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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관 Apr 17. 2024

존재와 폭력

폭력은 숙명이다


4월 17일 수요일 아침, 서둘러 차창 유리를 올리다 손가락이 끼어 비명을 질렀다. 손톱이 일그러지고 피가 솟구쳤고 손 끝에서 전해오는 통증은 강력했다. 아 아프다!


4월 13일 토요일 오후, 시드니 본다이 쇼핑센터에 정신병력이 있는 40세 남성이 긴 칼로 쇼핑 중이던 많은 사람들을 무작위로 찔렀다. 여자 5명과 경비원 남자 1명이 죽었다. 9개월 된 아이까지 칼로 찔렀는데 엄마는 죽고 아이는 수술 후 다행히 죽지 않았다. 당시 나는 시드니 다른 쇼핑센터에서 일하고 있었다.


4월 15일 월요일 저녁, 시드니 남부 한 교회에선 종교적 이념에 경도된 한 젊은 남자(16세)가 갑자기 강대상 앞으로 나와 설교를 하고 사역자와 동료를  칼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


지난 1월 2일 공무원 출신으로 부동산 중개업을 하던 66세의 김진성씨는 진보 좌파는 빨갱이라 때려죽여도 된다는 전광훈목사의 극우 기독교 사상에 경도되어 오랫동안 준비한 칼로 민주당  당대표인 이재명 의원의 목을 찔렀고 칼이 동맥을 살짝 비껴 들어가 이 대표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오늘도 이스라엘 가자 지역에선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고 세인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2천 년 전에 자기 조상들이 살았던 땅이라고 압도적 군사력과 자본력을 앞세워 밀고 들어와 2천 년간 그곳에서 평화롭게 살아오던 원주민을 남쪽 끄트머리 좁은 땅인 가자 지구 안에 몰아넣고 벽을 둘러 가두어 두었다. 오랫동안 압제에 시달려온 팔레스타인들은 2023년 10월 7일 불시에 담 밖으로 뛰쳐나와 1천200여 명의 이스라엘인들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납치하였다. 이스라엘은 즉각 보복 공격을 했고 가자지구 안으로 들어온 군인들은 가자 지역을 초토화시키면서 3만 4천 명 이상을 살해하였고 현재 1백만 명이 아사직전에 있다.


난 이번주 머물게 된 싸구려 호텔 방에 출몰한 바퀴벌레에게 달콤한 바퀴벌레 약을 놓아 먹게 해서 죽이고 있다. 예전에 공산당은 다 멸절시켜 죽여야 할 악마들이라고 생각했고, 가나안에 살던 남녀노소 모두는 바퀴벌레처럼 이스라엘이 다 죽여 없앴어야 한다고 믿었었다. 약간의 마음에 껄끄러움은 있지만 바퀴벌레에 대한 혐오가 너무 커서 멸절시키려 하고 있다.


2016년 아내와 함께 여행 중, 남호주 Whyalla 해변에서 게를 몇 마리 잡았는데 산채로 가위로 잘라 게탕을 끓였다. 그때 우리는 생명을 죽여 먹는 행위의 잔인성을 몸으로 자각했고 그 뒤론 살아있는 물고기를 잡지 못한다.


70대 호주인 농부의 한국인 부인이 질병 끝에 죽었는데  장례식에 참석한 누군가 그에게 농담 삼아 "Now you are free."라고 말을 해 맘에 큰 상처를 주었다. 이처럼 누군가는 무심코 던진 내 말에 상처를 크게 받아 내가 속한 그룹을 떠났을 것이다.


오늘 점심식사로 닭고기 카레를 먹을지 야채 카레를 먹을지 잠시 망설이다 야채 카레를 산다.


나는 누군가의 죽음을 먹고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소와 닭과 돼지와 양을 죽여 그들의 살을 먹고 내가 살아왔고 수많은 물고기의 생명을 취해 회로 탕으로 찌개로 끓여 먹고 살아왔다. 그리고 내 자녀들에게 아내에게 형제들에게 그리고 많은 타인들에게 의식도 못하고 언어로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살아있는 한  폭력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존재다.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고 읊었던 윤동주도 그가 살아있는 한 폭력의 주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라는 존재는 존재 자체가 폭력이니 그저 말과 행동을 할 때 가능한 더 적은 폭력을 선택하려고 할 뿐이다.

그리고 폭력으로 고통당하는 자들에게 연민의 마음을 보내고 그들 편에 서서 연대하고, 모든 죽어 가는 것들을 사랑하려고 할 뿐이다. 오늘 아침 내 찢긴 손톱의 고통을 생각하며 폭력의 피해자들의 고통의 강도를 가늠하면서, 그리고 내가 이념과 사상에 경도되어 침묵으로 그 폭력에 가담한 가해자였음을 인식하면서.


“우리는 순진무구함(비폭력)과 폭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폭력의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가 신체를 가지고 있는 한 폭력은 숙명이다.” 메를로 퐁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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