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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빅토르 Aug 01. 2022

나의 첫 유럽여행

30일 차

호스텔에 있는 친구들과 아침에 일어나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한 친구는 어제 인사한 호주에서 온 베아트리스. 그리고 영국에서 온 형제 숀과 제임스. 런던 여행을 다녀왔다고 이야기하니 흥미롭게 여러 질문을 던지는 영국 형제들. 손흥민 이야기를 꺼내니 정말 훌륭한 선수라고 칭찬하는 형제들. 너네 마음에 들었어.


오늘은 어제 노을 보다가 우연히 만난 에마와 노엘을 보기로 한 날. 보기로 한 시간보다 내가 1시간 정도 일찍 나갔다. 그래서 모차르트 생가를 다녀왔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가 도시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곳곳에서 모차트르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가 있다. 괜히 음악의 도시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모차르트 생가에 가면 모차르트가 반갑게 맞이해준다.


모차르트 생가는 솔직히 그렇게 인상 깊게 기억에 남는 것은 없었다. 대부분의 박물관이 그러하듯 모차르트 박물관도 그런 박물관 중 하나였다. 그래도 하나 좀 다른 것은 오디오 가이드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이 나오는 것. 설명이 끝나면 모차르트의 음악이 나오는 것 같다. 


모차르트 생가를 다 보고 나와서 에마와 노엘을 만났다. 시밀러 룩으로 입고 나온 둘을 보니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우린 먼저 호엔 잘츠부르크 성으로 갔다. 난 잘츠부르크 티켓이 있어서 케이블카를 탈 수 있었지만, 둘은 없어서 걸어서 올라갔는데 성까지 올라가는 길이 없어서 다시 내려와야 했다. 내려와서 잘츠부르크 대성당에 갔다. 누군가가 오르간을 연주하는데 얼마나 멋지던지. 내가 들었던 연주 중 거의 최고였다. 그 연주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 휴대폰으로 녹음했다.


연주하신 분. 연주가 끝나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대성당에서 나와서 점심을 먹으러 이탈리아 식당으로 갔다. 밥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다행히 내 영어가 오늘은 평소보다 더 잘 되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하나도 없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영어가 정말 많이 늘었다. 나도 모르게 조금씩 또 조금씩 늘어서 오늘의 실력까지 왔다고 생각하니 나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에마와 노엘은 나의 사소한 매너가 좋다고 그랬다. 서양 남자애들은 이렇게 안 세심한데 넌 정말 세심하다며 동양 남자애들은 다 그런 거냐고 물었다. 난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테지만, 대체적으로 동양 남자들이 서양 남자애들 보다는 매너가 좋을 거라고 답했다.


점심 먹고 에마와 노엘과 헤어졌다. 난 다시 호엔 잘츠부르크 성에 올라가고 싶었기 때문. 둘은 다른 곳에 간다고 해서 그럼 저녁에 다시 보자고 이야기한 뒤 헤어졌다. 케이블카를 타고 약 1분. 호엔 잘츠부르크 성에 도착했다. 성에서 내려다보는 잘츠부르크는 정말 아름다웠다. 왜 유럽에 작은 도시들은 다 예쁜 걸까? 성 뒤편으로는 대자연이 펼쳐져있었다. 호엔 잘츠부르크에 박물관도 있지만, 솔직히 하나도 기억에 나지 않는다. 풍경들이 너무 예뻐서 박물관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기 때문.

호엔 잘츠부르크 성에서 보이는 풍경. JPG


성에서 계속 풍경을 보는데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호스텔 룸메이트인 베아트리스. 우린 반가워서 포옹을 하고 같이 다녔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같이 성에서 내려와서 수도원에도 다녀오고 예쁜 묘지에도 다녀왔다. 이번 여행 호스텔을 숙소로 잡기를 너무 잘했다. 앞으로의 해외여행은 무조건 호스텔에 잡아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베아트리스와 모차르트 광장에서 헤어지고 난 숙소로 돌아왔다. 너무 피곤해서 낮잠 두 시간 자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노엘과 에마를 다시 만나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유명한 미라벨 정원에서 만난 노엘과 에마. 날씨가 흐려져서 풍경이 그리 예쁘지 않아서 안타까웠다. 원래 이곳에서 피크닉을 하며 저녁을 먹으려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비도 조금씩 와서 식당을 찾아 나섰다. 오스트리아 식당을 찾다가 괜찮은 곳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었다. 둘은 와인 난 맥주. 맛있는 고기를 먹고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영어를 좀 더 잘했더라면, 더 많은 주제가 나왔을 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노엘과 에마(왼쪽부터)


밥 먹고 나왔는데 하늘에 구멍이 난 마냥 비가 쏟아져내린다. 다행히 우린 같은 방향이라 같이 걷다가 중간에 달라져서 작별 포옹을 나누고 내가 캐나다가 거나 둘이 한국에 오면 서로 꼭 만나자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난 호스텔로 뛰어가는데 신호가 걸렸다. 신호에 동양 여자 셋이 있는데 한국인 같아 보여 "한국인이세요?" 하니 한국인이라고 대답하더니 우산을 씌워주었다. 너무 감사한 한국분들. 호스텔로 들어와서 오늘을 마무리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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