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

아직 떠날 수 없는 마음과 계절의 투정.

by 서리달

봄을 다그치는 바람이 거칠어서 창문을 닫았다. 불투명한 창문마저도 함께 닫을까 짐짓 고민했는데, 볼품없는 풍경이라도 더 바라보고 싶은 지금이니까. 투명한 창문만 닫아두기로 하고서 바깥을 조금 더 바라봤다.


울적함을 머금은 구름이 몰려오다가 흩어지는 진행을 목격했다. 이어서 파란 하늘이 보였지만 그리 파랗다고는 할 수 없는 텁텁한 빛깔. 미세먼지가 많다는 알림 문자의 내용을 이제야 신용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아직도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둔한 몸이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코를 훌쩍거리고 목이 따가운 듯해도, 쉽게 끊어내질 못하는 흡연과 비염 때문이라며 나를 나무라곤 했으니까. 처해있는 지금의 좋고 나쁨에 대해서 상당히 둔해져버린 것 같지. 그래도 극단적일 즈음에는 알아채니 다행이란 말을 덧붙이고 싶은데_


그래봤자

느리고 둔한 몸이란 사실은 똑같을 거다.


하여튼 봄을 다그치는 바람이 거친 오후다. 투명한 창문을 거쳐 한 줄기씩 내려앉는 햇볕이 벌써 따듯해졌지만, 윙윙 요란한 소리를 내는 바람은 바쁜 듯이 여겨졌다. 아직도 흙이 되지 못한 낙엽에게는 꽤나 험난한 지금일 거라고 짐작된다.


바짝 마른 마음으로나마 다가올 봄을 기다렸을 뿐이거늘, 낡아진 마음과 새로운 다음의 조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봄을 다그치는 바람은 언제나 지나간 겨울의 흔적을 남김없이 치우기 바빴고, 아직 떠날 수 없는 마음의 형편을 봐주거나 하진 않았지. 하여튼 봄을 다그치는 바람이 거친 오후다.


닫힌 창문 너머의 볼품없는 풍경은

아직도 겨울처럼 보이는데_

과연 얼마나 더 오래 겨울 같을 수 있을까.


저 멀리서부터 울적함을 머금은 구름이 몰려오다가 흩어지는 진행을 목격했다. 이어서 파란 하늘이 보였지만 한겨울의 파란 하늘과 비교하면 그저 텁텁하기만 한 빛깔일 뿐. 아직 떠날 수 없는 마음들의 서글픈 다음을 애도하는 듯해 고개를 숙였다.






끝끝내 변해버리고 마는 전부를 나무라고 싶었다. 나는 아직 그럴 수 없고 이 마음은 아마 내일에도 그때만 같을 게 분명한데_ 이런 마음이나 부여잡고 살아가는 내가 틀린 듯이 보였으니까. 반대로 도는 법밖에 모르는 마음은 언제나 미운 게 많았다.


이행되지 않은 약속의 종류와 깊이를 헤아릴 때마다 서글프기도 했지만, 돌아보다가 반대로 도는 법밖에 모르는 이 마음은 미운 게 많았다.


곁에 머물면서 갖가지 약속을 건네주던 한때의 온기가 미웠고, 새롭지 않은 것들은 멀리 치워버리고 마는 세상이 그토록 미웠다. 좋은 세상이 됐든지 아니면 나쁜 세상이 됐든지, 어떤 세상이 됐든 간에 지켜내야만 할 게 있다고 굳게 믿었으니까. 내 마음이 믿어왔던 만큼 서글펐고, 서글펐던 만큼 딱 그만큼씩 미운 게 많았다.


나는 아직 그럴 수 없고 이 마음은 아마 내일에도 그때만 같을 게 분명한데_ 이런 마음이나 부여잡고 살아가는 내가 틀린 듯이 보였으니까. 끝끝내 변해버리고 마는 전부를 나무라고 싶었다. 한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다. 그저 입안으로 우물거리기만 하다가 삼켜버리는 게 고작이었지. 어째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손톱만치도 이해하지 못했더라면, 적어도 내 감정에는 솔직할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그랬어야만 했는지

내가 빠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얼마쯤은 이해가 됐으니까


끝끝내 변해버리고 마는 전부를 나무라고 싶어도, 꾹 다문 입안으로 우물거리기만 하다가 삼켜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직 그럴 수 없고 이 마음은 아마 내일에도 그때만 같을 게 분명한데_ 이딴 마음이나 부여잡고 살아가는 내가 오답인 듯이 보였으니까.


이렇다 저렇다 나무랄 수도 없으면서

그게 정답이라며 끄덕거리지도 못했다.


