배를 벌 때가 있었다. 남편은 이직을 앞두고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퇴사했지만,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이때 아니면 언제 쉬겠냐며 한동안 놀고먹었다. 제주도 한 달 살이도 해보고 말이지.
일 욕심에 확장을 하고 싶었지만 남편이 그만 일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시간은 한정적이니, 내가 블로그와 일에 쏟는 만큼 아이들이나 가정에 소홀했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엄마, 일 언제 끝나? 묻던 아이들은 어느 날부터 나에게 묻지 않고 저희들끼리 곧잘 놀기 시작했다.
특별한 일이 벌어진 건 아니었다. 어느 순간 첫째가 초등 둘째는 유치원 입학, 조금 더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주고 싶었다.
마침 남편은 제안을 받아 이직한 만큼 위치 상승이 있었고, 올라간 만큼 바빠졌다. 올해도 그럴 것이고 내년에는 더 바빠질 예정이다. 정기적인 모임 외에도 뜻밖의 약속이나 야근을 위해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기본적으로 내 몫이다. 그 사이 나는 나와 아이들에게 시간을 더 쓰기 시작했으며, 더 많은 여유를 갖게 됐다. 일 욕심은 여전하지만 무언가 제대로 시작하기에는 감당할 것들이 꽤 된다. 내가 한가한 만큼 남편은 가정의 일엔 신경을 쓰지 않고 올라갈 것이다.
나도 일적으로 상승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더라. 내 때가 오긴 할까? 의문이 들긴 한다. 일단 아이들이 더 크고. 무리하지 말자. 내 체력은 종잇장 같다. 1시간 동안 걷고 나면 3시간을 기절해서 잔다.
하나의 가정을 위해 서로의 위치와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군분투보다는 조금 더 가족들이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게 남편의 마음, 남편은 나와 아이들이 행복하게 잘 지낼 때 만족을 느낀다. 나도 아이들에게 소리치지 않고 느긋하게 함께 무언가를 하거나 해낼 때 편안하다고 느낀다. 적어도 이 시기는 치열함보다는 안온함을 갖고 자라기를 바란다. 학교가 끝나면 간식을 함께 사러 가거나 마련해 주는 엄마, 유치원에서 더 남지 않고 가장 빠른 시간 하원 후 엄마가 맞아주는 걸 바라는 아이, 특별한 놀이가 없더라도 집과 엄마가 좋다는 아이들.
이것들을 위해서 지금의 내가 있다. 내가 바라는 게 맞는 걸까? 뭐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했던 삶을 내려놓는 것을 배우고 있다. 그런데 진짜 이게 내가 바라는 한가함이 맞던가? 치열함으로 살아간다는 감각을 깨우던 나는 어디에 숨어있을까 잠시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