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5편
나무와 바이올린 / 이동훈
그늘이 들어서는 언덕 숲
바람 소리가 높다
고개마다 걸린 구름은
친구들의 노랫소리 소복하게 내려놓고
하얀 음표를 만들고 있다
나목의 부대낌 소리
저린 그리움이 배회하고
빛과 그늘이 마주 선 오선지에
내린 악보를 넘기고 있다
은빛이 파닥거리는 호숫가
별들이 서성이고 있다
아, 작은 새 한 마리
코스모스 꽃잎보다 얇은 음표를
바람에 날리고 있다.
별 / 이동훈
바람이 흩어 놓은 구름,
하늘에 매달려 고독을 쏟아내고
노을은 작은 배에 실려
바다를 건너고 있다.
밤새 언덕의 바람은
바다에 떨어지고
조개껍질은
헨리 로슨의 무덤에 눕는다.
별,
도로시아 맥켈러의 숨소리,
조국의 꿈꾸는 별이 되어
본다이 비치 보석빛 바다에 눕는다.
* 헨리 로슨 : 호주 시인 헨리 로슨(Henry Archibald Hertzberg Lawson, 1867~1922)
* 도로시아 맥컬리 : 호주 여성 시인 도로시아 맥켈러(Dorothea Mackellar, 1885~1968)
숲/ 이동훈
거푸집만 이랑에 줄지어
벽이 되어 주고 있다.
차가운 시선,
헌 옷마저 벗기고
목만 남겨 둔 숲.
굶주린 참새가 앉아도
부러질 듯한
뼛조각 같은 무덤 덩어리.
혈관이 수축되고
긴 그림자를 옮기는 오후,
보석 같은 석양마저
슬픈 숲.
유년의 그리움/ 이동훈
이파리에 매달린 이슬을
톡, 톡, 털어내며
조막손들이 모여 있는
소꿉놀이 흙담이 있다.
흙담 아래 볕 좋은 날
명아주 잎 뜯어다 송송 썰어
반찬을 만들고
흙가루로 밥을 지어
논에 계신 아버지를 부른다.
씀바귀 한 움큼 손에 들고
아버지가 오시면
밥상에 빙 둘러앉은 우리는
어느 만찬에 초대받은 마음보다
더 기쁜 웃음소리.
담 밑에 등을 나란히 기대고
흙냄새, 풀냄새 나는 향기로만
배를 채우던
시장기 도는 아침,
유년의 그리움이 그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