이도저도 아닌 애매모호한 낯빛으로 남아, 자리가 불편하지만 차마 떠나질 못하겠는 모양. 요즘의 나를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속 좁은 사람’이 됐다고 말해도 되겠지. 그래서 그런 걸까. 이행되지 않은 약속의 종류와 깊이를 헤아릴 때마다 서글프기도 했지만, 돌아보다가 반대로 도는 법밖에 모르는 이 마음은 미운 게 많았다. 곁에 머물면서 갖가지 약속을 건네주던 어느 시절의 당신이 미웠고, 새롭지 않은 나 따윈 멀리 치워버리는 저 세상이 그토록 미웠다.


좋은 세상이 됐든지 아니면 나쁜 세상이 됐든지, 어떤 세상이 됐든 간에 지켜내야만 할 게 있다고 굳게 믿어왔는데_ 이딴 마음이나 부여잡고 살아가는 내가 고름처럼 보였으니까. 내 마음이 믿어왔던 만큼 서글펐고, 서글펐던 만큼 딱 그만큼씩 미워지는 것들 또한 많았다. 난 늘 그랬다.


변해버리고 마는 전부를

나무라고만 싶었다.


한마디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어디까지나 입안으로 우물거리기만 하다가 삼켜버리는 게 고작이었지. 어째서 그랬어야만 했는지, 내가 빠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얼마쯤은 이해가 됐으니까 끝끝내 변해버리고 마는 전부를 나무라고 싶어도, 꾹 다문 입안으로 우물거리기만 하다가 삼켜버릴 수밖에 없었다.






저 세상은 하나의 계절을 비워내고 또 하나의 계절을 맞이하려는 듯합니다. 몇 발짝 물러나있는 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나는, 어떤 마음으로 머물러야 잘 지낸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오래토록 변치 않겠다던 오래된 다짐은 잘 지켜왔는데요.


변하고 또 변하는

세상과 그것을 구성하는 하나하나를

바라볼수록,

잘 지낸다는 말을 머뭇거리는 내가 됩니다.


스스로를 정답이라 부르고 싶었던 적은 없었지만 어째서일까요. 오답으로 남겨지긴 싫은 투정이 꽤나 깊어졌습니다. 하여튼 간에 그럼에도 지켜내야만 할 게 있었습니다. 그러했던 탓에 변치 않겠다는 다짐에 얽매이듯이 살아왔고, 그게 곧 잘 지낸다는 말의 밑천일 거라 믿었습니다. 애석케도 과정부터 틀려먹은 오답이었습니다. 적당한 때에 적당히 변할 줄도 알아야지 잘 지낸다는 말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인사도 없이 떠난 당신들이 있었습니다. 아직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먼저 변해버리는 계절도 있었고요. 예전에는 어째서 그렇게 급하게 떠나고 변해버리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좀 알겠습니다. 적당한 때에 이르렀던 것이었을 뿐이며, 적당한 때에 적당히 발을 맞춘 것이라는 사실을:


저 세상으로부터 솎아진 처지로 깨단했습니다.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다르게 사는 법은 겁이 나는 즈음, 이런 즈음에야 겨우 깨단해버린 내가 좀 미워지더라고요. 그래도 뭐 영영 깨닫지 못한 것보다는 나을 테니, 지금이라도 깨단했단 건 어쩌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는데요

깨달음과 실천은

꽤나 서먹한 사이였습니다.


하나의 계절을 비워내고 또 하나의 계절을 맞이하려는 저 세상을 바라보는 지금. 몇 발짝 물러나있는 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나는: 아마 내일에도 그리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과정부터 틀려먹은 오답이란 것도 알았고, 적당한 때에 적당히 변할 줄도 알아야 됐단 것도 이젠 알겠는데_


시간에 잔뜩 녹이 슬어버린 고집은, 열쇠를 끼워도 열리지 않는 낡은 자물쇠만 같아졌습니다. 지켜내는 일에 익숙해진 만큼 변화에 서툴러졌다고 해야겠지요. 그나저나 지금의 나는, 어떤 마음으로 머물러야 잘 지낸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차피 잘 지낼 수 없는 처지라는 것쯤은 너무나도 잘 알지만, 빈말이라도 할 줄은 알아야 나를 걱정하는 당신이 웃어줄 것만 같았습니다. 오래토록 변치 않겠다던 오래된 다짐은 잘 지켜왔는데 지금의 나는: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에는 그저 서툴기만 했던 사람이었네요. 아무튼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감정과 처지 따윈 모두 외면한 채, 한 톨의 진심도 느껴지지 않을 거짓말을 적어내 봅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