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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빅토르 Jan 26. 2023

2023년 설날

4일간의 이야기

1월 21일 토요일. 잠을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마가 깨웠다. 12시에 외삼촌 가족과 함께 식사하기로 했는데 항상 그렇듯 일찍 도착하는 외삼촌 덕에 급히 준비해서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외가족이 함께 식사하면 늘 가는 갈빗집. 갈비 맛이 아주 좋은 식당에서 오랜만에 외삼촌과 친척형 그리고 친척동생과 고기를 뜯으며 근황 이야기를 하면서 연휴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갈비에 냉면까지 아주 맛있게 먹었다. 밥 먹고는 스페이스 작이라는 작동에 있는 카페로 이동했다.

예쁘게 잘 꾸며놓은 베이커리 카페인데 다양한 음식도 팔고 맛있는 빵들도 정말 많고, 반지와 같은 액세서리도 파는 아주 예쁜 공간이다. 쇼핑을 하러 오기에도 배를 채우러 오기에도 커피를 한 잔 마시러 오기에도 아주 좋은 공간이다.

난 케냐 핸드드립 커피를 마셨는데 커피 맛도 좋아서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면에서 훌륭한 카페인 것 같다.

왼쪽부터 외삼촌, 외할아버지, 친척형, 친척동생 그리고 외할머니. 사진은 엄마가 찍어서 나오지 않았다. 7명이서 모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많이 웃고 세배는 하지 않았지만, 세뱃돈을 받았다. 올해 받는 세뱃돈이 내 마지막 세뱃돈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얼른 자리 잡아서 내가 명절에 용돈을 드릴 수 있는 손자, 조카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1월 22일 일요일. 22년을 살면서 처음으로 설 명절에 기차를 타보았다. 외가는 집에서 30분 거리이고 친가는 1시간 조금 더 걸리는 남양주라 우리 가족은 한 번도 명절에 지방에 내려가거나 기차 혹은 고속버스를 탈 일이 없었다. 하지만 작년 말에 큰아빠께서 충남 예산으로 이사하시게 되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오후 6시 기차라 엄마 아빠와 난 영등포역에 좀 여유 있게 도착해서 KFC에 들어가서 비스킷과 치킨 너겟을 주문했다. 근데 손님이 많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조리 시간이 오래 걸렸고 내가 직원에게 시간이 많이 걸려서 포장할 수 있겠냐고 하니 포장으로 바꿔주었다. 직원분께서는 미안하다며 너겟을 하나 더 넣어주셨다. 별거 아니지만, 그렇게 신경 써주어서 너무 감사했다.


큰아빠 댁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오늘은 총 9명이 모였다. 사촌형, 나 , 엄마와 아빠 그리고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그리고 큰아빠 두 분과 큰엄마. 다 같이 맛있는 명절 음식을 먹고 우리가 집에서 가지고 온 레드와인과 함께 맛나게 밥을 먹었다. 나는 약을 먹어서 원래는 마시면 안 되는 술이지만, 이 날따라 너무 기분을 내고 싶었던지라 내가 가장 많이 마셨던 것 같다.

집에서 가져온 와인은 레드와인만 있는 것이 아닌 화이트 와인도 있어서 큰엄마와 함께 카나페를 만들어서 와인 안주로 먹으니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는 설날 당일이었다.


1월 23일 월요일. 오늘은 일어나서 아빠와 함께 온천을 갔다. 난 큰아빠 댁에서 잤고 엄마 아빠는 근처에 있는 세심천 호텔에서 묵었는데 그 호텔에 온천은 온천이 유명하다. 여기까지 내려온 김에 나도 오랜만에 온천에 들어가고 싶어서 온천을 하러 갔다.

차가 얼마나 많던지 사진 속 차는 일부이고 정말 많은 차들이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었다. 난 아빠와 함께 온천에 들어갔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아빠와 사우나 혹은 목욕탕에 한 번도 간 적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오니까 옛날에 아빠와 자주 목욕탕에 오던 기억이 났다. 사우나 안에는 문신 있는 분과 금 목걸이를 하신 분들이 꽤 많이 계셔서 난 생활하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야외에 있는 노천탕이었다. 얼굴은 차갑지만 몸은 따뜻한 그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일본 온천을 아직 안 가본 나는 이런 온천에 올 때마다 내가 일본으로 온천여행을 가면 얼마나 좋아할지 상상해보곤 한다. 


점심을 먹으러 백종원 거리에 가서 유명한 국밥집에서 소고기 국밥을 먹었다. 시원한 국물에 푸짐한 고기가 들어간 국밥을 먹으니 정말 든든했다.

백종원 거리 옆에 예산상설시장이 있어서 시장 구경을 갔다. 생각지도 못한 인파가 있어서 뭔가 하고 보니 백종원이 직접 예산을 살리기 위해 투자했던 가게들에 사람들이 줄을 엄청 서 있었다. 성공해서 자기 고향의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백종원을 보면서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다시 오면 이곳에 앉아서 나도 맛있는 음식도 먹고 양조장에서 술을 사다가 마셔보기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산상설시장에서 모노레일을 타러 갔다. 항상 아르바이트로 타던 모노레일을 가족들과 함께 타니 감회가 달랐다. 

큰아빠 집으로 돌아와서 친할머니, 엄마 그리고 큰엄마와 넷이서 윷놀이를 했다. 나와 엄마가 한 팀이었고 큰엄마와 친할머니가 한 팀이었다. 돈을 걸고 시합을 했는데 처음에 우리가 이겨서 돈을 땄다. 하지만 두 번째 판에 우리가 지면서 원점이 되었다. 친할머니께서 둘이서 만 원 걸고 하자고 하셔서 했는데 첫 판을 내가 이겼다. 친할머니께서 묻고 더블로 가자고 하신 둘째판에서 내가 지는 바람에 할머니께서 2만 원을 드렸다. 명절에 돈 걸고 윷놀이하는 것이 처음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1월 24일 화요일 저녁에 광시 한우촌에서 한우를 먹었다.

마블링이 어찌나 대단하던지 입에 들어가면 살살 녹았다. 아빠 지인분께서 예약을 해주신 거라 식당에서도 더 많이 챙겨주셔서 더욱 배불렀었다.


4일간의 설날은 알차서 그런지 어느 명절보다 빨리 지나갔던 것 같다. 2023년 새해를 맞은 지 20일이 훌쩍 지난 것도 신기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도 금방 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다시 한번 느낀다. 다음 명절 추석까지 잘 살아가다가 또 가족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여기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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