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사를 그만두면서 다시는 취직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만성두통을 가지고 있다. 심할 땐 구토와 어지럼증을 동반한 증세를 보인다. 평소엔 타이레놀로 버틸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진통제를 맞으러 응급실에 가야 한다. 이런저런 검사를 다 해봤지만 결론은 언제나 원인불명의 편두통이었다.
마지막 회사를 그만 둘 때도 나는 응급실을 왔다 갔다 했다. 하지만 어지럼증은 더 심해졌고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은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어째 나이를 먹을수록 참을성이 사라지는 건지 어렸을 땐 어떻게든 오기로 버텨보기도 했지만 이젠 참아지지도 않고 참고 싶지도 않았다. 아픈 몸을 이끌고 일터로 나가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당장이라도 그 자리에 드러눕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반복되는 고통에 진절머리가 처졌다.
차라리 어디가 부러졌으면 했다. 검사할 때마다 무슨 병명이라도 나오길 바랐다. 그럼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생길 것 같았다. 두통은 겉으로 티가 나지 않으니 그 고통은 언제나 혼자 견뎌야 했다. 머리통을 깨부수고 싶기도 하고 넣을 수만 있다면 박하사탕을 한 아름 집어넣고 싶기도 했다.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한 달 정도 쉬고 다시 출근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아파도 맘 편히 아프고 싶었다. 회사나 일, 동료, 앞으로의 일들 이런 생각들은 다 집어치우고 이 망할 통증이 어서 가시기만을 맘 편히 기다리고 싶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프다는 것은 정말 굉장한 스트레스였다. 내가 없어도 일은 돌아가겠지만 내 몫이 누군가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맘 놓고 아플 수조차 없었고 일을 하는 동안 너무 괴로웠다.
하루는 직장 동료에게 이런 얘기를 듣기도 했다. "나도 아파보았으면 좋겠다. 이놈의 몸은 아프지도 않아" 기분 나쁜 말투로 한 말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철이 없어도 어떻게 저런 말을 하나 싶었다. 친구였으면 그게 할 말이냐고 미쳤냐고 욕이라도 날릴 뻔했지만 "건강한 게 좋은 거지" 하고 그냥 넘어갔다. 아픈 것도 질투가 난다나 뭐라나. 세상에.
내 몸은 다 때려치우고 두 달이 지나서야 서서히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그 시간 동안 새치가 어마어마하게 늘어 있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머리가 하얗게 센다더니 정말이었나 보다. 그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아파도 출근할 걱정을 하지 않는다. 아프면 눕고 쉬고 병원엘 가고, 내 맘대로 아플 수 있다. 먹고사니즘의 문제가 여전히 날 기다리고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나의 가치를 실현해 보고자 한다.
맘대로 아플 수 있는 지금이 참 좋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