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6편
흉내내기/ 김수경
세상은
진짜보다 모양을 먼저 본다
그래서 나는
그릇도 안되면서
그런 척을 한다
시인인 척
글을 잘 쓰는 작가인 척
마음이 여유로운 부자인 척
그래서 나는 따뜻한 커피 한 잔에도
지갑을 더 열어보며 가난한 마음으로
부자의 여유를 흉내 내고
서툰 문장으로 시인의 숨결을 따라 하며
단어 하나에도 머뭇거리고
문장 끝마다 한숨을 묻힌다
오늘도
난 흉내조차 내지 않는 사람보다
내가 더 나을 거란 척을 하며
언젠간 그 척속에서
진짜 내가 피어나기를 바라며
아침 햇살에 비친 내 그림자에
흡족한 척 마음의 위안을 갖는다.
추임새/ 김수경
봄은 ,
동면에 든 꽃들에게
"어서 깨어나라" 격려의 단비를 내리고
개화한 꽃들이 대견스러워
따스한 바람으로 북돋는다
여름은,
장마로 젖은 장작들에
"너도 쓸모가 있노라" 훈풍으로 쓰다듬고
다시 화려히 일어나는 장작불에
잘했다 칭찬한다
가을은,
온 산하를 아름다이 물들일 수 있도록
형형색색 고운 가루를 덮입히고
결실의 나무들 마다
풍요의 축포를 터트려준다
겨울은,
엄동설한 긴긴밤 시인의 탄생을 축하하며
격려의 눈꽃을 흩날리고
온 세상에 눈부신 화환을 선사한다
자연은
이렇듯 계절의 문턱마다
시작과 끝에
채근과 칭찬의 추임새를 아끼지 않는다
너와 나의 삶과
모든 길목 길목에도
이처럼 아낌없이 추임새를 넣어주는
인생이고 싶다
자유로운 영혼의 감성자/ 김 수경
나는 흘러간다
구속되지 않은 마음으로
세상의 소음 속에서
마음의 리듬을 따르며
오늘의 햇살과
어제의 별빛 사이로
구름이 흘러가듯
꽃잎이 피어나듯
감정을 피워내며
길이 없으면 노래로
길을 만들며
세상이 정답을 물을 때
이렇게 느낌으로 답하며
" 머물지 마라
그러나 매 순간을 사랑하라"
이 바람이 나는 좋아/ 김 수경
이 봄
겨우 내 얼어붙었던
계곡물 녹여내는
솔바람이 나는 좋아
꽁꽁 갇힌 세상으로부터 희망이 터져 나온다
부푼 꿈 모판의 새신랑은
샛바람에 어깨춤 덩실이고
수줍은 새색신 꽃바람에 함박웃음 피워내는
이 땅의 희망들이
너도 나도 춤 시위를 당겨내는 봄바람
이 바람이 나는 좋아
덩달아 희망의 춤을 추어 본다
이 여름
무더운 더위 식혀줄 산들바람 나는 좋아
매미 울음 풍악 삼아
막걸리 친구 삼아
새참 내는 아낙들의 수다와 더불어
그늘 속 쉼터 속에 산들산들 찾아와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들의
세상 근심 걱정 훑어간다
산들바람
이 바람이 나는 좋아
그늘 속 고단함에 베짱이가
돼 버린다
이 가을
온 누리에 풍요를 선사하는
하늬바람 나는 좋아
노란 옷에 허수아비 반기는 들녘도
빨간 옷에 춤추는 고추 밭도
울긋불긋 아름다운 자태와
과일향 묻어나는 산등성이도
저마다의 화려한 옷 갈아입혀
천국 향연 준비하는 하늬바람
이 바람이 나는 좋아
내 마음도 풍요로 물이 든다
이 겨울
퇴색된 세상의 허물 덮고
순백의 아름다움 선사해 줄
고추바람 나는 좋아
손 발이 꽁꽁 눈썰매에
아이들은 웃음 짓고
구부정 등허리는
아궁이 속 솔잎 향기 피워내며
고구마 화롯 속 사랑방을
추억 어린 동심에 젖게하는 고추바람
이 바람이 나는 좋아
만화책 벗 삼아 뜨끈한 아랫목
나뒹구는 아이가 돼 버린다
하루살이의 넋두리/ 김수경
늘 돈에 쫓기고
시간에 쫓기고
근심에 쫓기며 산다
하루를 버티면
또 하루가 빚처럼 밀려오고
숨 한 번 돌릴 틈 없이
나는 또 달린다
남들은 미래를 말하지만
나는 오늘을 갚느라
내일을 빌릴 여유조차 없다
그래서일까
가끔은 문득
내 삶이 하루살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하루살이의 짧은 날갯짓에도
희망의 햇살은 비치고,
작은 숨결엔 여전히
살고 싶단 소망을 품는다
어머니/ 김수경
하루, 또 하루
병실의 햇살은 하얗게 스며들고
그 속에 누워 계신 어머니의 숨결은
가늘지만 고요히 살아 있습니다.
몸은 굳어 말은 잃었어도
그 눈빛 속엔 아직도
자식의 얼굴을 알아보는 사랑이 있어
영상을 향해 파르르 연약한 손짓을 합니다.
나는 압니다.
파르르 떨리는 그 손짓이
힘들었든 여정의 마지막이라는 걸
삼백이란 돈보다
삼백번의 한숨이 내겐 더
무겁게 내려앉아 있지만
살아서 효자 없고
죽어서 효자 난다던 옛말을 떠올리며
어머니의 마지막 불빛에
후회 없을 마음을 다 합니다.
먼 훗날
나 역시 영혼이 바람이 되어
어머니 곁에 닿을 때
그때 난 말하렵니다.
당신은 내게
참 좋은 어머니였습니다.
당신을 사랑했던 시간들이
내 인생에 가장 따뜻한 봄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