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휴일, 사랑 혹은 기회
크리스마스. 그 한 단어에 얼마나 많은 의미와 시간, 느낌들이 담겨 있는지.
나에게 연말과 크리스마스는 황금과도 같은 기회이다. 출장과 업무가 없고 기본적으로 육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건 엄청난 축복이다.
시간이 생기고, 축하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고, 사랑하는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특별한 의미를 담아 기념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그래서 이번엔 서울과 근교에 남아 가족과 함께 이 크리스마스 주간을 어떻게 보낼지를 시간 단위로 생각해보게 되었더랬다.
백화점-
사실 뭐를 사러 간다기 보다는 크리스마스를 의외로 제일 먼저 준비하고 맞이하는 곳은 여기리라. 신세계 백화점에 미디어 파사드가 11월부터 생겼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결국 이브 날 많은 인파와 함께 관람했다. 예전과 같이 아날로그 감성은 많이 줄었지만 큰 화면에 화려하게 수놓아진 감동을 줄 수 있는 입체감있는 영상은 한번쯤 볼만했다.
명품관 내 모델들과 동물들도 한껏 크리스마스 치장을 했고, 크리스마스 트리와 오르골을 파는 마켓, 팝업 스토어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식사-
나는 밥 먹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비싸고 고급스런 요리라기 보다는, 맛과 겉모습이 주는 새로운 자극과 창의성을 좋아한다. 그래서 정말 식당을 갈 때는 여기서만 먹어볼 수 있는 시그니처 음식을 파는 곳으로 가곤 한다.
이번에 갔던 식당은 흑백요리사에 나왔던 문쥬스라는 식당인데 한 달 전에 예약에 성공했다. 김과 마라를 넣은 타코, 차가운 탄산음료 형태의 뱅쇼, 레몬그라스와 세비체 소스가 곁들여진 홍합, 사워크라프트와 베이컨마리네이드를 얹어낸 피자, 커피 럽 살치살 스테이크, 기네스 맥주를 졸인 소스를 얹은 티라미수 처럼 기존 재료들을 새롭게 믹스 앤 매치하여 탄생시킨 요리들은 크리스마스를 더욱 즐겁게 해준다.
가족과의 시간-
새로운 자극을 주지 못하는 키즈카페에 질려버린 나는 파주와 포천을 주로 가는데, 이번에 파주에 대놓고 벽을 골라 낙서를 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고 해서 가보게 된다. 사실 아이도 손에 페인트칠 하고 손도장 놀이를 하며 즐겼지만, 내가 제일 많이 즐겼던 것 같다. 낙서하는 모습을 타임랩스로도 찍어보고, 가족사진을 찍어 액자로도 만들어 주는데 사실 퀄리티는 잘 모르겠다. 낙서 자체는 너무나도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카페-
마찬가지로 서울 밖을 벗어나 일산 쪽으로 향했다. 휴일인지라 사람들이 너무 많기는 했지만 또 이런 모습을 보러 밖에 나가는 것 아닐까.
요즘 대형카페는 거진 디자인이 70 커피맛이 30 혹은 그보다 더한 비율인 경우가 많은지라, 이 포레스트 아웃팅스라는 카페 역시 힘을 많이 줬다.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는 거대한 데코레이션이 나와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만을 위한 시간-
나는 우리 구청과 카카오톡 친구를 맺었다. 연중 수시로 구청에서 무료로 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소개해주곤 하기에, 시간이 남는 연말이 되면 꼭 하나씩 듣곤 한다. 우리 가족과의 시간도 소중하지만, 나를 위한 선물같은 시간도 소중하기에. 작년에는 “크리스마스 뱅쇼 만들기” 수업을 들었는데 올해는 중림동 성요셉아파트 카페거리에서 진행된 “시나리오 작법 수업” 도 들어봤다. 내가 지금 일하는 업무와 전혀 다른 부분을 공부한다는 건 정말 eye-opening 한 순간이다. 진심으로 행복한 순간들.
크리스마스 마켓-
최근 서울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많이 생기고 있다. 롯데타워 근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아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샀는데, 여긴 평일 오전 시간에 가야 사람이 붐비지 않는다. 현장 입장료도 2천원이면 구매 가능하다.
크리스마스 음료-
시나몬이 들어간 사과 밀크티 였던가. 기억이 가물하지만 이런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 나는 음료를 먹으니 남편과 아이의 향후 교육 방향에 대해 심도깊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어린이집, 놀이학교, 영어 유치원.. 이 얘기는 기회가 된다면 다른 브런치북에서 다루고 싶다.)
맛있고 특별한 음료는 내 뇌의 전선들을 흐트렸다가 다시 정갈하게 재정비를 해준다. 소중한 시간과 다른 질감의 대화를 선물해준 크리스마스 음료.
소원-
소원적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아니겠는가. 우리 가족은 전통으로 매년 연말에 타임캡슐을 만든다. 올해 이루고싶은 소망을 12/31 에 담아 넣고 그 다음해 꺼내보면서 얼마나 성취했는지 점수를 매긴다. 두근두근 혹은 덜덜 떨리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약속을 공개적으로 하는 느낌이 들어 책임감도 생긴다.
체험농원-
겨울은 딸기다. 포천에는 잘 찾아보면 딸기밭을 분양하는 농장, 일일 체험을 할수 있는 농장들도 많다. 아래 농원에서도 딸기를 살짝 따 볼 수 있었는데(이 전주에 사람들이 딸기를 너무 많이 따가서, 딸기가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공식 체험은 불가했다), 각 농원별로 꼭 예약이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가 보는게 좋다.
자, 이쯤되면 크리스마스에 담긴 의미가 진짜 뭐지? 싶지만. 결국 자기가 어떤 레이블을 붙여주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가족의 따뜻함, 사랑, 그리고 둘도 없는 시간이 그 이름표들이다.
모두가 짬내서 행복한 크리스마스, 따뜻하고 건강한 연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