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을 Dec 25. 2024

제 실패 리스트 팔아요

구경하고 가세요 :)


안녕하세요,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인턴 구하는 취준생입니다. 저는 요즘 메일함을 자주 들어가는데요, 인턴 지원 연락을 기다리느라 마음도 가끔은 조급해지더라고요. 프랑스는 12월 말에 기업도 거의 바캉스라 다음주부터는 연락도 더 잘 안될텐데 이번주에 일을 확정하고 싶다는 제 욕심은 다시 또 미뤄졌네요. 1월부터는 일을 하겠다는 확신은 있어서 걱정은 없지만 그래도 고요한 메일함을 보면 왜 이렇게 약오르는지. 


그러다가 보낸메일함을 들어갔는데 꽤 많은 저의 지원서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거절된 일들을 리스트로 적어봤습니다. 일이 결정된 후에 적으면 절실함과 웃픔이 안느껴져서 지금 정말 아무것도 없을때 제 상황을 좀 웃고 가겠습니다. 


- 일러스트 프리랜서 콜라보 메일


저는 꽃 드로잉을 좋아하고 실제로 제 꽃 그림으로 폰트도 만들고, 꽃으로 졸전을 준비했거든요. 이참에 일러스트 포폴도 만들면서 제 드로잉과 잘 어울리는 브랜드 두곳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한곳은 프랑스회사인데 연락이 없고 한곳은 북유럽으로 너무 고맙다고 다시 연락주겠다고 했으나 3주가 지난 지금 감감 무소식입니다. 



- 교수이자 작가님께 소개 메일


아이들 글씨로 워크샵 / 연구를 하시는 프랑스 그래픽디자인 교수를 팔로우하고 있는데 그냥 제 작업과 같이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인사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이 없네요. 



- 독립서점


독립서점을 방문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정말 책,프린트 들이 다양해서 내 작업들도 여기에 들어올 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학기가 끝나면 작업 사진을 잘 찍어서 입점문의 메일을 보내는데 한국,프랑스 거의 세곳에 보냈고 다 까였네요. 두군데는 거절의 메일이 와서 그래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인턴


제 포폴과 이력서를 좋아하셔서 적극적으로 면접을 진행했던 한 회사. 마지막에 가벼운 과제를 주셔서 일 끝나고 새벽까지 하다가 다음날 아침에 전송을 했는데 일주일동안 연락이 없으시네요. 예전에도 면접을 잡다가 너무 바빠서 연락을 일주일 후에 주셨었는데 회사가 바쁜건지..아니면 다른 면접들로 바쁜건지.. 1차 탈락한 메일도 많이 받아봐서 이제는 아무렇지 않으니 차라리 거절메일을 주시는게 좋은데 안 그러면 계속 똥 못싼 강아지처럼 기다리게 되잖아요.


다른 곳도 일러스트 과제를 주셔서 1시간안에 작업해서 제출했지만 이틀이 지나고도 아무런 연락이 없네요. 또 다른 회사도 저번과 마찬가지로 마음에 든다고 회사에서 대면 면접을 보고 싶으니 가능한 시간대를 알려달라고 연락이 왔고 바로 답장을 드렸는데 이틀동안 연락이 없어요. 허허 이 정도면, 프랑스 회사의 특징인가 싶어요. 메일의 매너를 모르시는건가. 아니면 내가 지금 취준생의 입장이라 예민한건가. 


이 밖에도 아예 답장조차 못 받은 이벤트들은 넘쳐나고 거절 메일도 처음엔 마음 아팠는데 이제는 놀이기구 타는 듯한 짜릿함이 있어요. 메일이 오는게 신나고 과연 이건 어떤 내용일까~ 하는 도파민을 느낀답니다. 앞으로도 실패담을 잘 적어서 나중에 이 시기를 추억해야 겠어요. 사실 실패는 무언가를 시도했다는 뜻이니까. 더 많이 실패해보도록 덤비겠습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