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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래엔 Dec 01. 2020

쥐의 천적은 호랑이가 아닌 고양이다.

사람 이야기 - 4. 인간 본능

 학창 시절 문과 과목이 싫어서 이과를 선택했던 나는 그래도 한국사만큼은 좋아했다. 이유는 국사선생님이 해주시는 야사가 너무 흥미롭고 생생해서였다. 그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노비제가 혁파되려 할 때 제일 반대하고 싫어했던 층이 양인층이라고 했다. 또한 백정을 희롱하고 가장 악랄하게 괴롭힌 사람들 또한 양반이 아닌 일반 백성들이었단다. 이 얘기를 들은 지 벌써 10년도 더 됐지만 아직도 기억하는 걸 보면 많이 인상 깊었던 이야기였던 듯하다.

 

 또한 국사선생님은 위를 예시로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은 경쟁을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존재함과 동시에 욕구가 적거나 나보다 덜 충족된 사람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셨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소 지나치게 악한면으로 일반화를 한 느낌이 있지만 나도 국사 선생님의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바이다. 우리는 우리가 속해 있는 절대 강자 또는 절대다수에게 인정받기 위해 때때로 남을 밟는다.


 반 친구 철민이는 힘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런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어울리는 친구들이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느끼고 힘을 과시할 수 없자, 착한 반 친구를 앞장서서 괴롭혔다.

 옆집 김 씨 아저씨는 딸내미 성적이 고2 중간고사에서 나보다 2점 높았다. 그 친구는 반 1등을 한 것도 아니었으며, 전교 1등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러나 김 씨 아저씨는 우리 부모님께 내 학원이며, 과외까지 신경 써주는 척 으스대며 은근히 무시했다. 

 뷰티에 관심이 많은 지현이는 자신보다 못 꾸미거나 못 생겼다고 판단되는 친구에게 하는 조언은 '자신은 솔직한 편'이라는 논리에 숨어 가감 없이 까내렸다. 이쁘다고 소문난 애의 화장품을 추천해줄 때의 상냥함과는 사뭇 다르게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흔히 발생한다. 경비원에게 아침마다 인사를 시키는 아파트 입주민들, 마트 캐셔한테 막말하는 고객, 국민 욕받이 상담원들... 어쩌다 조금 더 가졌다고 덜 가진 사람들을 아주 쥐 잡듯이 잡는다. 이유가 뭘까? 10여 년 전 국사선생님이 말한 인간의 본성에 대해 흘려 넘긴 부분을 다시 상기시키며 고민해 봤다. 철민이, 김 씨 아저씨, 지현이, 입주민, 고객, 등등 왜 그렇게 남을 밟으면서 인정을 받으려 하는 걸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빨라서이다. 남에게 인정받는 방법 중 가장 빠른 방법이 남을 까내리는 방법이다. 정말 실력을 키우고 남들이 누구나 다 인정하는 강자가 되기까지의 시간과 인내는 길고 지루하다. 그래서 비교적 빠른 방법인 남을 까내리며 과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효과는 빠르지만 한시적이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과시를 해야 하므로 불안하다. 때문에 누가 건드려도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조금만 스쳐도 무시받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사람들을 보면 마치 자신이 호랑이라 여기며 호랑이처럼 대해주길 기대하며 떼쓰는 '줄 그어 놓은 고양이' 같다. 진짜 호랑이가 본다면 줄 그려진 고양이나 작은 쥐나 둘 다 그냥 생물 정도로 생각하며 관심 없어할 텐데 말이다. 그러니 같은 분야에서 나를 맹렬히 공격하고 무시하는 친구를 만났다고 해서 기죽지 마라, 그 친구는 아마 그 자리에 있기 제일 불안해서 널 할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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