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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빅토르 Jul 24. 2023

2023년의 절반을 뒤돌아보며

이 세상 모든 취준생들을 응원하며

취업을 했다. 5개월 간의 취준생을 끝마치니 얼마나 기쁘고 마음도 후련한지 모르겠다. 취준생의 자유로운 시간이 조금은 그립긴 하지만, 고정 수익이 생기기 시작했고, 첫 명함도 생겼으며 무엇보다 가장 좋은 사실은 아침에 일어나서 갈 곳이 생겼다는 것이다. 


2000년생. 연나이 24살, 개정된 한국 나이 22살인 나는 이 글을 통하여 나의 취준생 시절을 포함한 2023년 상반기를 한 번 돌아보려고 한다. 1월은 갓 수술을 마치고 재활과 재취업에 집중했다. 정말 가고 싶었던 신세계에서 면접 연락이 왔었고 1차를 붙고 2차에서 다시 한번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정말 가고 싶었던 곳을 두 번이나 불합격하니 실망이 컸다. 


2월은 주로 예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예당호 모노레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구인 사이트를 뒤져보며 내가 지원할만한 회사가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이 많았는데, 보통 채용시기는 3월부터이기에 2월엔 내가 지원해 볼 만한 회사가 그리 많지 않아서 기다리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마음을 여유 있게 먹었어도 되었을 텐데 왜 그렇게 급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기대했던 달 3월은 2월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대기업 계열사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자는 나를 포함하여 두 명이었는데 나에겐 30분 동안 질문을 단 하나만 했고 나머지 시간은 함께 면접에 들어간 사람에게만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취업이 안 되어서 기분이 썩 좋지가 않은 상태였는데 면접에서 대놓고 무시를 당하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면접이 끝난 후 인사 담당자에게 차마 욕은 하지 못했지만, 이럴 거면 면접에 왜 불렀냐며 내 감정을 격하게 표현했다. 추후에 인사 담당자에게 사과 전화가 왔고, 나는 앞으로 다른 면접자에겐 이와 같은 일이 있으면 절대 안 된다고 확실하게 이야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때부터 내 멘탈이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4월엔 구직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인데 면접에서 무시를 당하고 나니 취업을 하겠다는 의지와 취업할 회사를 알아보는 의지가 함께 꺾여버렸다. 돈을 벌어야 하니 예산에 내려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냈고,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을 때는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운동을 했고 가능한 많은 약속을 잡아 친구들을 만났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취업이라는 문제 때문에 감정이 바닥을 친다는 이야기를 뉴스나 소셜미디어에서 보거나 듣기만 했지, 그 일이 나에게 닥칠 거란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는데 막상 그런 상황을 겪으니 이 문제가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5월엔 두 곳에서 면접을 보았다. 한 곳은 강남에 있는 회사였는데 집에서 너무 멀기도 하고 급여적인 부분이 내가 원하던 것보다 적었다. 그런데 면접을 보면서 오는 감이 이 회사에는 무조건 붙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것 같다. 그렇게 취업하기를 바라면서 막상 내가 생각한 조건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두 번째 면접은 지금까지 면접을 본 회사 중 가장 좋은 조건의 회사였고 위치도 좋았다. 5월 18일. 오전에 머리를 아주 짧게 깎았다. 면접에 대한 기대가 조금도 없었기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면접을 보러갔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란 사람은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소개부터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을 증흑적으로 했다. 함께 면접을 본 이들보다 당연히 대답을 못했고, 면접 보고 나오면서 무조건 불합격일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주말이 지나고 5월 22일 월요일. 낮잠을 자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5월 18일에 면접을 본 그 회사라고 소개를 하는데 갑자기 면접날 인사 담당자가 합격통보는 전화로 불합격은 문자로 통보해 줄 거라는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인사 담당자는 내가 합격했다고 이야기해 주었고 난 그렇게 5개월간의 취준생 생활을 마무리하여 5월 23일부터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두 달 정도 다닌 지금 회사는 사람들도 좋고, 위치도 좋고, 업무적으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과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부서에 있어서 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감사하게도 내 적성에도 잘 맞는 직무다. 사람에겐 다 각자의 때가 있다고 한다. 나에게는 5월이 취업하는 때였던 것이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그 때를 알 수 없다. 그래서 좌절하기도 실망하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며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취준생 기간을 마치며 다시 한번 느꼈다.


최근에 청년 취업에 관한 뉴스들을 보면 긍정적인 뉴스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는데 대기업 경쟁률은 여전히 바늘구멍이며, 청년 35만 명이 취업에 대한 의지조차 없다는 통계를 보면 지금 살아가는 이 시대가 희망이 없지는 않겠지만, 희망이 희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혹시나 취업을 준비하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절대 본인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모두가 각자의 때가 있을 것이니. 세상 모든 취준생이 밝게 웃을 수 있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당신만의 꽃이 활짝 피어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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