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리>빠른 홍대 상권에서 느리게 끓이는 닭발

매운맛에 대한 접근법과 정반합을 통한 주점 브랜딩 노트

by 김원빈

요즘의 F&B 시장의 흐름은 예전과 확실히 다르게 흘러간다. 좋은 입지에 상품력의 조합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갖춰진 마케팅 채널이 상권을 대체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채널을 쥐고 있는 사람이 유동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널에 맞는 콘셉트를 도출하는 전략이 새롭게 대두된다. 필자 주변 몇 년간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들의 외식업 진출 현상이 눈에 띈다. 전파자로서의 마케팅 회사가 아닌 이제 브랜드를 직접 만들고 자사 채널을 통해 확산시키는, 브랜드도 일종의 수직계열화된 시스템을 통해 효율화 되고 있다. 그래서 시장이 아닌 좋은 콘셉트에 강한 채널이 더해진 성공의 속도는 확실히 시장을 강하게 빠르게 움직인다.


홍대에 론칭한 <교도리>는 국내에서 마케팅 회사를 크게 운영하는 지인의 의뢰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의뢰인은 속도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먼저 닭발이라는 아이템을 명료하게 정해준 것 역시 자극적인 비주얼, 매운맛의 닭발이 마케팅 타겟과 궁합이 좋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한 것 때문이 아닐까. 마케팅을 통해 빠르게 뜨기 좋은 구조를 잘 만드는, 확산에 특화된 의뢰인. 나는 그 지점에서 오히려 다른 생각을 했다. 속도를 가진 사람에게 내가 속도를 더 얹은건 단기적으로 효율적일 수 있지만 오래가는 브랜드는 확산보다는 구조에서 나오기 때문이라 판단한다. 그래서 나는 정 반대로 구조와 깊이의 측면에서 프로젝트를 설계하기로 결심했다. 마케팅은 ‘합(合)’에 가깝다. 기획은 때로 ‘반(反)’이 되어야 한다. 그 충돌 끝에 나오는 것이 진짜 ‘정(正)’일지도 모른다. 속도를 탈 수 있는 프로젝트에서 굳이 시간과 끓이기라는 선택을 한 그동안의 브랜딩 과정을 소개하려 한다.


1. 불경기일수록 스코빌이 오르는 불문율


닭발이라는 아이템을 확실하게 정하고 나서의 콘셉트 전개라 시간적으로 수월할 수 있었다. 그래서 보다 닭발이라는 아이템의 본질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닭발 브랜드를 기획하며 나는 가장 먼저 매운맛을 떠올렸다. 닭발은 매운 음식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한국사람들 만큼 매운 맛에 열광하는 민족이 있을까. 특히 요즘같은 경기 불황에는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다. 경기 지표를 대신하는 스코빌지수까지 존재하는건 괜한 현상이 아니다. 이러한 일상의 언어 하나 하나를 나는 문화적 단서로 받아들였다. 매운 맛은 자극이고 각성이다. 각성은 잠시나마 살아 있다는 일종의 감각을 부여하는 각성제이지 않을까. 그래서 매운 음식은 단순히 음식을 넘어 시대의 정서를 반영하는 요소일거라 생각했다.

닭발.jpg 강렬한 매운 맛의 비주얼 '닭발'



2. ‘맛있게 매운맛’이라는 문화 코드


하지만 우리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들은 맹목적인 매운맛이 아니라는 생각이 스쳤다.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맵다.” 그리고 바로 덧붙인다. “그런데 맛있어.” 이런 단어들 안에 실마리가 존재한다. 많은 분들로부터 브랜딩의 영감을 어디서 얻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필자는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일상의 언어에서 많은 아이디어의 씨앗을 받는다. 음식은 우리의 일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많이 소비하는 매운 음식의 대명사들을 떠올리다 공통점을 발견했다. 매운짬뽕은 매운맛 이면에 해물베이스가 받침된다. 엽기떡볶이는 매운맛과 멸치베이스 조미의 합이다. 이제는 글로벌 브랜드가 된 불닭볶음면 역시 닭을 주축으로한 감칠맛의 농도가 중심을 잡는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부분의 매운 요리는 후킹은 매운맛이지만 고착은 감칠맛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즐기는 음식들 이면이 갖는 맛의 구조가 ‘맛있게 매운맛’ 이라는 언어의 규정한다. 닭발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했다. 결국 사람이 다시 오게 만드는건 그 뒤에 숨어 있는 감칠맛의 농도인 것이다.

