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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먼지 Apr 20. 2021

옳음이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센델, <정의란 무엇인가>

옳음이란 무엇일까?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과연 우리는 같은 세상의 모습을 공유하고 있는가? 타인과의 진솔한 소통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답을 알고 있다. 나와 타인 사이에는 결코 넘지 못할 벽이 있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물자체(物自體)의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자극을 재구축한 인식의 세상이다. 즉, 내가 만든 세상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해나가는 방식은 뭘까? 수백 년 전  우리의 부모님들은 일상적인 전경에서 그 구조를 관찰해냈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못만 보인다" 고.


세상의 형태는 질문과 대답의 도식을 가진다. 물음을 통해 인식되고, 형성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이곳에 내던져짐과 동시에 지금 어떤 질문을 하고 있고,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사색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작업에 익숙하지 않다. 아무도 가르쳐주지도 않았을뿐더러, 도리어 사회가 방해하기 때문이다. 정상과 평균, 보통의 폭력 속에서 사유의 자유는 거세된다.


2014년 국내에 출간되었던 <정의는 무엇인가>의 선풍적인 인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인문학에 대한 갈증이었을 수도 있고, 경직된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게는 그 사고 전개 방식이 신선했을 수도 있다. 정의에 대한 갈구 혹은 지적이게 보이고 싶은 욕구일 수도 있다. 아마 이 모든 이유들의 복합 작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의란 무엇인가>는 무엇이 정의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생각의 지도일 뿐이다. 이 책이 가진 가장 값진 가치는 정의에 대한 도덕철학적인 지식이 아니다. 


생각이라는 것의 작동방식, 당위와 직관에 의문을 던지는 방법, 즉 책의 전개 방식 그 자체가 내용보다 더욱 빛난다. 대학의 강의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옮겨왔기 때문에, 센델은 자신의 학생들에게 그러하듯이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현실에서의 사례를 통해 그 질문들이 결코 소비적인 지적 유희만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너의 생각은 과연 옳은가? 만약 그렇다면 이 반증을 논박할 수 있는가? 논리적인 정합성이 있는가? 그래서, 정의란 무엇인가?


그 어느 때 보다 물질적 풍족 과 표면적 평화를 누리고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정신적 빈곤과 내부적 분열을 겪고 있는 시대. 자유와 인권을 쟁취했으나 스스로 반문하기를 거부한 사회. 나는 그 부패의 이유를 질문의 실종 탓이라고 생각한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논리적인 질문의 실종 탓이라고 생각한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못만 보이듯이, 칼로 자른듯한 이분법과 근거 없는 당위로 무장한 질문은 온 세상을 싸움터로 만들 뿐이다.  '무엇이 정의인가'가 아닌, '정의란 무엇인가'의 질문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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