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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관 Nov 05. 2020

나는 자유다

I'm a freeman.


현대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3가지 요소는 '자유, 유능함, 관계'인데 그 첫 번째가 자유라고 한다.


사람이 행복해지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이라는 자유로운 삶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가?

사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뭐든 다 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행제한이 있었듯이 모든 사람은 각자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제한된 자유만을 누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유는 외부적인 조건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모두가 함께 제약받고 있을 때보단 자신의 조건 때문에 제약받고 있다고 느낄 때 더 큰 무력감을 갖는 것 같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우선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아도 되는 능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직업을 선택할 때 그 일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며, 나의 자유를 속박하지 않는 일인가를 최우선의 조건으로 삼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자칫 수입이 최우선이 되어 직업을 선택하게 될 때 매일 하기 싫은 일을 하러 가는 노예의 삶처럼 우울한 삶을 매일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은 비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 일이 자신을 한 곳에 꼭 붙들어 매는 일이라면 이것 또한 결국엔 그 일이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지난 십여년 동안 호주 전 지역을 여행하였고 뉴질랜드와 유럽과 터키, 필리핀과 북한까지 여행하면서 나의 생각은 훨씬 자유로워졌다.


우리가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특히 돈과 종교와 사상으로부터 마음이 오픈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열린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익숙한 삶의 공간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생활해 보는 경험이 필요하다. 사람의 생각은 보고 듣는 것을 통해 형성되어 가는 것이기에,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라고 외쳤던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아직 항공여행이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까지 다양한 문화권의 나라들을 두루 여행하였고 그 결과 그의 생각은 민족과 종교와 사상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었다.


근대문명의 시발점이 된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말했던 르네 데카르트도 대학시절에 세상 속에서 배우기 위해 홀연히 유럽의 여러 나라로 여행을 떠난 경험을 하였다.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지역마다 진리라고 믿고 있는 종교와 사상이 서로 다른 것을 체험하면서 자신의 믿음과 생각도 의심해보기 시작했고, 결국 아무리 의심해도 절대 의심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이 확실한 명제를 찾게 된 것이었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이 명제는 인간 존재의 출발점을 확실하지 않고 주관적인 유일신으로부터 찾는 것이 아니라, 부정할 수 없이 확실한 인간의 생각으로부터 찾았다는 것에서, 사람들을 중세의 미신적인 사고로부터 결별하게 하고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고 검증해 보는 근대적이고 과학적인 사고의 출발점을 가져다준 것이었다.


현재 대한민국 진보주의 방송인 중 영향력을 갖고 있는 뉴스공장 김어준 씨도 대학시절 배낭여행으로 매년 세계를 여행했었다고 한다. 어쩜 그가 방송에서 거침없이 해야 할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것도 세계여행의 경험과 "옳은 말을 하다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그냥 가난하게 살면 되지"라는 돈에 대한 자유로운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처럼 여행은 사람을 자신이 속한 집단의 가치관이나 믿는 종교나 사상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큰 힘이 있다.


빨리 부자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어떤 유일신을 믿어서 구원받지 않으면 죽어서 영원한 형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지옥의 공갈협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종교와 사상으로부터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곧바로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는 없지만 몸과 정신이 성장하면서 더 자유로운 삶을 향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더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


현대철학의 문을 연 프리드리히 니체에 따르면 우리가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 할 세 단계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단계가 낙타의 단계이다. 낙타는 자신의 등 위에 지워지는 짐이 아무리 무거울지라도 기꺼이 그 짐을 짊어지고 사막을 묵묵히 건너간다. 이처럼 사람도 우선은 사회가 자신에게 부과한 힘겨운 의무를 최선을 다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이행하는 단계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평생을 살아간다면 인생이 사막처럼 힘겹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무거운 짐을 가득 짊어지고 걸어가는 우울한 낙타의 삶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로 건너가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사자의 단계이다. 사자는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으며 어느 누구도 사자의 등에 짐을 지울 수 없다. 로마 교황의 권위를 들이받았던 종교 개혁자 루터나 신이 죽었다과 선언한 니체처럼 이 단계에서는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정치적 권력이나 종교적 신조, 사회적 윤리와 관습 등을 당당히 거부한다. 그동안 자신의 삶에 관여하여 자신에게 명령하던 용에 맞서 으르렁거리며 반항하는 치열한 전사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이런 투쟁적 사자의 삶 또한 낙타의 삶처럼 지치고 힘들기 때문에 자유롭고 행복한 삶은 아니다. 그래서 사자의 단계를 거쳐 다음 단계로 다시 건너가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는 어린아이의 단계다. 여기까지 올 수 있는 사람은 최선을 다해 사회에 순응하며 살아도 보았고 부당한 세상에 맞서서 싸워도 보았던 사람이다. 처절하게 낙타의 삶과 사자의 삶을 살아본 사람 만이 진정으로 마지막 단계인 어린아이의 단계로 건너올 수 있는 것이며 소수의 자유인 만이 맛보는 환희의 세계인 것이다.


어린아이의 삶은 매일 새로운 놀이를 하듯 항상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놀이를 할 때도 어떤 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게임의 주체가 되어 놀이의 규칙을 스스로 만든다. 어린아이들은 피부 색깔이나 종교나 빈부의 차이를 개의치 않고 모두와 친구가 되어 함께 놀며 즐거워한다. 세상이 부여한 가치나 규칙에 따라 살아가지 않고 스스로 설정한 규칙과 가치에 따라 삶을 가볍게 춤추듯 살아갈 때 비로소 한 자유인이 탄생하게 된다.  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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