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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 mark Jan 09. 2022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이냐면.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어렸을 적부터 느꼈지만 나는 특별한 재능 없이도 무난하고 무탈하게  커왔고, 지금도  살아오고 있다.  모든 것은  운이 좋아서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우선, 나는 1990년 생이다.

 1990년생이라는 게 얼마나 운이 좋은 거냐면, 우선 해외로의 여행이 자유로운 시대에 태어났다.

 나는 이 사실을 정말 얼마 전에 알았는데, 일반인이 지금처럼 자유롭게 관광을 목적으로 해외 여행을 쉽게 갈 수 있기 시작한 게 1988년 서울 울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뒤인, 1989년부터라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 바로 직전에 세계로의 여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세상에. 나는 유럽에 잠깐 살아보러 나왔다가, 독일에서 거의 4년을 살아가고 있는데, 내가 태어나기 1년 전까지만 해도 여행도 제한이 되어있었다니, 이 사실은 내게 꽤나 충격이었다.


 나는 둘째다.

 나와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형에게는 좀 미안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내가 둘째로 태어났다는 건 내게는 운이 꽤 좋은 일이었다.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첫 아이였던 형을 키우면서 시행착오가 있으셨을 텐데, 그때 배웠던 것들로 인해 나를 키우면서는 보다 수월하게 해내셨을 테다.

 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형은 내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형이 듣는 음악을 따라 듣고, 형이 보는 책을 따라 읽고, 형이 하는 운동을 따라 했었다. 물론 어렸을 때 싸우기도 정말 많이 싸웠지만, 스무 살이 넘은 후부터는 친한 친구들보다 오히려 더 편하고, 친하게 지냈다. 아직까지도 내가 많은 부분에 성장을 이룬 데에는 형의 도움이 컸다. 둘째여서 다행이다.


 또, 내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서 당시 육군 장교로 복무하고 계셨던 아버지는 전역을 하시고, 서울에서 어머니와 슈퍼마켓을 시작하셨다. 내가 어렸을 적 기억이 남아있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계시다. 아무래도 직업 군인의 특성상 이사도 자주 다니고 하셨을 텐데, 나는 운 좋게도 그럴 일이 없었다.

 동네 슈퍼지만 아버지, 어머니는 아침 일찍부터 가게를 열어, 밤 12시가 되어서야 퇴근을 하시며 형과 나를 키워오셨다. 이런 아버지, 어머니의 희생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나는 큰 부족함 없이 살아올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문구점 아저씨가 나를 참 좋아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그때는 내가 가서 장난감 가격을 물어보면 10분 안에는 무조건 사러 갔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항상 그랬다. 사고 싶은 게 있으면 가격을 물어보고 아빠에게 이거 사고 싶고, 얼마더라 얘기만 하면 돈을 쥐어주시고는 사 오라 하셨다. 그때의 나는 정말 철이 없었고, 지금 생각하면 그때로 돌아가서 아주 한 대 쥐어박고 싶지만 그때 나는 원하면 다 가질 수 있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그리 키가 크지도 않고,  생긴 편도 아니다.

 동네 할머니들은  좋아하는 상이었지만 , 글쎄. 확실히  또래들에게는 그다지 인기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사춘기 때는 여드름으로 피부 상태도   좋아지고,  당시  별명도 '요다'였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봤을  이것도 운이 좋았다고   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영화인 어바웃 타임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여주인공인 메리(레이첼 맥아담스)가 처음으로 남자 친구 팀(도널 글리슨)의 어머니를 만났을 때 팀의 어머니는 메리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너무 예쁜 건 안 좋은 거야.
유머감각이나 개성을 키울 수가 없거든.


하지만, 메리는 영화 내내 너무 예쁘게 나온다는 사실.


 나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나의 외모 덕분에, 유머감각이나 개성을 키워야 했고, 내 캐릭터가 되어갔다. 그렇게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생활기록부 등에 원만한 교우관계 등의 내용은 빠짐없이 들어갔던 것 같다. 게다가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알게 모르게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들어주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깨달았던 것 같다. 많이 듣고, 공감의 중요성은 이 때도 나름대로는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모두 내 '외모'덕분이었다.


  밖에도 내가 운이 좋은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가 지금 독일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도  운이 따라줘서이고,  번의 이직에 지금 아주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생존하고 있는 것도 운이 좋아서이다. 게다가 감히 내게 '대운'이라고   있는 지금  곁의 짝꿍을 만난 것도 물론 운이 전부는 아니지만, '운이 좋아서'라는  말고는 설명하기 힘든 것들이 많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오늘 이렇게 일요일 아침 개운하게 일어나, 노트북 앞에서 글을   있는 것도 내게는 행운이고, 감사할 뿐이다. 혹시라도 내가 운이 좋지 않은 하루를 보낸다면, 그건 모두 앞으로의  행운을 위한 움츠림이라고 생각한다. 아니어도, . 어때, 나는  좋은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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