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호수 Bumbunga Lake, 호주의 최장 일직선 도로 146.6킬
남호주 애들레이드에서 1번 도로를 따라 서호주로 넘어가는 길은 먼 길이지만 아름다운 길이다. 120km 정도 갔을 때 문득 나타난 핑크빛 호수가 신기해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인구 50명의 작은 동네인 로치엘(Lochiel)의 소금호수 Bumbunga Lake인데 햇빛이 아주 뜨겁게 내리쪼일 때 호수 안의 미생물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베타카로틴을 분비해 홍당무 색으로 변해서 호수를 로맨틱한 핑크빛으로 바꾼다고 한다. 이곳 지역을 지날 때가 12월 여름이었는데, 산 위의 풍력발전소들의 바람개비들과 어울려 펼쳐진 드넓은 황금빛 밀밭이 핑크호수와 함께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계속 하룻길을 가다 보니 남호주 끝자락에서 나무가 없는 평원이란 1,200 킬로미터 길이의 널라보 평원(Nullarbor Plain)이 나오는데 좌우에 키가 낮은 나무만 자라 시야가 확 터진 아주 멋진 드라이브 코스였다. Penong의 Long Beach 옆 거대한 Dune(모래산 언덕)에서 사막체험을 하고, 호주의 고래 산란 바다인 Great Australian Bight의 깎아지른 해안도 구경하며 계속 가다 보니 서호주 Caiguna 마을이 나왔다. 이곳에서부터 호주의 최장 일직선 도로가 시작되는데 거리가 146.6km 나 된다. 말 그대로 1시간 30분 동안 핸들을 한 번도 돌릴 필요가 없이 똑바로 직진하였다.
다시 3시간 반 정도 운전해 가니 서호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과 비치가 있다는 에스퍼란스(Esperance)가 나왔다. 이곳에도 유명한 큰 핑크호수가 있는데 가보니 물이 말라서 핑크빛 호수는 보지 못했다. 처음 이곳에 정박했던 배의 이름이 Esperance 여서 동네 이름이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다녀본 비치들 중 단연 최고의 비치들이었다. 고운 흰모래에 맑은 바닷물과 서핑하기에 좋은 높은 파도와 주변의 바위 산들과 희귀하게 생긴 바위섬들이 어울려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낸 듯했다. 2006년 호주의 Best Beach로 선정되었던 Twilight 비치는 가족들이 수영하고 즐기기에 아주 좋은 비치이고, Salmon비치의 파도는 장관이고 Picnic비치의 일몰은 일품이었다. 계속 펼쳐진 비치들이 하나같이 너무 예뻐서 나중에 아이들과 같이 다시 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끝자락에 있는 11마일 비치에는 천연 Lagoon이 형성되어 있고 그 옆에는 누드가 허락된 Free 비치가 있다.
Esperance에서 60킬로 떨어진 아름다운 Cape Le Grand National Park에는 Lucky Bay와 Frenchman Peak가 있는데 럭키베이는 호주에서 가장 흰모래 해변이라고 주장하는 세 군데 비치중 하나다. 시간이 있었으면 Frenchman Peak 정상까지 올라가 보는 건데 어두워져서 아쉽게 그냥 돌아왔다.
마지막으로 서호주의 유명한 파도바위(Wave Rock)이 있는 곳을 가 보았다. Esperance에서 퍼스 가는 쪽으로 4시간쯤 가면 하이든(Hyden)이 나오는데 이곳에 Wave Rock이 있다. 15미터 높이에 110미터 길이의 큰 파도모양의 바위인데 어떻게 이런 게 생겨났는지 신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선 Hyden Wave Rock Resort &Caravan Park에서 하룻밤 묶었었다.
참고로, 에스퍼란스에서 4시간쯤 북쪽으로 올라가면 호주 최고의 금광타운인 Kalgoorlie가 나온다. 인구는 3만 명이 사는 꽤 큰 시골 타운으로 1890년 초에 금이 발견돼 골드러시를 이뤄 당시 2만 5천 명이 사는 호주의 몇 번째 안 되는 도시가 되었었다. 이곳에는 Super Pit(거대한 구덩이)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오픈컷 금광이 있는데 길이가 5킬로, 넓이가 1.5킬로, 깊이가 500미터인 세계 최대의 금광이다. 120년 동안 금을 캐오고 있지만 지금도 엄청난 금이 나오고 있다. 예전엔 여러 작은 회사들이 굴을 파 들어가며 금을 채굴하였지만 지금은 한 거대그룹이 이곳 금광을 다 사서 집채만 한 트럭과 불도저 등의 장비로 계속 깎아내고 깊이 파 들어가며 금을 채굴하고 있다. 타운 중앙엔 1890년대에 지어진 웅장하고 멋진 호텔들과 정부건물들이 줄지어 옛날의 영광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건물 꼭대기가 금색으로 장식된 것이 바로 이곳이 금광타운이란 곳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