다운로드.jfif 매운맛과 감칠맛으로 설계된 장수 브랜드 <엽기떡볶이>


3. 닭발은 왜 브랜딩이 어려운가


아이템의 타당성을 판단할 때 나는 늘 한 가지를 본다. 지금 우리가 소비하는 음식은 몇 년 전의 모습과 얼마나 달라졌는가. 예를 들어 삼겹살을 보자. 불과 10년 전만 해도 쌈장과 소금이 전부였던 삼겹살은 이제 와사비와 명이나물, 트러플 소금까지 곁들인다. 곁들이는 방식이 바뀌었고, 소비하는 맥락이 달라졌다. 삼겹살은 최근 몇 년간 가장 빠르게 진화한 음식 중 하나다. 그렇다면 닭발은 어떨까. 10년 전, 20년 전, 우리가 처음 접했던 닭발의 모습은 무엇이었나. 빨간 양념, 철판, 콩나물, 주먹밥.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닭발은 여전히 원초적인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소비 방식의 변화가 거의 없는 아이템이다. 그래서 나는 질문을 던졌다.

‘닭발은 왜 차별화가 어려울까?’ 닭발은 우선 모양으로 차별화하기 어렵다. 붉은 양념과 닭의 발 모양은 일종의 신뢰 자산이다. 그 이미지를 건드리는 순간, 소비자는 불안해한다. 전국의 유명한 닭발집 사진을 모아 로고를 가린 채 나열해본다면, 우리 것을 구별해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닭발은 형태로 승부하는 음식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모양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대신, 맥락을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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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새로운 먹는방법이 탄생된 삼겹살 / (우) 변화점이 없는 닭발


4. 가마솥이라는 품질지표


매운 음식에서 감칠맛이 핵심이라면 그 시간과 정성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가마솥이라는 오브제였다. 한국의 가마솥은 깊이를 상징한다. 오래 끓이고, 졸이고, 농도를 축적하는 도구. 불 앞에서 온도를 조절하며 땀을 흘리고, 시간을 견디는 사람의 손이 필요한 조리 방식. 가마솥은 단순한 조리 기구가 아니다. ‘시간이 들어간 음식’이라는 메시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다. 그래서 <교도리>의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가마솥이 보이길 원했다. 붉은 양념이 끓고, 서서히 졸아들고, 김이 오르고, 농도가 쌓이는 그 일련의 과정. 그 장면 자체가 이 음식은 인스턴트가 아니라 시간을 축적해 만든 결과라는 은유가 되길 바랐다. <교도리>의 닭발은 “깊다”고 말하지 않는다. 가마솥으로 증명한다. <교도리>는 매운 닭발집이 아니다. 시간을 끓이는 닭발집이다.

KakaoTalk_20260106_200820567_03.jpg <교도리> 의 비주얼 요소로 사용된 가마솥
가마솥.jpg 공간 내 비주얼로 구축하는 과정
KakaoTalk_20260214_171656067.jpg <교도리> 에 적용된 실제 가마솥 퍼포먼스


5. 마늘을 사용한 감칠맛 설계


계속해서 감칠맛에 대한 이야기다.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분명해진 사실이 하나 있다. 매운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를 기획할 때 집착해야 할 것은 매운맛이 아니라 감칠맛이라는 점이다. 매운맛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감칠맛은 설계해야 한다. 한국인은 유독 이 감칠맛에 민감하다. “맵다”는 말 뒤에 반드시 “근데 맛있다”가 붙는 이유다. 나는 그 깊이를 더 밀어붙이기 위한 재료로 마늘을 택했다. 마늘은 한식에서 가장 일상적인 재료다. 김치찌개에도, 불고기에도, 찌개와 볶음에도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근간이 되는 맛이다. 하지만 <교도리>에서는 닭발의 감칠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늘의 사용량을 의도적으로 높였다. 생마늘은 맵고 자극적이다. 그러나 열을 가하면 그 성질은 부드러워진다. 알싸함은 줄어들고, 은은한 단맛이 배어 나온다. 특히 가마솥 조리는 마늘의 맛을 충분히 끌어내기에 적합한 방식이었다. 오래 끓이고, 졸이며, 농도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마늘은 설탕과는 다른 결의 단맛을 만든다. 층을 만드는 단맛. 감칠맛처럼 느껴지는 단맛. 그래서 <교도리>의 닭발은 이렇게 흐른다. 첫입은 맵고, 두 번째 입은 깊고, 마지막에는 기어코 다시 생각난다. 그토록 말하던 ‘맛있게 매운 맛’의 구조다. 레시피 역시 기획의 영역이다. 맛은 감각이지만, 중독은 설계에서 나온다.


