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by 마더꽉

잊을 수 없는 일요일이 있다.


평소처럼 엄마는 아침부터 교회에 머무르고, 나는 어린이예배를 다녀온 날. 평소처럼 침대에 누워있던 아빠는 나에게 엄마를 빨리 데려오라고 했다.오전 열한시 예배에 참석중이였던가 마쳤던 시간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엄마에게 말을 전하고, 문방구에 들러서 까만 비닐봉지에 군것질거리를 들고 입에는 막대사탕을 물고 집에 돌아왔던 건 확실하다.현관에는 낯선 신발이 가득했고, 아빠가 있던 방에는 낯익은 사람들이 많았다. 누군가는 나를 보며 어떡하면 좋냐고 말했고, 엄마는 엎드려서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엄마가 아빠의 마지막과 함께 했는지는, 아직까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였을지도 모른다. 다만 내가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눈을 감은 아빠는 웃고 계셨다는 것이다. 투병중일때는 볼 수 없었던 그 모습에 아, 이제 아빠는 편안해졌구나.


웃고 있는 모습은 살이 빠져서 홀쭉했지만 그 동안의 파리하다는 느낌은 사라지고 없었다.돌이켜보면 내내 병원에 계신 기간이 길진 않았다. 아마 암을 발견한 초기에는 잠깐 병원에 계셨던 것 같기도 한데. 그 시절의 기억은 커다란 지우개로 벅벅 문질러서 힘껏 지워버린고 난 뒤 어떤 파편들만 드문드문 남아있을 뿐. 새벽부터 나가서 밤늦게 돌아오는 일들이 많았던 아빠는, 집에 있던 시간을 채워야된다는 듯 지난 몇 달간은 집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가끔 엄마 몰래 나가서 해결해야되는 일이 있어서 내 부축을 받아 은행을 다녀오곤 했다. 침대에만 있던 아빠는 초등학생 아이에게는 큰 관심사는 아니였다. 그게 영원을 준비해야된다는 신호인 줄 모르고.


그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그리고 일요일이였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이제는 일요일이라는 이유로 눈물이 나는 일은 많이 줄었지만 기습처럼 갑자기 그 날이 떠오를때가 있다. 이런 날의 나는 속수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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