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025년은

by 여행자 빅토르

이 글은 현재 진행 중이며 어쩌면 곧 끝날지도 모르는 저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모든 내용은 다 사실이며, 이름만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봐주길 기대하지 않습니다, 또한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제 감정에 공감해 주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24살 여름에 찾아와 준 그녀와의 관계에서 제가 느끼는 감정을 잘 정리하고 싶어서 이렇게 적어 봅니다.


박노해 시인의 말처럼 "사랑하다 죽는 것은 두려운 일이지만, 사랑 없이 사는 것은 더 두려운 일이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앞으로 제게 찾아올 사랑을 위해, 그리고 이어가고 있는 이 사랑을 위해 이 감정을 정리하고 기록하며 더 나아진 사랑을 하고자 합니다.


" 이제 나에게 사랑은 없어. 앞으로 여행 가기 전까지 일과 여행에만 집중할 거야!"


2025년 6월 3일 대통령 선거날. 6월에 유일하게 일을 안 하는 날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탈리안 피자를 먹으며 했던 말. 2025년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돌이켜 본다면 흔히 말하는 '갓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거다. 나는 10월 31일 자로 세계여행을 가기로 했다. 모든 일을 그만두고 떠나는 여행이 될 거라 마음을 먹었기에 여행 가기 전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일에만 집중해 보기로 했다.


평일에는 회사, 주말에는 돌잔치 사진 촬영. 쉬는 날이 한 달에 많으면 5일, 평균 2 ~ 3일 남짓. 10월까지만 일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은 후 여행을 가겠다고 결심했기에 2025년은 돈과 일 그리고 나의 성장만 바라보고 살았다. '갓생'은 쉽지 않았다. 쉬는 날이 적다 보니 스트레스가 컸다. 회사에서는 연차가 쌓이니 중요도가 있는 업무가 점점 늘어났고, 주말 촬영에서도 메인 작가님께서 내게 요구하시는 것들이 점점 많아졌다. 몸도 힘든데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두 가지 일을 다 잘 해내고 싶은 스트레스가 점점 커졌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지에 대한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한 달 한 달 살아가다 보니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타이트한 스케줄에 몸이 적응했고, 회사 일도 사진 촬영도 점점 익숙해지며 손에 익었다. 그러자 어느새 업무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성장한 내 모습이 보였다. 성장은 한순간에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열심히 살다 보면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작은 것들이 쌓여 어느새 나를 긍정적으로 바꿔놓는다.


일을 잘 해낼수록 자신감도 생기고 자신감이 생기니 연애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연애라는 것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바쁜 삶을 살아가다 보니 시간이 너무 없었고, 일을 할수록 눈이 점점 높아져서 연애를 시작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물론 연애의 기회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연초에 만났던 G와 잠시 연애를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G는 연애 시작과 거의 동시에 내 모든 신뢰를 송두리째 깨부수었다. G와의 짧은 연애가 끝나고 2월 달, 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이태원 술집에 서 I를 만나게 되었다. I의 눈빛과 웃음에 끌려 데이트를 신청했고 그녀도 내가 마음에 든다며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I는 데이트 전 날 아프다고 한 후 데이트 당일엔 내 연락을 아예 무시해 버렸다. 고스팅 하는 여자를 한 두 번 만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불쾌한 감정은 겪는 것은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5월 네트워킹 파티에서 알게 된 T. 그녀와는 첫 데이트에서는 전시를 보고 술도 한 잔 했다. 대화도 괜찮았지만, 그녀가 내게 대하는 태도가 나에게 남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태도가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다음 데이트에서 T는 '우리는 친구야, 우리는 연인이 될 수 없어."라고 솔직하게 우리 관계에 선을 그었다.


2023년 내가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을 떠나보낸 후 1년 4개월의 공백 끝에 시작한 연애들은 연속된 실패로 돌아왔다. 그래서 나는 깨끗이 포기하기로 했다. 어차피 10월 31일에 모든 것을 끝내고 여행을 떠날 테니, 남은 시간 동안 오직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 내게 첫 휴가 아닌 휴가가 찾아왔다. 7월, 작가님께서 유럽으로 2주 정도 여행을 가셔서 2주 간 주말 일정이 비게 된 것. 귀한 휴가를 집에서 보내기 아까워 친구들과 이태원 몬드리안 호텔 풀파티에 가기로 했다.


풀파티를 위해 2주 전부터 식단과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을 만들었다. 풀파티에서 누군가를 만나고자 하는 기대는 없었다. 그저 이 여름을 즐기고 싶었다. 어차피 사랑에 대한 모든 기대를 내려놓았기에 누군가를 만나고자 노력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풀파티에서 그녀와 눈을 마주쳤고, 우린 인사를 나눴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내겐 예정에 없던, 기대하지 않은 버전의 여름이 시작되었다.