6. ‘교도리’ 라는 이름


‘교도리’라는 상호의 시작은 의뢰인의 한마디였다. 세 명의 친구가 함께 동업을 시작한다는 이야기. 그 말을 듣는 순간 화투의 고도리가 떠올랐다. 세 마리의 새가 나란히 그려진 패. 세 명의 친구, 세 마리의 새. 우연처럼 보였지만, 브랜드는 이런 상징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고도리’의 앞글자 ‘고’를 사귄다는 뜻의 ‘교(交)’로 바꾸자 전혀 다른 결의 단어가 만들어졌다. 교도리. 어딘가 익숙하지만, 어디에도 없던 이름. ‘교’에는 함께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동업자 셋의 관계에서 시작된 이름은 자연스럽게 손님과의 관계로 확장된다. 닭발은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니다. 같이 뜯고, 같이 맵다고 말하고, 같이 술을 들이킨다. 그리고 결국 함께 웃는다. 매운맛은 자극이지만 오래 남는 것은 사람이다. 그래서 교도리는 닭발의 이름이 아니라 관계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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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리> 브랜드 네이밍과 B.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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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홍대에서 힙해지지 않기로 한 선택


홍대에는 힙한 술집이 많다. 누가 등을 떠미는 것도 아닌데 대부분의 것들이 빠르게 뜨고, 빠르게 사라진다. 치열한 경쟁 강도의 상권에서 같은 결로 승부를 보는 건 눈에 띄는 전략이 아니라 섞이는 전략일지도 모른다. MZ 감성이 판을 치는 시장에서 아저씨인 내가 감성으로만 접근하는 건 역부족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빠른 홍대에도 오래된 가게들은 존재한다. 유행을 좇지 않고 본질을 파고든 곳들이다. 그래서 나는 반대로 가보기로 했다. 포장마차가 아닌 ‘주막’이라는 단어를 꺼낸 것도 그 때문이다. 산장 같은 구조, 굵은 나무 기둥과 하우스 천장, 마당을 연상시키는 자갈 바닥, 그리고 매장 앞에 세운 허수아비 하나. (요즘 MZ 세대가 실제 허수아비를 본 적이 있을까 싶지만.) 홍대의 네온사인과 스피커 소리 사이에서 묵직한 나무 질감과 불빛은 오히려 더 도드라진다. 가장 빠른 동네에 느릿한 불을 켰다. 이건 단순한 레트로 전략이 아니다. 유행을 흉내 낸 복고가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감도의 설계다. 빠름 속에서 느림은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그리고 나는 그 대비가 오래갈 수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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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리> 파사드의 모티브가 되었던 민속화
다운로드 (3).jfif 완성된 <교도리> 파사드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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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리> 레트로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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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리> 레트로 인테리어


8. 판매 구조를 다시 짜다


홍대는 학생이 많다. 구매력은 높지 않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오래 고민한 지점이다. 결국 모든 것은 가격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브랜딩에만 심취한 채 현실을 외면하는 매장이 되지 않기 위해 판매가격 설계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 기존 닭발집처럼 1인분 단위로 판매하지 않았다. 대신 해물찜처럼 대·중·소로 나누어 ‘요리’로 판매하기로 했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의 한 해물찜 노포를 벤치마킹했다. 그곳은 크기에 따라 구성이 달라지고, 테이블의 분위기 역시 달라진다. <교도리> 역시 닭발의 크기별로 사이드 메뉴를 포함시켰다. 소를 시키면 한 가지, 중을 시키면 두 가지. 공짜를 얹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고객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구조다. 선택은 참여를 만들고, 참여는 만족을 높인다. 가격을 낮추는 대신 가격 저항을 낮추는 방법을 택했다. 구조는 술집의 기본 공식에 충실하다. 시그니처 요리 하나, 가벼운 사이드 안주, 그리고 마무리 국물요리. 새로움을 만들기보다 익숙한 공식을 따르되 배열을 바꿨다. 테이블 위에 한상이 푸짐하게 차려지면 그 장면 자체가 ‘주막’을 완성한다. 판매 방식 역시 브랜드를 설계하는 중요한 장치다. 맛이 설계이듯, 가격도 설계다. 테이블 위에 한상이 차려지면 만족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다운로드 (4).jfif 모티브가 되었던 서울 마포구 아구찜 전문점의 메뉴판
cats.jpg <교도리> 초기 메뉴판


9. 정반합(正反合)으로 만든 브랜드 구조


매운맛은 후킹이고, 감칠맛은 고착이며, 구조는 생존이다. 가볍게 접근될 것만 같았던 매운 요리와 홍대 상권의 조합은 오히려 나를 반대로 이끌었다. 빠르게 뜨고 사라지는 동네에서 나는 점점 더 느리게 끓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속도에 특화된 시대일수록 브랜드는 농도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제법 타당하게 느껴진다. 유행과 확산에 강한 클라이언트에게 나는 오히려 짙은 농도를 건네고 싶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브랜드가 <교도리>다. 함께 하는 일에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이 쌓여야 비로소 정반합의 결과가 나온다. 브랜드 기획은 겉으로 보면 로고와 메뉴, 인테리어를 정리하는 작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상에서 스쳐 지나간 언어, 시장에 대한 관찰, 사람에 대한 이해, 그리고 깊은 고찰이 응축되어 만들어진 하나의 구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무언가를 빠르게 만드는 대신 조금 더 오래 끓이려 한다. 브랜드는 결국 구조이기 때문이다.


↓ <교도리> 의 콘셉트가 담긴 인스타그램 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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