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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을 Dec 28. 2024

한국 서프라이즈 방문하기

4년차 유학생



저번 9월에 있었던 일이다. 


프랑스로 유학온지 3년이 지났고 4년차로 접어드는 시점에 나는 프라하로 이사를 갔다. 인턴을 시작하기까지 한달간의 여유가 있었다. 오빠와 얘기하던 중에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부모님을 뵈러 한국에 가는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비행기표가 저렴하게 나와서 바로 오빠와 서프라이즈 방문을 계획했다. 


입이 어찌나 근질거리던지 친구들한테도 비밀로 하고 표를 구입한 후에 전화할때마다 혼자 이 비밀을 지키느라 혼났다. 작은 캐리어와 가방만을 챙겨 공항을 가는데 얼마나 떨리던지. 부모님과 친구들을 놀래켜주려 14시간을 날라가는 나 어떤데. 


우리의 계획은 이랬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여의도 식당으로 가는 것. 할머니와 함께 가족 식사를 마련했고 내가 딱 등장하는거 였는데 한가지 변수가 있었다. 비행기의 연착. 뭐 이건 나중에 얘기하고 우선 난 암스테르담을 경유해서 서울로 들어가는 비행편이었다. 암스테르담에서 유럽여행을 하고 돌아가시는 중년부부를 만났다. 비행기 기장을 하셨던 아저씨, 딸 하나 아들 하나 있는데 따님은 북유럽쪽에서 일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탑승구 앞에 앉아있다가 대화를 하게 되었다. 가능하면 한국에 들어오지 말고 유럽에 자리를 잡으라는 아주머니. 나에게 찹쌀떡을 나눠주셨고 좋은 조언과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두달정도 유럽을 돌고 들어간다는 말에 나도 정말 내년에는 부모님께 유럽여행을 선물해드려야 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좋은 기운을 받고 각자 자리로 탑승했다. 운 좋게도 네자리 중간 좌석을 선택했는데 나를 포함해 끝 좌석은 차있고 중간 두자리는 비어있었다. 밥도 맛있게 먹고 다리도 쭉 뻗고 자고. 점점 시간이 다가올수록 긴장되고 기분 좋은 설렘이 느껴졌다. 단지 도착시간이 계속 늦어졌다는거. 도착하자마자 오빠에게 문자를 보냈고 택시를 타는 둥, 그냥 집에서 만나는 둥 많은 선택지 가운데 일단 계획한대로 여의도로 가기로 했다. 


택시는 너무 비싸서 바로 여의도까지 가는 공항버스를 타러 갔는데 표를 구입하는 곳에 가야했었다. 예전에는 버스에서도 구매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안된다나 뭐라나. 그리고 배차간격이 30분이었어서 나는 무조건 5분 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했었다. 매표소에 도착했지만 내 앞에 4명의 사람이 있었고 내가 양해를 구하니 사람들이 다 양보해주셨다. 그렇게 첫번째 순서가 되었지만 앞의 사람이 아직도 말을 하고 있었고 3분이 남은 상황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뒤에분이 문 닫힌 창구로 가서 말해보라고 알려주셨다. 나는 그렇게 급하게 표를 끊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열심히 뛰었다. 버스 앞에 도착했을 때는 기사님이 뛰지 말라고 다친다고 나를 안심시켰고 이 버스 맞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출발 안한다며 짐까지 잘 실어주셨다. 


버스에 올라 창가 1인용 자리에 앉았다. 가쁜 숨을 내쉬는 동안 버스는 공항을 벗어났고 그때 실감났다. 내가 지금 14시간을 날아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에 왔음을. 그리고 창밖으로 서울의 밤을 바라보는데 이 짧은 시간동안 만난 사람들과 그 도움들이 떠오르면서 알 수 없는 애틋한 감정이 들었다. 나의 서울이 이렇게 따뜻하구나. 나의 도착을 이렇게 반겨주는구나. 내가 진짜 한국에 왔구나. 


여의도까지 잘 도착해서 식당까지 가는 길이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뛰어서 심장이 빨리 뛰는걸까 떨려서 심장이 빨리 뛰는걸까. 식당 카운터에서 오빠를 만나 서로 촬영을 하며 들어갔다. 추석 선물로 뭘 준비를 했는데 잠깐 기다려보라고 하고 나왔다는 오빠. 나는 Hi 라고 말하며 룸 문을 열었다. 나도 이 상황이 어색하고 낯설어서 계속 웃기만 했다. 민망할 정도로. 그리고 눈물이 나오는걸 참았다. 우리 가족의 잊지 못할 에피소드 중의 하나다. 영상으로도 남겨있는, 오래오래 기억될 소중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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