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자 빅토르 Jan 12. 2023

2023년 1월 첫 번째 출사

'무명작가' 사진동호회

2023년 1월 7일의 기록. 2023년 첫 브런치. 그동안 취업 준비로 바빴다는 핑계로 브런치를 쓰지 않았다. 아직 취업이 안 되었으니 이젠 핑계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것 같다. 올해는 한 달에 4개씩 브런치를 쓰는 것이 나의 목표. 올해는 작년과 다르게 길게 여행을 가기에는 시간도 비용도 어렵겠지만, 일상에서 여행 같은 삶을 살아보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2023년 사진동호회 첫 출사 장소는 명동으로 잡았다. 명동 하면 가장 떠오르는 명동성당과 명동성당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이 인스타에서 너무도 유명한 카페 '몰또' 이탈리안 에프프레소 바에 먼저 왔다. 내가 가장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형, 누나들 커피를 주문했다. 오늘 네 명이서 출사를 나오는데 나 혼자만 도피오를 마시고 형, 누나들은 솔로를 마셨다. 

커피를 좋아하는 아빠의 영향으로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다. 어릴 적 아빠가 엄마에게 카푸치노를 내려주면 엄마에게 마셔보고 싶다고 엄청나게 조르곤 했었다. 그러면 엄마는 어린 나에게 커피는 안 주고 카푸치노 위에 떠있는 거품을 떠먹여 주면서 이거라도 맛을 보라고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본격적으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던 것은 고등학교 때였던 것 같다. 이미 성장판이 닫혔기에 커피를 먹는다 해서 내 성장에 더 영향을 줄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생각했다. 스타벅스나 이디야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많이 마셨다. 이 때는 에스프레소를 먹지 않았다. 한두 번 마셔본 경험이 있었는데 이걸 왜 먹냐는 듯이 말했던 기억이 난다.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시작한 정확한 시점은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내가 어느 순간부터 평소에 마시는 커피들의 맛이 연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스무 살에서 스물한 살로 넘어가는 시기였던 것 같다. 그때부터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쓰게 느껴지지 않았고 마시고 나면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시작한 뒤부터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맛의 퀄리티가 상당히 떨어졌기 때문에. 그래서 몰또 같은 에스프레소 바를 찾게 되었고 이 날도 난 아주 만족스럽게 마셨지만, 에스프레소가 익숙지 않은 형, 누나들은 그렇게 맛있게 마시지는 않았다. 나중에 이탈리아에 가게 된다면 다양한 카페에 들어가 이탈리아 냄새를 맡으며 에스프레소를 마셔보고 싶다.

Photo by @two_five.sam


오늘 날씨가 그렇게 춥지는 않았지만,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파란 하늘도 없고, 명동성당 특유의 그 예쁜 색을 찾기도 아주 어려운 날이었다. 그래도 사진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기에 내가 보고 있는 이 모습을 열심히 내 카메라와 아이폰에 담았다. 2021년 12월에 혼자 이곳에 온 이후로 처음 왔는데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여서 정말 즐거웠다. 

예쁜 우리들.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시 한번 더 오고 싶다. 그땐 삼각대를 가지고 와서 야경사진도 예쁘게 찍고 싶다.


Photo by @aru.my


몰또에서 사진을 다 찍고 난 후에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명동성당에는 미사가 진행 중이었다. 미사를 한 번도 드려본 적이 없는 나는 미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미사에 방해가 될 것 같기도 하고 나만 들어가 보기도 그래서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에 명동성당의 예쁜 벽돌을 배경으로 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Model @two_five.sam

친구 같은 오상이형. 이 날 패션의 하이라이트는 목도리. 파마가 참 잘 어울린다. 형 따라서 축구하러 한 번 가야 하는데 언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날 형의 목표를 들었는데 형의 새해 목표가 꼭 잘 이루어져서 형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Model @aru.my

2021년 제주도에서 알게 된 아름이누나. 나에게 사진동호회를 알려준 것도 들어올 수 있게 도움을 준 것도 모두 아름이누나 덕이라 나에게 아주 고마운 사람이다. 누나의 꿈은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것이 꿈인데 내가 아름이누나의 꿈을 가장 응원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Model @zika_film

나와 같은 기수로 사진동호회에 들어온 지윤이 누나. 귀하디 귀한 필름카메라를 사용하는데 정말 신기하다. 누나 몸이 빨리 괜찮아져서 같이 술 마실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면 좋겠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라서 그랬을까. 이 날따라 유독 서울이 아주 번잡하고 혼란스럽다고 생각했다.

오늘 저녁으로는 을지로 맛집인 '산수갑산' 식당에서 인생 순대를 먹었다. 그렇게 큰 기대를 하고 갔던 식당이 아닌데 줄이 꽤 길게 서 있었고 우린 30분 정도를 기다렸다 들어갔다. 순대모둠은 정말 푸짐하게 나왔고 처음에 몸 생각해서 술을 마시지 않을 생각이었던 나는 도저히 진로를 안 시킬 수가 없었고, 아름이누나와 둘이서 진로 한 병을 마시면서 순대를 더욱더 맛있게 먹었다. 

밥을 다 먹고 세운상가로 올라가니 아까와는 다른 시선으로 서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차가 많고 복잡스러웠지만, 배가 불러서였을까. 서울의 밤이 아까보다는 훨씬 괜찮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카페 157이란 카페에 들어가서 음료와 크로플을 시켰다.

분위기가 참 예쁜 작은 카페였다. 조곤조곤 이야기 나누기 좋은 이 카페의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난 얼그레이를 마셨는데 맛도 정말 좋았다. 우린 새해 목표를 이야기했다. 나의 목표는 영어실력이 더 느는 것. 그리고 새로 배우기 시작한 포토샵도 잘하게 되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작년만큼 올해도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좋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올해 첫 출사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소수의 인원이 모여서 서로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올해 사진동호회에서 더 멋진 사진과 행복한 추억들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작가의 이전글 슬로베니아에서 만난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