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일도 수요일을 깃점으로 주말이 더 가깝듯이 인생도 50이 넘으면 마지막 날이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코로나 -19 팬데믹 이전에는 매년 최소 한 번은 연로하신 부모님을 뵈러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지난해와 올해는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답니다. 음식을 입으로 드실 수가 없어 코에 호스를 삽입해 음식을 공급받으시면서 생명을 연장하고 계시다더군요. 정신도 온전치 못하고 말씀도 못하셔서 지금은 요양병원에서 힘겹게 목숨을 지탱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다행히 이번 주에 문재인 대통령이 호주를 국빈 방문해서 호주와 한국 간 국경이 전격 오픈된다고 하니 곧 비행기 예약을 해야겠습니다.
올해 9월 16일 내가 살고 있는 호주 퀸스랜드 주 의회에서는 Voluntary Assisted Dying(VAD, 자발적조력사)법이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1월 1일부터 법이 실행된다고 합니다. 현재 호주의 6개 주중 5개 주는 VAD 법이 이미 통과되었고 마지막 남은 NSW주에서도 11월 25일 하원에서 통과되어 마지막 관문인 상원에서의 결정만 남아있습니다.
퀸스랜드 주 VAD는 18세 이상의 자기 결정 능력을 가진 자로 12개월 이내의 시한부 진단을 받았으며 참기 힘든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자발적으로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하는 법입니다. 자신 외에 누구도 환자에게 VAD를 권유할 수 없으며 환자의 요청에만 의사는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호주 영주권자나 시민권자 이어야 하고 신청 시점에 QLD주에 12개월 이상 거주해 온 사람만이 VAD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이 됩니다. 3명 이상의 의사에게 VAD 의향을 명확히 밝혀야 하고 신청서가 통과되면 정부의 전담 의사가 환자가 원하는 장소로 약물을 전달하고 약은 꼭 본인이 스스로 마셔야 합니다. 언제든 마음을 바꿀 수 있으며 약을 마시지 않으면 담당관은 약을 수거해 갑니다. 알고 있어야 할 것은 환자에게 VAD를 추천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인의 의사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본인의 죽음만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생의 마지막 가는 길이 타인의 의지에 맡겨져서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나의 죽음은 어떤 방식이어야 할지 지금 정신이 온전할 때 깊이 생각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