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단어장이 생겼다.
그거 아세요?
한국어가 세계에서 가장 단어가 많은 나라라는거.
물론 검증되지 않은, 정확하지 않은 자료라고 한다. 듣기로는 북한말이랑 합쳐진 개수라고 하는데 그래도, 그만큼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나의 어릴적을 생각해보면 누군가는 나보고 꼬투리 잡기의 달인이라고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상대방의 뉘앙스나 어떤 단어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상황 파악도 빠르게 되었고 그 사소한 표현들이 잘 들어왔다. ( 아, 학생시절때 국어를 잘하지는 않았다.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
예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들도 거침없이 했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거라면 일단 말은 해야했다. 그래서 좀 더 생각하고 말하자! 를 자주 나에게 주입했는데 이러한 점은 유학와서 자연스럽게 몸에 익었다. 생각하는대로 말을 못했던 시절이 있었으니 최대한 아는 단어로 표현하고 간결하게 말하게 되었던 것 덕분에 누군가의 말을 듣고 차분하게 곱씹어보는 여유를 조금 갖게 되었다.
언어는 정말 큰 무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외국으로 혼자 여행을 다니는 이유도 영어가 가능하니까. 소통이 되기에 겁 없이 다니고 낯선 이들과 소통하고 얘기할 그 설렘을 갖고 여행을 나선다. 이번 런던에서도 호스텔에서 만난 사람들과 영어로 얘기하다가 불어를 조금 하는 아주머니와도 불어로 얘기하면서 언어의 재미를 또 한번 느꼈다.
그렇게 내 핸드폰 메모에는 프랑스어 / 영어 단어장이 있다. 영어는 항상 기본이니까 새로운 표현과 단어들을 추가하고 프랑스어도 거의 동일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또 다른 섹션을 추가했다. 바로 한국어다. 내가 어떤 단어를 쓰는지에 따라 나의 이미지가 결정되고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풍부할 때 비로소 더욱 진심으로 말을 전달할 수 있다. 과연 난 나의 모국어를 잘 표현하고 있을까. 나의 어휘력은 한국인으로써 딱 그 정도인 것 같다는 생각에 내 모국어를 더 배우고 싶어졌다.
유명인사들의 인터뷰를 보거나 좋은 전시를 보면 어려운 어휘들이 나온다. 예전에는 왜 굳이 어려운 단어나 한자가 섞인 단어를 쓸까 했는데 이제는 그 어려운 단어들을 알고 있는 상태로 쉬운 단어를 사용하는것이 더 지혜롭다고 느껴진다. 몰라서 안 쓰는것과 아는데 안쓰는 것은 다르니까.
나는 우리반에서 유일한 외국인인데 반 친구들과 놀면서 너네들은 내가 못 알아들으면 설명해주는게 번거롭거나 힘들지는 않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때 모두가 아니라고 오히려 어떻게 설명할지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할지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 물론 이건 아주 모범적인 답이고 자주 묻거나 상황이 급할때는 누가봐도 귀찮아하는 표정 짓는 친구들도 있다. )
다른 언어를 공부하는건 당연한데 왜 모국어는 더 내가 깊게 파헤치지 못했을까. 한국어를 제대로 더 공부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요즘 어휘력이나 나의 독해력은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국어사전을 더 이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단어씩 추가되는 나의 한국어 단어장을 보면서 내가 잘하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는다. 한국어 단어장이라니. 기분이 묘하지만 오히려 한글로 써있는 단어장이라 더 머릿속에 잔상이 잘 남는다.
" 저 요즘 한국어 공부해요.
한국어로 나의 생각을 더 지혜롭게 전달하고, 풍부하게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 미묘한 차이도 한국어로 치환할 수 있고 생각들을 깔끔하게 내뱉을 수 있습니다.
더 잘하고 싶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