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자 빅토르 Aug 05. 2023

회사를 다니며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는 방법

입사 두 달 차 여행자

넓은 세상을 유랑하겠다는 목적을 갖고 떠난 43일간의 배낭여행에서 돌아온 지 벌써 일 년. 프랑스 북역에서 만났던 네덜란드인 온 얌 아저씨가 해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얌 아저씨는 지금의 여행을 평생 동안 간직하며 살아갈 거라고 이야기해 줬다. 아직 시간이 오래 지나지는 않았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 얌 아저씨의 말을 곱씹어보면 정말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할 선물 같은 시간이자 추억이다.

작년 8월 프라하 노천 식당에서 예쁜 오스트리아 친구와 함께 낮술

시간이 지나 어느새 회사에서 두 번째 월급을 받았다.여름휴가는 가지 못하지만 11월에는 여행을 꼭 가려고 싱가포르행 비행기 티켓을 구매했다. 싱가포르에서 3일, 2020년에 다녀왔던 말레이시아에서 4일 정도 여행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잡았다. 지금은 11월을 기대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1년 만에 여행을 하는 것이 어려워진 삶을 살게 된 나는 일상 속에서 여행하는 기분이 들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아직 많이 찾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내가 찾은 몇 가지 방법을 한 번 적어보고자 한다.


1.  언어모임에 나가기

사실 이 모임은 취업을 하기 전부터 참여했다. 영어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언어는 결국 직접 사용해야 실력이 향상된다. 나는 어떻게 하면 서울에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무작정 외국인이 많은 이태원이나 홍대에 나가는 것은 너무 대책 없는 것 같아서 구글에 '외국인 친구 사귀기' 등 검색을 해보았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혹시나 영어로 검색하면 무언가라도 나올까 해서 'meeting new friends in Seoul'이라고 검색해 보니 'Meet up'이라는  어플이 나왔다. 'Meet up'은 다양한 모임을 소개해준다. 글로벌 어플이라서 각 도시마다 어떤 모임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모임 종류도 다양하다. 파티, 운동, 개발자 모임 등 본인에게 필요한 모임이 있다면 날짜와 시간을 맞춰 참여할 수 있다.


서울에는 홍대에서 모이는 언어교환 모임이 있어서 5월부터 참여하기 시작했다. 한 달에 최소 한 번은 참여하여 다양한 국적을 가진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 영어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유럽을 여행할 때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들 생각이 난다. 6인실 도미토리에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간들,갑자기 클럽에 가자고 하던 덴마크 친구, 아무런 대가 없이 내게 맥주를 사주던 아일랜드 친구들이 생각나면서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언어모임에서도 가끔은 외국인 친구들과 밤을 새우며 놀기도 한다. 클럽도 가고 펍에도 간다.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고 영어도 쓸 수 있으니 나에게 언어모임은 일상 속 작은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이 글을 쓴 전날에도 홍대 모임에 다녀왔다.)


2. 방황하는 여행객 도와주기

난 오지랖이 넓은 편이다. 특히 한국으로 여행 온 외국인이 길에서 헤매고 있으면 먼저 다가가 "May I help you?"라고 바로 물어본다. 내가 확신을 갖고 물어보면 100% 확률로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서울시청과 명동 중간에 위치해있다 보니 출퇴근할 때 그리고 점심시간마다 많은 외국인들을 길에서 마주친다. 그런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길을 알려주거나 지하철 방향을 알려주면 유럽에서 날 도와주었던 친절한 외국인들 생각이 난다. 내가 유럽을 여행할 때 폴란드에서는 유심이 꺼지는 바람에 목적지로 향하는 길을 잃었다. 그때 버스에서 만난 친절한 폴란드 대학생이 날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폴란드에서 길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독일 사우나에서는 사우나 이용이 처음인 나에게 먼저 다가와준 독일인 할아버지가 있었다. 나도 이젠 그들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여행 온 여행자들을 도와줄 것이다. 내게 도움을 준 사람들처럼 나도 여행자들을 도와주고 또 언젠가 내가 여행을 가면 분명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것이다. 세상은 서로 돕고 도움 받으며 살아가는 곳이니.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끼는 두 번째 방법. 바로 여행자들에게 오지랖을 부리며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다.


더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그래도 여행을 자주 못 가는 내가 일상을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여행을 떠나는 그날까지 내가 맡은 일을 즐거워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작가의 이전글 2023년의 절반을 뒤돌아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