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서른 하고도 하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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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 mark


연말, 크리스마스를 1년간 준비한다는 유럽임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 마켓도 없고, 연말 분위기도 덜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크리스마스도, 연말도 다시 왔어.


내게 2020년 한 해는 유난히 짧았던 것도 같고, 한 게 없는 것도 같았는데 또 생각해보면 이직도, 이사도 했고 무엇보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글도 쓸 수 있었던 한 해라서 기억에 남는 한 해일 것 같아.(여행도 제대로 못 가봤고, 거의 갇혀있다시피 지낸 한 해라서 기억에 남기도 하겠지만 말이야.)


서른 하고도 고작 한 살 더 먹은, 아직도 어리다면 어리고 알만큼 안다고 하면 또 그럴 수 있는 나이긴 하지만 가끔은 여섯 살짜리 꼬마의 혜안에도 뒤통수가 띵해지고, 며칠간 그 아이의 말이 생각나는 경우도 있는 걸 보면 나이는 내게 그렇게 의미 있는 것 같지는 않아.


서른 하나로서의 마지막 글을 이렇게 쓰고 있지만, 내 삶에 있어서 내가 쓰는 글이 이게 마지막이 아닐 거라는 것도 몇 년 후에는 또 지금의 나와 다른 생각으로 그때는 내가 이랬구나 하며 다른 내용의 글을 써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


나는 글을 쓰면서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기도, 또 나 자신이 나에게 한계를 두지 않았으면 했어. 그래서 이 글을 당연히 읽지 못할 과거의 나 자신인 너에게 글을 쓰고자 했었지.

처음이 어땠든, 이 글을 공개적으로 작성해서 업로드하는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겠지만, 다른 분들이 내 글을 읽어주시고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시고, 가끔은 댓글을 달아주시는 것도 보면서 때로는 작은 부담을 느낄 때도,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있었어. 그렇지만 결국은 그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한 주 한 주를 이렇게 써 내려갈 수 있었지.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가장 좋은 점은 일상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살아낼 수 있는 것 같아.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책의 문장도, 하루의 짧은 순간도 한 번 더 생각해보고, 좀 더 깊이 사유하고, 글로 풀어내 볼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인 것 같아. 고마운 일이지. 내 삶에서 내 지분을 조금 더 늘릴 수 있었으니까.


이런 기회를 주게 된 지금의 나 자신에게도, 글을 쓰게 해 준 과거의 나 자신에게도, 무엇보다 내 글을 함께 읽어주고 공감해준 사랑하는 내 사람과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고맙습니다. 그리고 2020년 한 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렸을 적 유치원에서 착한 일 하면 하나씩 주는 보라색 스티커를 붙이는 포도송이가 있었죠. 포도송이를 꽉 채우면 선물을 받을 수 있었어요. 오늘 화분에 물 주기를 깜빡해 스티커 하나를 못 받았더라도 다른 날 두 번 착한 일 해서 받은 스티커로 포도송이가 보라색으로 점차 채워졌습니다.

당신의 올 한 해가 코로나 때문에, 혹은 당신만 겪고 있는 내가 모르는 어떠한 일 때문에 완벽하지 않았고, 조금은 불행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분명 다시 우리에게 좋은 날이 올 거고 그 날은 올 한 해를 보상할 수 있게 열심히 살아낼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그런 날은 분명 올 거예요.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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