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일까 애국자일까
백남준은 현대 미술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 마주치는 인물이다.
그가 창시한 비디오 아트는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나 또한 미술 공부를 시작하기 전부터 백남준의 이름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그에 대해 자세히 알고나서 나는 그를 '한국인'으로 자랑스럽게 여기는게 불편했다. 물론 백남준은 한국에서 큰 명성을 얻었고, 그를 기리기 위한 박물관도 있다. 그러나 그가 과연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이유로 자랑스러워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그의 예술은 뛰어나지만, 그가 한국을 위해 특별히 애국적인 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예술을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람이었고, 그로 인해 한국에서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그를 단순히 '국가의 자랑'으로만 여기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혹시 그거 아는가 백남준은 1932년에 태어났는데 그의 부친 여권번호는 6번 그의 여권번호는 7번이었다. 대통령 장관들 다음 순위이니 아주 대단한 부자였다는 것이다. 그 시대에 부유한 지위에 올라갈 수 있었던 건 친일 덕분이었으니, 백남준의 가족도 친일로 특권을 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나는 일제강점기 당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려고 싸운 사실을 잊을 수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름도, 기록도 없이 한 사람으로서 나라를 위해 희생했다. 반면, 당시 기회주의적 태도를 취하며 생존을 추구했던 사람들은 후에 권력을 쥐고 부를 축적했다. 지금도 그런 기회주의자들이 여전히 사회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다. 지금 친일하고 안전하게 잘 자라서 나라에 도움되는 일을 하면 돼. 그럼 용서 받아. 라고 머리 굴리지 못해서 의병들은, 사람들은 목숨을 바쳤을까.
물론 백남준은 예술가로서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으며, 이는 분명히 중요한 업적이다. 하지만 가족의 친일 행적은 그가 이루어낸 예술적 성취와 별개로, 결코 용서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백남준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