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5편
운동장 가는 길/ 차금자
레몬수 같은 상큼한 공기 앞세우고
육교 넘어 운동장 가는 길
솟아오르는 아침 햇살로
아름다운 구름산 계곡을 이루고
황금빛 냇물과 어우러진 수채화가 걸려 있다
꽃들의 잔치도 지나고 신록을 덧칠한
계절에 입성하려고 새들도 날갯짓을 한다
한여름 땡볕 이래 녹아내리는 시간
폭염은 구름 속까지 나무를 키운다
한때 제 몸 감싸던 나뭇잎들
바람이 실어다 준 빗줄기와 함께
초록을 씻어 단풍 냄새가 난다
삶에 찌든 세월 잊고
운동장 한 켠에 낙엽끼리 모여
푸른 숨을 마시고
장미 빛을 수혈받아 몸과 마음을 붉게 물들인다
매실 꽃/ 차금자
어느 환한 봄날
발아라는 씨앗을 묻어 둔
키 작은 화분을 가져왔다
나는 그 화분을 내 사랑하는 정원에
정성스럽게 옮겨 심었더니
구름과 바람이 키웠다
나무는 청명한 하늘까지 자라
입김에도 가지를 드리운다
푸르고 초록초록한 이파리들
여름 열기로 초록은 탄다
빛바랜 나뭇가지마다
따스한 햇살 붙잡고 겨울을 건너다
향기로운 하얀 꽃이 피었다
나무는 꽃을 버리고 탐스러운 매실이 달렸다
세월은 그렇게 나무 앞에서 흐르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처럼
내 마음도 다시 꽃을 피운다
호주의 봄/ 차금자
호주의 봄
살며시 자카란다 나무 밑으로 숨어들면
진보라가 희망찬 활기로
새 봄을 재촉한다
자연의 푸르른 숨을 들이마시며
꽃잎 흔들리는 바람에
귀를 기울여 본다
연기처럼 사라지는 인생이지만
예쁜 꽃들에게서 삶을 배우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싶다
따스한 커피 향처럼
긴 여운의 향내를 안은 채
아름다운 사람들의 꿈이 되었으면
헤이스팅스 포인트 (Hastings Point)/ 차금자
조용히 흘러가는 구름
찬란하게 빛나는 햇볕이
바닷속을 파고든다
360도 파노라마로 내려다보이는
청정 바다, 헤이스팅스 포인트
파도와 햇살에 부서진
부드러운 하얀 모래사장
뜨거운 청춘들의 셀카에
낭만과 추억을 담는다
모든 것을 허락하는 엄마의 품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운 생명의 바다
세월과 함께 만든 갯바위에
무거운 마음 내려놓고
남은 시간 감아올리는
주름진 얼굴에 석양빛이
곱게 물든다
늦은 가을/ 차금자
푸르른 하늘
저무는 태양의 기울을 받아
가지마다 가을이 여물어 간다
인생이란 나무에
가을 향기 찾아와
초록이 불그스레 바래진다
긴 세월
짧은 기쁨 희망들
추억의 갈피 속으로 지나가고
삶의 무게는
흰 세월 머리 위로 내려앉고
벗들과 사귐도 멀어진다
나 또한 기도의 숨결로 살다가
사랑하는 사람들 덧없이 사라질 때
낯선 바람 친구 삼아
나도 구름 따라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